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자들이 김해영 국회의원(부산 연제,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추석연휴 직훈인 10월 11일(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조속한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피해 주민을 대표해 이진섭(고리), 황분희(월성), 황대권(영광) 씨와 관련 연구를 진행한 백도명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 등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현재 4개 핵발전소 주변지역 618명의 주민이 갑상선암 발병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한국수력원자력(주)을 상대로 공동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을 포함한 원고가 총 2,882명에 이르는 대규모 소송이다. 2015년 2월 25일 부산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이래 지난 10월 12일(목) 9차 변론에 이르기까지 2년이 넘도록 1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고리핵발전소 주변에 거주하는 이진섭 씨 가족은 2012년 7월 소송을 제기한 이후 1심에서 승소하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인데 5년째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법률 소송이 길어지면서 피해자들이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가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실시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에서 핵발전소 주변 여성의 갑상선암 발병이 2.5배 더 높게 나왔다. 이진섭 씨 가족도 정부의 역학조사를 근거로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주)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법률 대리인으로 내세워 정부의 역학조사 내용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법률 소송은 승소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정부는 소송 뒤에 숨지 말고 역학조사에 근거해서 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백도명 교수는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요청으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를 검증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비슷한 비율로 갑상선암이 증가했고, 방사선 관련 모든 암이 원전 주변지역에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라고 한다. 역학조사는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병이 핵발전소의 방사능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주)이 법정에서 갑상선암 증가의 원인으로 제시한 ‘과잉진료’도 사실이 아니었다. 백 교수는 “역학조사가 진행된 1990년에서 2011년 사이에 원전 주변지역보다 대조지역에서 건강 검진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이 건강 검진을 많이 받아서 갑상선암이 많이 발견됐을 뿐이라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해영 국회의원도 “정부의 공식 보고서 등에 원전과 주변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상관관계가 인정됐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갑상선암 공동소송에 참여한 암 발병자는 618명이지만 실제 피해자는 훨씬 더 많다. 원고 모집을 담당한 시민단체의 공신력 부족과 홍보 부족, 재판에서 졌을 경우 받게 될 불이익 때문에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가 많았다. 핵발전소 주변지역 갑상선암 문제는 소송에만 내맡겨두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서 모든 피해자를 구제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사안이다.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탈핵신문 2017년 11월호 (제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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