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계에 들어선 일본 탈핵운동
일본 ‘잘 가라, 핵발전 10만명 시위’ 참관기
타카노 사토시(高野聡, 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7월 16일, 나는 도쿄 요요기공원에서 열린 ‘잘 가라, 핵발전 10만명 시위’에 참가했다. 이 시위에는 17만명이 참가해(주최측 발표), 반핵발전 운동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이상할 정도로 해방감이 없어 여러 의문이 들었다.
첫째 의문은 집회 공간이 평소의 사회구조와 거의 유사했다는 점이다. 유명한지 아닌지에 따라 대우가 달라, 현장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무대가 4개로 나눠져 있었는데, 내가 있었던 제3무대에서는 예를 들어 무명 가수가 노래하는 중에 시위대가 앞을 지나가는 등의 상황으로 일반 발언자 중 몇 명은 발언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참가했던 유명 음악가나 소설가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또한 아들이 핵발전소 노동자라는 어머니의 발언은, 모두가 들을만한 내용이었는데도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제3무대였다는 점이 아쉬웠다.
둘째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서도 정부 정책을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문제제기가 부족했다.
셋째로, 투쟁 현장과의 연대라는 자세가 결여됐다. 오오이핵발전소 3호기 재가동 직전에는 각지에서 현장에 모인 사람들이 각각 자유로운 수단으로 저항하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비하며, 현지 주민들이 빨래를 도와주기도 했다. 현장은 일체감과 해방감으로 가득 차고 민주주의와 자치를 피부로 실감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쿠오카에서는 규슈전력 본사 앞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투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최근 인종차별적 극우집단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를 결코 용서하지 말고 현지와의 연대를 대대적으로 밝히는 것이 필요했다.
이러한 방법은 어떨까? 누구나 수평적인 관계에서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서 토론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전략을 공유하는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기존 사회가 아닌 ‘다른 세계’를 지향하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다.
예를 들면 오오이발전소 앞에서 발전소로 통하는 터널을 하루동안 막아서고, 또 발전소 직원들의 출입을 막는 등의 직접행동으로 싸웠던 사람들이랑 함께 다음 행동을 준비하는 워크숍은 어떨까. 그들은 1만명 있었다면 정말로 재가동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1만명은 17만명의 10%에도 미치지 않는다.
또는 핵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위한 대규모 고소단 결성과 지원을 준비하는 워크숍도 좋다. 이미 후쿠시마에서는 피해주민들이 후쿠시마핵발전소 고소단을 조직해 책임자들의 형사재판을 요구하며, 후쿠시마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집회에서 고소단 결성을 호소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법을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핵마피아들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한 사람도 지지 않았다. 그들은 감옥에 가야한다.
그 외에도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노동자를 초빙해서 피폭노동 실태에 대해서 생각하는 워크숍도 유익할 것이다. 최근에도 피폭선량계를 납으로 덮어서 일을 시켰다가 발각됐다. 복구작업으로 떼돈을 버는 업체들에 철저히 저항하는 한편 피폭당하며 일하는 노동자를 강력히 지원하는 피폭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노동조직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다.
안타깝게도 사상 최대의 집회를 열어도, 매주 만 단위의 시위대가 총리관저를 둘러싸도, 핵추진파가 제멋대로 굴고 있는 것이 일본의 현황이 아닌가. 핵마피아들이 정말로 싫어하는 전략과 실천이 부족하지 않는가. 정치인에 대한 낙선운동, 핵으로 돈을 버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언론에 대한 수신료 거부 및 구매 거부, 고소와 고소단 지원, 그리고 현지 직접행동 등등. 선행사례를 연구하면, 현재 운동에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다. 이제 강력한 반격을 시작해야 할 때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대중적 힘은 지금까지의 탈핵운동을 통해 형성되었다. 일본 탈핵운동이 한층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발행일 : 201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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