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변호사)
탈핵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 와중에 ‘환경’을 핑계로 핵발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상황인데, 핵발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 중에서 핵발전을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핵발전과 기후변화는 쌍둥이 같은 존재이기에, 탈핵과 탈석탄화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굳이 진보적이지 않더라도 합리적이기만 하면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3차 산업혁명』을 쓴 제레미 리프킨은 “원자력은 결코 깨끗한 에너지원이었던 적이 없다. 방사성물질과 폐기물은 항상 인간과 여타 생명체, 그리고 환경에 심각한 위협을 가해 왔다”고 적고 있다. 그래서 제레미 리프킨은 핵발전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에서 가능성을 찾는다.
본질적으로 보면,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은 유사한 발전방식이다. 대규모로 전력을 생산해서 소비지까지 초고압 송전선을 통해서 공급하는 중앙집중식 발전방식이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모두 수도권 같은 인구밀집지역을 피해 바닷가에 건설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지역의 주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런 발전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화석연료든 우라늄이든 고갈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방사능, 미세먼지,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한다. 핵발전소는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기체와 액체형태로 대량의 방사능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이다. ‘핵발전은 친환경’이라는 주장이 근본적으로 틀린 이유이다.
그래서 안전을 생각하면,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이라는 중앙집중식 발전방식을 지역분산발전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지역분산형 전력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한편 기후변화 때문에 핵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도 옳지 않은 얘기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핵발전을 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그동안 석탄화력발전소는 건설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대한민국은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동시에 대량으로 건설해 왔다. 대한민국의 핵발전소는 25개까지 늘어났고, 석탄화력발전소도 59개까지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지금 핵발전을 옹호하는 소위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키기 위해 무엇을 했나? 그들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진실은 이렇다. 핵발전소를 줄이고 있거나 아예 가동을 하지 않은 여러 나라들은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핵발전과 석탄화력이라는 쌍둥이를 모두 멀리하고 있는 것이다.
덴마크는 1980년에 1인당 12.73톤이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5년 6.51톤으로 줄였다. 1인당 배출량을 절반수준으로 줄인 셈이다. 그런데 덴마크는 1980년대에 사회적 토론과정을 거쳐서 핵발전을 아예 시작하지 않은 국가이다. 그리고 일찍부터 전력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개발하여 지금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온 것이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논리이다.
1978년 국민투표를 거쳐 다 지은 핵발전소를 가동하지 않기로 결정한 오스트리아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2년 7.36톤 수준이다. 2012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1.68톤인 대한민국보다는 훨씬 낫다.
2022년 탈핵을 선언한 독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1991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1.62톤이었지만, 2013년에는 9.22톤으로 줄였다. 그 사이에 독일은 탈핵을 결정하고 실행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다. 안전하지도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으며 미래가 없는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에서 벗어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진짜 환경을 생각한다면, 탈핵-탈석탄화력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탈핵신문 2017년 8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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