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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대만 국민투표, 탈핵의 다음 라운드 될까

차이잉원 총통 “탈핵이 지속적 목표”

국민당 제4핵발전소 개시 요구


국민투표와 총통 선거 

동시진행 여부도 쟁점


지난 4월 27일, 체르노빌 참사 33주년 기념일에는 대만의 타이페이와 가오슝 거리에도 1만2천명 이상의 사람이 모였다. 전국반핵행동(NNAAP)이 주최한 행진에는 녹색공민행동연맹, 지구공민기금회 같은 환경 단체들 외에도 핵발전에 반대하는 여야 정당과 대만 전역에서 온 시민들이 함께 했다. 행진은 노래와 드럼 연주, 재생가능에너지 시연이 함께하는 축제 분위기였다. 슬로건은 ‘핵발전과 고별’하고 녹색에너지를 끌어안자는 것이었다.


4월 27일 타이페이에서 진행된 탈핵 행진 / 사진 출처: 녹색공동행동연맹 홈페이지 


행진에는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참여하여 탈핵이 지속적 목표이며 민진당이 집권하는 한 이를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밝혀서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대만에는 전력 부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재생가능에너지 산업도 정부의 노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2016년 5월에 취임하면서 민진당의 정책에 따라 2025년까지 대만 내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기로 약속했으나, 지난 해 11월 국민투표에서 전기사업법의 ‘2025년 핵발전 제로’ 조항 폐지에 찬성하는 유권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정권의 낮은 지지율 영향 속에 탈핵 정책의 인기도 함께 낮아진 것인데, 그럼에도 정부는 기존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중단이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임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국민투표의 내용과 결과 모두가 법률적 의미와 정치적 의미에 논란의 여지가 컸던 탓에 대만에서는 또 한 차례 이상의 탈핵 국민투표가 준비되고 있다. 탈핵 진영에서는 두 개의 국민투표 제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하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 건설되고 운영될 때까지 대만의 핵발전소 건설이나 수명연장이 없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의견을, 다른 하나는 제4핵발전소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이를 박물관과 관광지 또는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기지로 전환하자는 것에 대한 의견을 유권자들에게 묻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편에 서 있는 국민당은 작년의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제4핵발전소 개시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최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제4핵발전소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묻는 국민투표 심의 안건을 통과시켜서 투표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대만 국민에게 구체적인 탈핵 정책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진검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국민투표와 총통 선거를 함께 실시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찬핵 진영에서는 두 선거를 따로 실시하면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함께 실시할 경우 정권 반대표가 탈핵 반대표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지난 국민투표에서 큰 타격을 받은 반핵 진영에서는 탈핵을 향한 진정한 민의를 확인할 기회를 벼르고 있다. 어느 쪽에서도 쉽지 않은 한판의 대결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탈핵신문 2019년 5월호(6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