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지역, 종교 등

‘한라에서 백두 넘어 핵 없는 세상’ 향한 발걸음

∥탈핵희망 국토 도보순례

‘한라에서 백두를 넘어 핵 없는 세상’ 향한 발걸음


2013년 6월 6일부터 강원대 성원기 교수가 중심이 되어 시작된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는 매년 여름과 겨울을 이용하여 두 차례씩 12차례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탈핵 도보는 지난 여름까지 334일 동안 6010.2km의 순례 길을 이어왔다.


탈핵순례단이 한라산 백록담에서 '한라에서 백두를 넘어 핵 없는 세상'에 대한 기원을 하고 있는 기도회 모습 ⓒ김광철


지난해는 남북미 정상 회담 등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우리 민족을 넘어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진행되어 왔다. 탈핵 순례단은 지난해 남북 정상 내외가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서로 손을 맞잡고 번쩍 치켜들면서 보여주었던 평화의 메시지와 감동을 올해는 한라산에서 재연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이런 흐름이 올해에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하면서 이번 겨울 탈핵 순례 길은 예년과 달리 ‘한라에서 백두를 넘어 핵 없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올해 탈핵 순례는 1월 11일 한라산 백록담에서 시작하여 제주를 완전히 일주하고 영광 핵발전소로 넘어가서 전주와 천안, 성남, 광화문을 거쳐 임진각에 이르는 길을 걷고 있다. 33일 간 650.3km의 탈핵 순례 길을 이을 예정이다.


이번 제주 구간의 탈핵 순례는 1월 10일 제주도청 앞 기자회견으로 시작을 알렸다. 마침 영리 병원 반대와 제2공항 반대를 외치며 단식 농성 중인 김경배 씨와 제주 시민, 사회단체 회원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입장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탈핵 순례 길을 열었다.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강원대 성원기 교수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한국 천주교의 정의평화위원회 등의 도움을 받아 탈핵 순례 길에서 지역의 성당들을 이용하여 잠자리를 해결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지역의 불교 사찰이나 시민단체나 마을회관 등의 건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번 탈핵 순례에서도 제주 동문성당, 한림성당, 정난주성당 등 여러 성당 등을 찾아 잠자리를 해결하면서 순례 길을 이었다.


4.3평화공원에서 참배를 하고나서, 4.3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제주대 윤용택 교수와 탈핵 순례 참가자들 ⓒ김광철


탈핵 순례는 정해진 인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탈핵 순례 길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환영한다. 성원기 교수는 처음부터 끝나는 날까지 전 일정을 이끌고 있지만, 이번 순례 길에도 전직 교장인 박보영 씨와 생명 평화의 춤을 추는 박소산 씨 등과 같이 전 구간을 순례하는 사람들도 있고, 며칠 또는 하루, 한나절만 참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외에도 청주, 김해, 대전, 의정부, 수원 등지에서 온 시민 등 20여 명 내외의 사람들이 순례 길을 이었다. 제주 지역에서는 제주대 윤용택 교수, 전교조 전 제주지부장을 지낸 ‘아이건강국민연대’의 이용중 대표, 한강범 전교조 전 울산지부장, 전교조 전 현직 지부장 등이 함께 걷고 잠자리를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었다.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제주교사모임’ 소속인 종달초등학교의 김명선 교장과 양재성, 최진욱 교사 등도 함께 걷고,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후원을 하기도 하였다.


이번 제주 탈핵 순례는 1월 11일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한라에서 백두를 넘어 핵 없는 세상’에 대한 기도회를 시작으로 출발했다. 둘째 날에는 산천단을 찾아, 옛날 제주 목사들이 한라산신께 제사 지냈던 것과 같이 한라산 천지신명께 ‘핵 없는 세상에 대한 염원’을 담은 고유제를 지내기도 했다. 제주 탈핵 순례 길에는 제주 4.3 평화공원과 너븐숭이 참배, 해녀항쟁, 보도연맹 사건으로 희생된 ‘백조일손지묘’ 참배, 강정마을을 방문하여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제주의 아픔을 함께 하여 더욱 의미 있는 순례 길이 되었다.


강우일 주교와 신자들도 탈핵 순례길에 나서


1월 21일에는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와 부교구장인 문창우 주교, 한림성당과 조천 성당, 제주교구의 신부, 수녀, 신도 등 70여 명이 탈핵 순례길을 이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성원기 교수는 “제가 6년째 탈핵 순례 길에서 많은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함께 해 주셨지만 주교님이 직접 나서 주신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무척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미 1월 10일 제주 기자회견을 마친 탈핵 순례단의 성원기 단장과 정병철 수사 등은 제주교구청을 찾아 강우일 주교를 만나기도 했다.


탈핵순례길에 함께 하고 있는 천주교 제주 교구장인 강우일 주교와 천주교 신자들 ⓒ김광철


한국 천주교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탈핵의 길로 나서는 데에는 강우일 주교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한다. 2013년 당시 주교회의 의장이었던 강우일 주교는 ‘핵 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소책자를 내고, 정부 당국을 향하여 “개인들의 성찰과 결단을 토대로 적극적인 탈핵 정책을 수립하여,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수호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참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힘써 달라”라고 촉구하면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탈핵’ 노선을 채택하는데 앞장섰다고 한다. 그런 분이기에 강우일 주교와 성원기 교수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보였다.


김광철 초록교육연대 공동대표

탈핵신문 2019년 3월호(64호/복간준비 2호)


편집자 주 : 탈핵희망국토순례단은 제주에 이어 영광 - 고창 - 전주 - 완주 - 논산 - 공주 - 천안 - 평택 - 용인 - 성남 - 광화문 - 파주 - 문산을 거쳐 2월 24일 임진각까지 탈핵 순례를 했다. 임진각에서는 탈핵미사를 드리고, 오후 5시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번 탈핵도보순례는 1차 1월 11일부터 28일까지 17일 간, 2차 2월 9일부터 24일까지 16일간, 총 33일간 650.3km를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