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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공동소송

"질 수 없는 재판" _ 갑상선암 공동소송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 갑상선암 소송 쟁점과 의의’ 변영철 변호사 강연 


"질 수 없는 재판" 


지난 2월 12일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의 갑상선암 소송의 쟁점과 의미를 다룬 변영철 변호사 강연이 열렸다. 변영철 변호사는 현재 614명의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갑상선암 소송(이하 ‘공동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강연은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촉발한 ‘균도네 소송’의 2심 판결이 가까워 옴에 따라 탈핵부산시민연대가 기획했다.


변영철 변호사는 법무법인 민심의 대표이자 ‘균도네 소송’ 및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 갑상선암 공동소송’ 변호인단의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2011년부터 진행된 갑상선암 소송에서 한수원은 일관되게 핵발전소의 방사성물질 외부 방출이 주민 갑상선암 발병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균도네 소송 2심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소송의 쟁점은 2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쟁점1. 한수원은 피폭선량한도 기준을 위반했는가?

          고리핵발전소, 79년 내부피폭 기준 위반


고리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의 인체 내부 장기(臟器) 피폭선량을 조사한 ‘고리1호기 환경방사능 종합평가(한국전력, 1980)’에는 핵발전소가 가동하기 전인 1977년부터 핵발전소 가동 이듬해엔 1979년까지 인근 주민들의 내부 장기 피폭 결과가 기록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액체 방사성폐기물에 의한 내부 장기 피폭이 유아의 경우 79년 대장에서 연간 0.451 밀리렘(mrem) _ (인체에 대한 방사선의 작용을 나타내는 단위)으로 나타난 반면, 79년 갑상선에서는 29.6mrem/yr로 나타났다. 핵발전소가 가동 한 이후 액체 핵폐기물 방출로 인한 내부 장기 피폭이 약 66배 증가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기체 방사성폐기물에 의한 내부 장기 피폭선량의 변화는 유아의 경우 79년 대장에서 0.000163mrem/yr로 나타난 반면, 79년 갑상선에서 10.29mrem/yr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체 핵폐기물 방출로 인한 내부 장기 피폭이 약 63,128배 증가한 것이다.


당시 한전이 내부 장기 피폭선량을 기록함에 있어 77년과 78년에는 대장을 기록했지만, 79년에는 갑상선을 기록했다.


이 보고서가 이번 소송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핵발전소 가동 이후 액체와 기체로 이한 내부 장기 피폭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에만 있지 않다. 당시 우리나라는 피폭선량 한도기준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규정한 ‘선량한도’를 따르고 있었다. 이 규정은 액체 방사성 폐기물 방출에 따른 경수로 한 호기당 내부 장기 선량한도는 연간 10mrem을 넘지 말아야 하며, 모든 방사성물질로 인한 내부 장기 피폭선량은 경수로 한 호기당 연간 15mrem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고리1호기 환경방사능 종합평가’는 1979년 당시 모두 기준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쟁점2. 상대위험도 2.0 이상이면 기업에 책임 발생하는가

          미국, 상대위험도 2.0 이상이면 기업에 책임 발생

          서울대 역학조사 결과 고리지역 상대위험도 2.5


균도네 소송이 1심에서 승소한 후 균도네 2심 소송과 갑상선암 공동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 저선량 방사선 피폭이 지역주민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가 쟁점이 되어 왔다. 그 가운데 상대위험도 2.0이라는 개념이 재판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정 물질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 되지 않은 집단’의 ‘발병률’을 비교 했을 때, 특정집단의 발병률이 비교집단에 비해 2배 이상 높을 경우 이를 ‘상대위험도 2.0’라고 한다. 미국의 미연방 사법센터의 ‘과학적 증거에 대한 매뉴얼’에 따르면 상대위험도가 2.0을 초과하는 경우 ‘원고의 질병이 특정 물질에 의해 초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상대위험도가 2.0을 넘으면 인과관계를 따질 필요도 없이 특정 물질을 발생시킨 기업의 책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상대위험도 2.0’을 도출한 과정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충분한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2011년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의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2011)’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균도네 소송의 계기가 되기도 한 이 보고서는 1991년부터 2011년 2월까지 약 19년간 11만 367명의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과 2만 4천 809명의 대조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추적했다. 이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핵발전소 주변지역 여성 갑상섬암 발병률은 원거리 대조지역 여성에 비해 2.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위험도가 2.0 이상인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 판례에는 상대위험도 2.0을 근거로 기업의 책임을 물은 경우는 없다. 언제나 특정 물질에 의한 발병을 피해자가 직접 인과관계를 입증하도록 해온 것이다. 피해자가 이를 직접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균도네 재판을 통해 상대위험도 2.0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질 수 없는 재판"


변영철 변호사가 2월 12일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갑상선암 공동소송의 의미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변영철 변호사는 강연 말미에 “질 수 없는 재판”이라는 말을 했다. 상식에 기초한 판결이라면 어떠한 경우에라도 한수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균도네 소송 2심 재판의 선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탈핵운동 진영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기대한다. 균도네 소송 다음 변론일은 3월 20일 오후 3시 부산고등법원 406호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부산 = 정수희 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탈핵신문 2019년 3월호(64호/복간준비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