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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 대한민국 사법부는 ‘핵발전소의 사회적비용’ 책임질 수 있나

∥칼럼

대한민국 사법부는 ‘핵발전소의 사회적비용’ 책임질 수 있나



△ 양기석 신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대표



2017년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촛불로 부패한 박근혜정권이 탄핵되었고, 많은 국민의 희망과 지지를 받으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였다.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에 고무된 문재인 정부는 ‘숙의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를 결정하는 공론화를 진행했다. 탈핵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그 결과는 건설 재개 결정이었다. 우리 사회는 탈핵을 표방하였으면서도 ‘핵발전소 증설’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후 탈핵진영은 여러 이유로 동력을 상실하고 표류하는 듯 보였다.


무엇인가 어떤 계기가 필요했다. 활동가들은 2018년 3.11 후쿠시마 8주기 행사를 준비하며 ‘고준위핵폐기물’의 위험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전국 각지의 수많은 활동가와 시민들이 ‘핵폐기물’ 상징 모형을 제작해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사전 행사로 각 광역단체와 총리실, 정부 유관기관 등에 ‘핵폐기물’ 상징 깡통모형과 ‘핵발전소부지’ 인근 지역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짧은 글을 소포로 부쳐 탈핵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런데 핵발전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핵발전소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의해 고발되어 이경자, 조은숙, 김복녀 3인의 활동가가 재판을 받았다. 그 결과 이경자(7월 12일), 조은숙·김복녀(7월 16일) 3인은 서로 다른 재판부였음에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 유죄와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공익성은 인정되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 되었으므로 유죄’라고 판결하였다고 한다.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듯이 300여명의 소방관과 군경이 출동하여 ‘사회적비용’이 발생하였으니 유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손바닥 크기의 노란 깡통에 그려진 ‘핵폐기물’ 표시에 두려움을 느꼈다면, 수천억을 준다 해도 ‘고준위핵폐기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수많은 시민들의 ‘공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산자부와 원안위는 답해야한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언제까지 핵산업계의 편에서 시민들을 위협하는 악행을 일삼을 것인지 답하기 바란다.


‘사법농단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법부’는 언제까지 힘 있는 권력자들에게는 “불법이지만 무죄”이고, 힘없는 사회활동가들에게 “공익성은 인정되지만 유죄”라는 판결을 반복할 것인가. 당신들의 악의적이고 편향된 정책수행과 법집행으로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될 사회적 비용을 책임질 수 있는가? 당신들은 우리 사회에 대한 연민과 애정으로 헌신하는 활동가들처럼 이 사회를 위해 헌신한 적이 있는가? 10만년 이상 끌어안고 고통 받아야 할 ‘고준위핵폐기물’을 책임질 수 있는가?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준위핵폐기물’의 위험성을 알린 ‘이경자, 조은숙, 김복녀’는 무죄다.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갈 길을 밝힌 소중한 지표다. 


탈핵신문 2019년 8월(6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