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핵평화, 해외

지구를 구할 것인가, 핵발전 산업을 구할 것인가

그레고리 야츠코(Gregory B. Jaczko) 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장의 지난 5월 17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요약해서 싣는다. 그는 올해 초 『악당 핵발전 규제자의 고백』을 출간했다. [편집자 주]




지구를 구할 것인가, 핵발전 산업을 구할 것인가

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장의 직언


핵에너지가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었다. 나 역시 소립자라는 전분 분야를 연구한 물리학자로서 핵발전 산업을 뒷받침하는 과학과 기술혁신을 존중했고, 1999년부터 민주당 보좌관으로 핵발전 이슈를 다루면서도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위험이 핵발전의 위험 보다 크다고 여겼다. 하지만 2005년부터 내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그레고리 야츠코



나는 4년 가까이 핵정책에 관여하면서 이 산업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고,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일하면서는 핵발전이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인상적인 과학적 위업일 뿐 아니라 하나의 강력한 비즈니스이기도 했다. 나는 2009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명으로 NRC 의장이 되었고, 임기 2년 만에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4기의 원자로가 파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몇 달 동안 미국 대중들에게 핵에너지는 특히 미국의 핵에너지는 안전하다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즈음 내 스스로 그 주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NRC의 직원들은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개선 조치들을 내놓았지만, 화재, 지진, 홍수 같은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데 약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의회와 핵산업의 인사들뿐만 아니라 내 동료 위원들까지도 후쿠시마 사고가 핵발전의 잠재적 위험을 너무 부각시켜서 미국의 새 원자로 계획에 차질을 빚을까봐 우려했다.


동료들은 직원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공개하는 데 반대했다. 결국 내가 공개를 밀어붙였지만 핵산업은 위원회와 의회에 대한 로비를 강화했고, 보고서의 권고 다수를 인정하지 않거나 물타기하고 지연시키려고 했다. 결국 후쿠시마 사고가 난지 1년도 되지 않아 NRC는 권고 중 몇몇 경미한 안전 개선만 시행하면서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신규 원자로 4기의 면허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른바 ‘핵발전 르네상스’의 선봉인 이 4기는 지금 미국에서 가동되지 않고 있다. 2기를 건설하던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회사들은 90억 달러를 쓰고도 전기를 하나도 생산하지 못한 채 2017년에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건설을 맡았던 웨스팅하우스는 모회사인 그로벌 기업 도시바를 거의 무너뜨리는 수준으로 파산했다. 내가 NRC 의장일 때 면허가 발급된 나머지 2기는 조지아에서 건설되고 있지만 공기가 지연되면서 비용도 140억 달러에서 280달러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일본 핵발전소 40기 가동 안 해도 탄소배출 줄어

핵기술 기후변화 대응전략에 유효하지 않다


핵에너지의 비용과 안전에 대한 나의 염려는 기후 재앙에 대한 커지는 두려움으로 무뎌지곤 했지만, 후쿠시마 사고는 핵발전이 기후변화 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실험을 제공했다. 사고 이후 일본의 원자로 대부분이 가동 중단되면서 전체 전력생산의 30% 정도였던 탄소 무배출 전원 대부분이 사라졌다. 사고 8년 후 50기의 일본 핵발전소 중 10기 이하만이 가동을 재개했지만, 일본의 탄소 배출은 사고 이전 수준보다도 낮게 떨어졌다. 일본이 에너지 효율과 태양광에서 이룬 큰 진전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전력의 19%를 핵발전이 담당하는 미국은 어떨까? 탄소 배출 증가 없이 핵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게 가능할까? 만약 완전히 자유 시장에 맡겨진다면 답은 ‘예스’일 것이다. 핵발전은 지금 거의 모든 다른 에너지원 보다 비싸며 태양력,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원은 조지아에서 건설 중인 핵발전소나 이미 건설비용을 모두 뽑은 기존의 핵발전소 보다 더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악당 핵발전 규제자의 고백』(그레고리 야츠코)



이러한 동향을 목격한 나는 2016년에 해상 풍력발전 회사를 설립했다. 핵발전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하여 두려움으로 이어진 나의 여정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핵 기술은 더 이상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효한 전략이 아니며, 경쟁력 있는 발전원도 아니다. 그것은 위험스럽고, 비싸며, 신뢰할 수 없고, 핵발전 포기가 기후변화 운명의 날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진정한 선택은 지구를 구할 것인지 아니면 죽어가는 핵발전 산업을 구할 것인지 사이에 있다. 나는 지구에 표를 던진다.


요약번역 :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탈핵신문 2019년 6월호(6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