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삼척, 탈핵 너머 탈석탄
△ 유새미 녹색연합 활동가
지난 6월 5일, 강원도 삼척에 건설 예정이던 대진 원자력발전소 지정고시가 철회 되면서, 무려 30년 넘게 계속된 삼척 지역의 핵발전소·핵폐기장 건설 반대 운동이 비로소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대규모 발전소를 둘러싼 지역 내 싸움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국내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 삼척 포스파워 건설을 두고 터져 나오는 문제들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 세계 각국이 탈석탄 정책을 내걸고 에너지 전환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탈석탄 로드맵은 커녕 노후 화력 폐지 계획의 효과조차 신규 발전 건설 탓에 상쇄되어 2030년이 되면 석탄발전 설비 용량이 2017년에 비해 오히려 3GW나 늘어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포스파워 1·2호기 부지 공사 도중 예기치 않게 발견된 천연동굴은 역설적으로 한국 탈석탄 여정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일지 모른다. 삼척화력을 둘러싸고 숨어있던 그간의 문제점들이 튀어 나오며 백지화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지표조사에서는 흔적도 찾을 수 없다던 천연동굴이 부지 공사를 시작하자마자 발견됐다면, 이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두말 할 것 없이 부실·거짓 조사다.
우선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되었다. 평가서를 살펴보면, 삼척포스파워 부지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져야 하는 시추조사가 주기기 건설 예정지 반쪽에 대해서만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법 시행규칙에서 밝히는 거짓·부실 조사의 근거인 "환경현황의 일부만 조사하고도 적정하게 조사한 것으로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제시한 경우"에 해당된다.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마땅히 반려해야 했던 평가서를 합의한 환경부는 이제라도 책임을 지고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려야 한다.
삼척은 한국의 대표적인 동굴 지대이다. 그런데 두 차례나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하면서도 어째서 동굴 존재 여부조차 알아보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뒤늦게 동굴이 발견된 것은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사업자의 의뢰로 실시된 기초조사 결과, 해당 동굴은 길이만 최소 1.3km에 달하며 동굴수의 용식·침식 작용에 의해 생기는 작은 규모의 지형을 이르는 '동굴 미지형'이 발달하여, 학술적·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되었다. 문화재 평가등급 '나'등급 이상으로 보이며, 향후 정밀조사 등이 이뤄진다면 '가'등급으로의 상향 조정 가능성도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다. '가'등급은 천연기념물 급을 뜻한다.
부실 조사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건설 계획 초기에 주민 의견 수렴이 충분히 되지 않아 절차적 민주성이 지켜지지 못했다는 지적, 삼척에서도 특히 깨끗한 백사장으로 유명한 맹방해수욕장 바로 옆에 지어지는 석탄 하역부두가 해안 침식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 대규모 시멘트 공장 등으로 인해 대기오염도가 이미 타 지역에 비해 높은 삼척 지역에 화력발전소를 짓는 것이 정당한가의 논란 등, 삼척화력이 안고 있는 문제는 많다.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있는 대응이 요구되는 지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방향에도 반하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공사 중단은 물론 건설 계획부터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탈핵신문 2019년 7월호(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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