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사고 피해지역의 장애인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9월22일, 서울 성북구 문화예술카페 별꼴에서 시민단체 ‘핵없는 세상(‘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과 별개 단체임)’ 주최로 후쿠시마현 고오리야마시(郡山市,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 50~60km의 거리에 위치)에서 자립생활센터 대표와 피해지역장애인지원센터후쿠시마 대표를 맡고 있는 시라이시 기요하루(白石清春) 씨의 강연이 열렸다. 시라이시 대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자, 그 전설적인 ‘푸른 잔디 모임’ 회원이기도 했다. 그의 강연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지진 당일, 시라이시 씨는 건물 3층에 있었는데, 지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춰버려 도우미가 그와 전동휠체어를 계단을 통해 1층까지 내려 줬다.
비상사태 시, 피난할 수 없는 장애인들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핵사고로 인해 현재 약 16만명이 후쿠시마현 내외로 피난해 있다. 피난소를 전전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고령자, 그리고 장애인들 약 1000명이 사망했다. 연안지역에 있던 어떤 장애아 시설은, 입소 장애아와 직원 모두 지바현으로 피난갔다. 피난 도중에 한 명이, 그리고 피난처에서 또 한 명이 죽었다고 한다.
미나미소마시(南相馬市,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20km 거리에 위치)는 3.11 이전에 7만 명이던 인구가, 한때 1만 명까지 줄었다(현재는 4만 명). 남게 된 1만 명 중 대부분은 고령자와 장애인, 그리고 그들을 돌봐야 하는 가족이었다.
젊은 사람을 중심으로 피난을 가버려, 장애인의 생활을 도와주는 일손이 부족했다. 장애 당사자가 운영하는, 장애인지원 단체가 없는 지역은 특히 심각하다.
후쿠시마현 외로 피난 간 후쿠시마현민은 6만 명이 넘는다. 장애인의 경우도 피난하고 싶은 사람이 많지만 주거환경, 교통편, 도우미 확보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 가능하다. 시라이시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피해지역장애인지원센터후쿠시마에서는, 가나가와현(도쿄도 인근에 위치)에 자리를 확보해 현재 두 명이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 외에 전국 각지 자립생활센터 지원을 받아 이주하게 된 장애인들이 몇 명 있다.
농지는 오염되고, 기업은 빠져나가고
장애인의 고용 확보를 위해 운영되는 사업소 중 농장을 운영하는 곳은 높은 방사선수치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었다. 유기농업을 실천해 맛있는 채소를 재배해 왔다고 한다. 농업 이외는 대부분 기업의 하청이었다. 쓰나미와 핵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일이 전혀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사고 때문에 후쿠시마에서 빠져나간 기업도 많다.
그에 대한 하나의 대책으로, 미나미소마시는 8곳의 사업소가 연계해 빈 깡통을 재료로 배지를 만들어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하곤 한다.
장애인은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
어느 후쿠시마 여성은 ‘타 지역 남성과 결혼한다면 자신의 본적을 말소시키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작년 여름 이후 이상할 정도로 낙태수술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후쿠시마현 조산원들이 인정했다.
반핵운동 중에 체르노빌에서 태어난 장애아 사진을 손 팻말에 붙여 행진하는 그룹이 있다. 이것은 방사능오염으로 장애인이 태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라이시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장애인이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취급받는 것이 아닌, 방사능오염으로 장애인이 태어났다 하더라도 사회에서 그들이 모두와 같이 생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 방사능오염으로 인한 장애인을 말살하는 것은 나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발행일 : 20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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