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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공동소송

한수원 주장 받아들인 ‘균도네 소송’ 2심 선고

부산고법, 저선량 피폭과 질병 인과관계 인정 안 해


부산고등법원 민사 1부(김주호 부장판사)가 8월 14일 핵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저선량 방사성물질에 의한 주민피폭과 질병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며 원고(균도네)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아무리 작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그에 피폭될 경우 피폭선량에 비례하여 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선형무역치 모델’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8월 14일 2심 선고에서 기각 결정이 나자 균도네 가족을 비롯한 핵발전소 인근지역 주민·시민단체가 침통한 표정으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용석록

 

이진섭 씨 가족(균도네) 3명은 2012년 7월 고리핵발전소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돼 부인 박씨가 갑상선암에 걸리는 등 가족이 모두 건강에 영향을 받았다며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진섭 씨는 직장암, 부인 박씨는 갑상선암, 아들 이균도씨는 발달장애다.


이 사건 1심에서 부산지방법원동부지원은 2014년 10월 17일 원고 박씨(이진섭 씨 부인)의 갑상선암 발병은 박씨가 상당한 기간 핵발전소에서 내보내는 방사선에 노출되었고, 그로 인하여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한수원은 방사선 방출로 인하여 박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공해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가해기업이 어떠한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자에게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고 적시했다.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에서 2011년 4월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핵발전소 주변지역(핵발전소에서 5㎞ 이내) 여자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원거리 대조지역(핵발전소에서 30㎞ 이상 떨어진 지역) 여자 주민의 2.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수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2심에서 피고 측(한수원)은 핵발전소의 방사성물질 배출량으로 미루어 산정한 결과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량 최대치가 0.015 밀리시버트(mSv)로 산정되며,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한 연간 피폭선량 1밀리시버트에도 미치지 않으므로 암 발병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갑상선암은 역학적 상관관계가 분명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며 법률적 인과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취지의 변론을 했다.


2심 재판부는 선고에서 원고(균도네)가 거주했던 고리핵발전소 주변의 피폭선량은 기준치인 연간 1밀리시버트(mSv/y) 이하이며, 핵발전소에서 방출된 방사선으로 인한 암 발병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2심 재판부는 감정보고서 등 사실조회 결과 연간 100밀리시버트 이하의 저선량 방사선 피폭과 암발병 관계를 입증할 수 없으며, 과학적·의학적·생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날 2심 선고가 끝나자 균도네 가족을 비롯한 기장, 월성, 울진, 영광 등 핵발전소 최인접지역 주민과 탈핵부산시민연대 등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발전소 인접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라”며 “2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균도네 소송과 별도로 갑상선암 공동소송 1심이 진행 중이다. 갑상선암 공동소송은 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에 3년 이상 거주했던 갑상선암 발병자 618명이 한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9월(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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