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칼럼

한빛핵발전소, 재가동 말고 폐쇄하라



영광 핵발전소 3·4호기는 한국반핵운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1970년대 고리 1호기나 영광 1·2호기 핵발전소 건설 때는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반핵운동이 시작된 것은 1988년부터 시작된 영광 3·4호기 반대 운동이다.


핵산업계도 영광 3·4호기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전까지 국내 핵발전소는 해외 업체들이 일괄 수주방식으로 건설하거나 국내 업체가 하청으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영광 3·4호기부터는 한국전력이 주도해 계획을 세우고 핵심적인 분야를 해외업체에 나눠주는 방식으로 건설되었다. 그래서 영광 3·4호기를 ‘한국형 원전의 시초’라고도 한다. 당시 정부는 영광 3·4호기의 기술자립도가 80%에 이른다며 자랑하곤 했었다.


하지만 영광 3·4호기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198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대건설과의 수의 계약 과정을 둘러싼 의혹, 원자로 계통을 맡은 미국 컨버스천 엔지니어링(CE) 사의 로비 의혹이 제기되었다. 특히 수출실적이 전혀 없는 CE 사의 원자로를 도입한 것을 두고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현장노동자들은 불량 자재, 부실 공사 의혹 등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


계약과정이나 부실공사 중 어느 의혹도 속 시원하게 밝혀진 것 없이 30년 세월이 흘렀다.


최근 몇 년 동안 영광 3·4호기에서 발견된 콘크리트 구멍만 200개에 이르고, 이번에는 157cm짜리 동굴급 대형 구멍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정부와 한수원은 이들 구멍을 메워 영광 3·4호기를 재가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정신이 아니다.


그간 핵산업계는 핵발전소가 5겹의 다중방호벽을 갖고 있어 ‘절대 안전하다’라는 말을 반복해왔다. 국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정부가 구멍 난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책임자를 처벌하고 영광 3·4호기를 폐쇄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건설업계에 만연한 ‘부실 공사’를 엄단하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국내 핵발전소에 구멍이 나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 살길 만들어 달라’는 말, 이제는 그만 둘 때가 되었다.


2019년 8월(6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