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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일본특집2] 일본 유통식품에서 기준치 이상 세슘 검출

∥도쿄올림픽과 후쿠시마


일본 전국의 30개 시민방사능측정소가 참여하고 있는 ‘모두의 데이터’라는 단체가 있다. ‘모두의 데이터’는 2012년부터 동일본 지역 17개 도·현의 3400여개 토양을 채취·측정해 세슘 오염도를 측정했다. ‘모두의 데이터’는 이 외에도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을 중심으로 1만 5914건의 식품 시료를 통해 방사능 오염여부를 측정했다. 일본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 자료를 통해 본 일본 방사능 오염 현황을 정리해서 소개한다. [글쓴이 주]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국민들은 안전한 먹거리와 방사능 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식품뿐만 아니라 토양이나 목재, 비료 등 다양한 물품에 방사능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하는 데이터는 신뢰하기 힘들었고, 시민들이 가져간 시료를 검사해주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일본 각지에 시민방사능 측정센터가 만들어졌지만 시민사회의 역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고가의 방사능 측정 장비와 부족한 인력으로 넓은 일본 전역을 커버하기란 어려웠다.


일본 전국 30개 시민방사능 측정소 참여


2012년 9월 만들어진 ‘모두의 데이터 사이트’(이하 모두의 데이터)’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모두의 데이터에는 현재 일본 전국의 30개 시민방사능 측정소가 참여하고 있다.


모두의 데이터는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현은 물론이고 인근인 미야기현과 이와테현, 멀리는 도쿄도와 홋카이도, 오사카, 후쿠오카까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시민방사능 측정소가 서로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각 측정소마다 갖고 있는 장비가 다르고 운영 원칙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공유하는 데이터에는 측정 장비, 측정시간, 물품 사진 등 원 데이터 모두를 올려놓았다. 측정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다양한 측정소의 데이터를 비교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3400여개 토양 샘플 측정

도쿄 인근까지 세슘에 오염


일본 토양 세슘오염 현황과 향후 예측도. 이 지도는 ‘모두의 데이터’가 2014년부터 2년 6개월에 걸쳐 ‘동일본 토양 베크렐 측정 프로젝트’를 진행해 만든 것이다. 이 지도는 3400여개의 토양 샘플을 모아 세슘오염 측정값을 표시한 것이고, 세슘 반감기를 고려해 향후 예측도를 만들었다. 


모두의 데이터는 단순히 여러 측정소의 데이터를 모으는 일만 하지는 않았다. 프로젝트를 통해 동일본 지역 전체를 모니터링 한 것이다. 2014년부터 시작한 ‘동일본 토양 베크렐 측정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동일본 지역 17개 도·현의 토양을 측정하는 프로젝트다. 2년 6개월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3400여개의 토양 샘플을 모아 세슘 오염도를 측정하는 프로젝트였다. ‘모두의 데이터’는 이 프로젝트에만 4천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세슘오염지도를 보면 사고 당시 바람 방향에 따라 후쿠시마 북서쪽으로 광범위하게 토양오염이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남서쪽으로 약 250km 정도 떨어진 도쿄 인근까지 세슘 오염도가 높게 나타난다. 모두의 데이터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진 토양오염 측정치를 바탕으로 세슘 반감기를 고려한 방사능오염 예측도를 만들었다.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자료는 대략적인 추세만 볼 수 있을 뿐, 각 지점별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반면 모두의 데이터는 홈페이지 http://minnanods.net 에는 측정 장비를 가동한 시간에 따라 측정치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몇 초간 측정했는지 등의 기초자료도 공개하고 있다.


모두의 데이터 자료를 보면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북서쪽 지역의 토양 오염이 매우 심각하다. 사고 당시 바람이 북서쪽을 향해 불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최인접지역의 경우 1kg 당 최대 7만6천 베크렐(Bq}의 세슘이 검출되었다. 북서쪽으로 약 20km 떨어진 료젠정의 경우 세슘이 1kg 당 4만 3697 벹크렐 검출되기도 했다.


모두의 데이터는 작년 11월에 이러한 내용을 모아『도설(圖說) 17도현 방사능측정 지도』 책을 펴냈고, 이 책은 현재 일본 아마존 원자력·방사능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방사능 측정

일본 국민들 관심 높은 분야

약 1만6천개 식품 샘플 조사

시금치 시중 유통의 12% 방사능 검출


모두의 데이터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식품 방사능 측정이다. 일상생활에서 매일 접하고 오염된 식품을 섭취할 경우 내부피폭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의 관심도 크기 때문이다. 모두의 데이터는 그동안 1만 5914건의 식품 시료를 측정했다.



일본 정부의 데이터는 야생과 유통식품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만, 모두의 데이터가 측정한 데이터는 주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식품을 대상으로 했다. 시민들이 궁금한 식품 시료를 갖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 데이터를 보면 실제 방사능 오염 식품이 얼마나 유통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위의 표는 최근 측정된 데이터 중 일본 정부의 기준치(100Bq/kg)을 넘는 것들 일부다. 측정결과 두릅이나 버섯 등에서 세슘이 발견되고 있다. 유통식품 방사능 오염은 후쿠시마에서 250km 떨어진 나가노현이나 군마현에서도 세슘이 발견되고 있고, 300km 이상 떨어진 시즈오카현에서도 꾸준히 기준치 이상의 세슘에 오염된 식품이 나오고 있다.


최대값이 측정된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의 데이터는 검출률에 주목하고 있다. 시금치의 경우 일본 정부(후생성) 측정 데이터는 전체의 6.9%(6036건 중 411건)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밝혔으나, 모두의 데이터가 측정한 시금치 시료는 12%(68건 중 8건)에서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었다. 표본이 작은 한계는 있지만, 모두의 데이터는 어떤 시료를 측정하는지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어서 단순히 정부의 데이터를 숫자 그대로 믿기보다는 더욱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후쿠시마 현과 인근지역 농수산물 수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다. 모두의 데이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일본에서 방사능 오염식품을 섭취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이들 식재료를 첨가한 가공식품은 원산지를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산 버섯 분말이 포함된 라면 스프를 도쿄에서 생산한다면 라면스프는 도쿄산이 되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안심하기 어렵다. 모두의 데이터가 그동안 측정한 데이터는 일본 국민은 물론이고, 올림픽 참가단이나 관광객 모두 일본산 농수산물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이헌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9월(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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