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새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특히 신고리5,6호기 백지화 여부를 두고 원자력업계의 반발이 거세 보인다. 친원전 전문가들은 미국, 일본, 중국에서 원전붐이 일어나고 있고, 원전이 줄면 ‘전기요금폭탄’에다 우리나라 산업기반이 단번에 무너질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는 ‘침소봉대’이자 원전업계의 항변에 불과하다. 석탄, 석면산업이 공해산업으로 퇴출되고 있듯이 ‘불안하고 불완전한’ 원자력산업도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원자력사업은 사양산업이며, 대세는 재생가능에너지이다. 세계원자력산업동향보고서(WNISR)과 영국 석유기업 BP의 2000년~2015년 세계 풍력, 태양광, 원자력발전 설비용량 추이 자료를 보면 2000년에 비해 2015년말 원자력이 27GW(신고리5,6호기의 경우 2.8GW) 늘어났다면 태양광은 229GW(8.5배), 풍력발전은 417GW(15.4배)이다. 1997년~2015년 세계 전력 생산변화 추이를 봐도 1997년에 비해 2015년말 원전은 178TW 늘어났는데 비해 태양광이 252TW(1.4배), 풍력이 829TW(4.7배)이다. 원전은 2010년 366TW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경우 원전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2015년말 현재 시설투자는 원전이 27GW인데 비해 태양광은 43GW(1.6배), 풍력이 146GW(5.4배)이다. 풍력 투자가 원전보다 5배가 넘는다. 이것이 팩트다. 세계원자력산업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은 1995년 세계 전력의 17.6%를 차지했으나 2015년말엔 10.7%로 떨어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원전에 비해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세계 평균 kWh당 발전단가가 2014년에 석탄 60년, 원자력 120원, 태양광 180원, 풍력 90원이던 것이 불과 3년 뒤인 2020년에는 석탄 70원, 원자력 130원, 태양광 80원, 풍력 70원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자력보다 싸지는 ‘제너레이션패리티(generation parity)’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A)가 발표한 세계 지역별 육상풍력발전의 발전단가는 2014년 kWh당 6~12 센트(67원~134원)로 2010년보다 7~12% 하락했다. 2015년 태양광의 발전단가도 2010년보다 약 58% 하락한 12센트이다. 우루과이의 경우 8.6 센트(97원)까지 내려갔다. 태양전지모듈가격이 2010년보다 2015년엔 65~70% 하락했다.
그러면 전기요금은 얼마나 올랐을까.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공개한 산업부 자료에서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노후원전 8기를 멈추기 직전 해인 2010년 MWh당 244유로에서 2015년 295유로로 21% 상승했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119유로에서 149유로로 25% 상승했다. 일본의 경우 원전비율이 2010년 26%에서 2015년 0.3%로 줄어든 5년 새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20.37엔(204원)에서 24.21엔(243원)으로 19% 상승했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13.65엔(137원)에서 17.65엔(177원)으로 29% 인상됐다. 2011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상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4.4%로 높일 경우 실질전기요금 상승률을 39.3%로 예상했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10년간 2%를 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찔끔인상’이 아니라 체계적인 인상이며, 에너지절약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48%나 올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 10년간 휴대폰 통신비는 얼마나 올랐을까.
전 정부는 전력수요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지난 10년의 피크수요를 근거로 미래 발전비용을 과다추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다수호기, 활성단층문제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한 신고리5,6호기의 ‘졸속허가’야말로 부울경지역 주민에게는 ‘국가폭력’이었다. ‘원전업계를 위한, 원전전문가에 의한 정책’이 아니라 이제 주권자인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원전쇄국’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의 개항’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탈핵신문 2017년 7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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