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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일본특집1] 후쿠시마에서 출발하는 ‘부흥의 불’ 올림픽 성화

∥도쿄올림픽과 후쿠시마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방사능에 대한 한국 내 관심이 높아졌다. 탈핵신문은 지속적으로 후쿠시마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이번 호 기획은 도쿄올림픽 성화봉송로 방사능 오염실태와 일본 전역의 토양오염과 식품오염 실태를 파악해 전한다. [편집자 주]


올림픽 대회에서 성화는 대회 분위기를 띄우는 중요한 상징이다. 매번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개최국 각지를 순회하며, 성화 봉송에는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한다.


일본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성화 출발지점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20km 정도 떨어진 축구 경기장 ‘J 빌리지’를 선정했다.


일본 정부는 ‘부흥 올림픽’이라는 컨셉으로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동일본 대지진과 핵발전소 사고 여파가 컸던 도호쿠(東北) 지역을 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은 이를 위해 야구와 소프트볼 여섯 경기를 후쿠시마시에 있는 아즈마 구장에서 진행하고, 축구 경기를 미야기현 미야기 스타디움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 도쿄올림픽 후쿠시마 주변 성화봉송로 예상 지도 <그래픽 : 이헌석 ©탈핵신문>



피해지역 34개 지자체 각 국가와 연결


일본은 올림픽 기간에 후쿠시마, 이와테, 미야기 등 피해가 컸던 지역의 34개 지자체를 각 국가와 연결하는 ‘호스트 타운’ 사업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가 한국의 ‘호스트 타운’이다. 미나미소마시는 한국 선수단과 관계자들의 일본 방문을 환영하고, 경기응원이나 시민교류 행사를 별도로 진행한다. 일종의 1국가 1마을 연계사업을 통해 해당 마을에 방문할 기회를 넓힌다는 계획인 것이다.


메인 경기장 출입구 피해지 목재로


일본은 올림픽 메인 경기장인 신국립경기장의 출입구를 피해지의 목재로 만들고 후쿠시마를 포함한 도호쿠 지역 식자재와 지역특산품을 적극적으로 선수촌에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세우고 있다. 해당 지역 농수산물을 판매해 수익을 늘리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피해 복구가 완성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미가 더 크다. 특히 후쿠시마 산 농수산물의 경우 일본 국민들조차 구입에 부정적인 상황이기에 세계 각국 선수단에 이들 식품을 제공하여 ‘문제 없음’을 보여주고픈 의지가 반영된 사업이다.


성화 15일 동안 도후쿠 지역에 머물러


일본의 ‘부흥 올림픽’ 계획 중 가장 큰 행사는 성화 봉송 행사다. 성화는 일본 전역을 순회하면서 한 지자체(현)당 2일씩 순회를 원칙으로 순회 일정을 수립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이와테, 미야기 등 도후쿠 지역 3개 현은 각각 3일씩 성화 봉송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성화봉송 행사 전부터 성화에 ‘부흥의 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들 지역을 순회하는 사전 행사를 별도로 진행한다. 6일간 진행되는 ‘부흥의 불’ 행사와 실제 성화봉송 행사를 합하면, 도호쿠 지역에만 무려 15일 동안 성화가 머무르면서 분위기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지휘하던 곳에서 성화 출발



                                      △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일정 <그래픽 : 이헌석 / ©탈핵신문>



이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성화의 출발지점이다. 지난 3월,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성화 출발지점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20km 정도 떨어진 축구 경기장 ‘J 빌리지’를 선정했다. 이곳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 사고 대응의 전초 기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일본축구협회, 후쿠시마현, 도쿄 전력 등이 출자해 만든 J빌리지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 일본 정부가 시설을 이관 받아 육상자위대, 경찰, 소방 등이 사용하는 거점이 되었다. 이곳에는 각종 소방차와 방사선 측정 차량 등이 항시 대기하고 있었고, 한때 1천 명의 인원이 숙박과 식사를 해결하며 후쿠시마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당시 일본 언론은 연일 후쿠시마 상황을 보도할 때마다 J빌리지의 상황을 전했다.


J빌리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남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오염이 극심한 북서쪽보다는 오염이 덜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kg당 1만 베크렐(Bq) 이상의 세슘이 토양에서 발견될 정도로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다. 그럼에도 J빌리지를 성화 봉송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과거 언론에 많이 노출되었던 재해지의 깨끗한 모습을 통해 ‘복구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귀환곤란구역도 성화봉송로에 포함


2020년 3월 26일 J빌리지를 출발할 성화는 첫날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남북을 모두 경유한다. 이 중에는 현재 귀환곤란구역으로 지정된 후타바정, 오쿠마정, 니미에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후 조금씩 반경을 넓혀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20~30km 지역에 있는 거의 모든 지자체를 경유하도록 봉송 일정이 짜여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주변 지역은 적게는 1kg 당 수천 베크렐의 세슘이 발견되고 있고, 특정지역의 경우 1만 베크렐 이상의 고농도 오염 토양도 있는 지역이다. 성화 봉송이 이뤄지는 도로의 경우 제염이 되었다 할지라도 도로 인근 숲 등은 여전히 오염된 상태다. 그럼에도 이들 지역을 오가며 성화를 봉송하는 것은 안전성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큰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성화 봉송 일정은 전 세계 각국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봉송 장면 뒤쪽으로 풍경이 함께 촬영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0년이 지나 이제는 복구와 부흥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크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현민의 연간 피폭한도를 1mSv에서 20mSv 로 상향하고, 이에 따라 피난구역 범위를 지속적으로 축소해왔다. 과거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20km 반원으로 구성되어 있던 피난구역은 이제 완전히 무너지고 폭 10km, 길이 40km 정도의 길쭉한 지역만 귀환곤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해제한 피난지시 해제구역 주민 귀환률은 25% 안팎으로 많은 이들이 귀환을 꺼리고 있다.


피난민 귀환률 20%대인데 부흥이라니?


한편 도쿄 올림픽이 후쿠시마 부흥에 실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일본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올해 3월 일본 아사히 신문이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도호쿠 지역 3개 현 주민들은 “도쿄 올림픽이 부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68%의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7%에 그쳤다. 아직도 5만 2천 명의 피난민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개선은 뒤로 한 채 행동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헌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9월(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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