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와 탈핵시민행동을 비롯한 핵발전소 소재지역과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산업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공론화’에 비판 여론이 크다. 이들은 공론화 중단, 재검토위원회 해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탈핵시민행동 등은 10월 2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검토위원회 해체를 요구했다. 이들은 재검토위원회가 1주일 차이를 두고 전국공론화와 지역공론화를 동시에 논의하려는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 계획은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보다는 ‘임시저장시설 건설’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주와 울산, 부산에서의 반발도 거세다.
∥ 경주
경주시, 지역의견수렴 5km로 한정
찬핵인사 위원으로 선정
지역실행기구 구성 중단 촉구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과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가 10월 1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시에 지역실행기구 구성 중단을 촉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 해체를 촉구했다.
△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과 울산북구 주민 등이 10월 1일 경주시청 앞에서 재검토위원회 해체와 지역실행기구 구성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용석록
경주시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지역실행기구’(이하 지역실행기구) 구성은 공론화의 파행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주시는 지역실행기구에 참여할 위원 10명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위원 10명은 당연직 3명(시청1, 시의회1, 전문가1), 동경주 주민 6명, 시민사회 1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또한 경주시는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내 주민 대표만 지역실행기구에 포함하고 있다. 이는 지역의견 수렴에 있어 경주시민 대부분과 울산북구를 공론화에서 배제하는 구성이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재검토 준비단 정책건의서에 핵발전소 반경 5km가 병기되어 있는 이유는 핵산업계가 시민사회와 핵발전소 소재지역 위원이 방사선비상계획구역까지 지역공론화 범위를 확대하자고 합의한 것에 위기감을 느껴 ‘알박기’로 5km 방안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공론화 범위가 방사선비상계획구역까지 확대되는 것을 꺼려한 나머지 핵산업계가 재검토준비단 합의를 무산시킬 목적으로 5km 안을 정책건의서에 넣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결국 경주시의 지역실행기구 구성은 핵산업계의 의도대로 가고 있으며, 경주시는 지역실행기구 위원 10명 중 유일한 시민사회 몫에 원자력정책연대 대변인을 앞세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원자력정책연대는 핵산업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핵발전 진흥단체라는 지적이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경주시의 지역실행기구 구성안은 결국 월성핵발전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의 조속한 건설을 위한 방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지역실행기구 구성 중단을 촉구했다. 또 “이 모든 파행의 중심에는 잘못 구성된 재검토위원회가 있다”며 정부에 재검토위원회를 해산하고 다시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 울산
졸속공론화 중단 요구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10월 7일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가 ‘고준위핵폐기물 건식대용량 임시저장시설’(이하 맥스터) 증축에 필요한 자재를 반입한 것을 비판하며 성명서를 내고, 산업부에는 맥스터 반출, 경주시의 지역실행기구 의견수렴범위 반경 5km 한정 제재, 재검토위원회 해체와 제대로 된 공론화 다시 설계 등을 요구하는 요구서를 전달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국민들은 고준위핵폐기물 중간처분장과 최종처분장, 임시저장시설을 구분하고 있지 못하다며, 국민들에게 현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진정한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는 진행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올해 1월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부지를 핵발전소 소재 지역으로 국한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했고, 올해 9월 19일에는 공론화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울산북구대책위, 재검토위에 의견서 전달
‘고준위핵쓰레기 임시저장소반대 울산북구주민대책위’(이하 울산북구대책위)는 10월 2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 회의에 참관한 뒤,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에 대한 울산 북구 의견서>를 재검토위원회에 전달했다.
울산북구대책위가 재검토위원회에 전달한 의견서에는 지역실행기구 구성과 주민의견수렴 대상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하는 기본 범위를 정한 뒤 지역공론화를 진행할 것, 지역실행기구 구성과 주민의견 수렴 범위에 울산 북구를 반드시 포함시킬 것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월성핵발전소 반경 20km 이내에는 울산 북구 주민 2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북구 주민들은 지난 7월 ‘고준위핵쓰레기 임시저장소반대 울산북구주민대책위’(이하 울산북구대책위)를 발족하고, 북구 주민이 월성핵발전소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공론화 관련한 당사자임을 알리는 선전활동과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한편, 올해 9월 3일에는 송철호 울산시장을 비롯해 북구청장, 중구청장, 남구청장, 동구청장이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건립에 울산의견 수렴 요구>라는 제목으로 산업부에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들 울산의 자치단체장들은 경주 월성핵발전소 내 임시저장시설 주민의견 수렴에 있어 지역실행기구 구성 시 울산지역 4개구 위원을 선정할 것, 지역의견 수렴 시 울산광역시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할 것 등의 내용에 직접 사인한 의향서다.
∥ 부산
“최대한 빠르고 조용한 공론화” 비판
탈핵부산시민연대는 9월 11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부가 진행하는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가 핵발전소 각 지역에 ‘임시저장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도록 설계한 것이라며 재검토위원회 해체를 촉구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재검토위원회가 지역공론화 의견수렴 범위를 핵발전소 소재 기초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해 대다수 시민을 의견수렴 범위에서 제외한 것을 비판했다. 또 재검토 순서는 전 국민적 합의로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원칙을 정한 뒤에 임시저장시설 논의를 해야 하지만, 지금의 공론 설계는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라며, 전국·지역 동시공론화 계획을 비판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는 전 국민이 충분히 알고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재검토위원회 홈페이지는 찾기 어렵고 게시물 조회수 또한 낮다며, 이는 사안을 최대한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결정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10월호(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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