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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급하지 않게, 그러나 급진적으로”

 

솔직히 이 글을 쓸 자신이 없다. 지금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어떤 주장을 한다 해도 그 주장대로 실천할 자신감이 없다는 게 두 번째 이유이다.

 

며칠 전, 한 친구로부터 이런 비판을 받았다. “네가 울산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공포를 솔직히 마주하지 못하는 비겁함 때문이야.” 이 친구는, 후쿠시마사고 이후 공포 때문에 3년 전에 울산을 떠난 친구이다. 지진이 없었더라면 친구의 과민함을 탓했겠지만, 지진을 경험한 이후라 순간 부끄러움을 느꼈고, 오히려 내게 되묻게 되었다. “, 비겁한 거 아냐?”

 

서생면 주민들이 묻는다. “신고리5·6호기 반대하려면, 고리2, 3, 4, 신고리1, 2, 3, 4도 중단하라고 해야지요?” 물론, TV토론에서도 어떤 찬핵 교수가 똑 같은 말을 했다. 어쩌다 우리(?)가 저들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되었나 싶지만, “오케이, 바로 그게 우리가 바라는 바!”, 조롱에는 조롱으로 답하면 된다. 그러나 서생 주민들의 항변은 다르다. 그들은 진실로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들, 비겁한 거 아냐?”

 

솔직히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진 이후, 탈핵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지진 이후 지형이 분명히 달라졌는데도 나의 실천은 달라진 게 없으며, 이전에는 명확해 보였던 우리의 요구 - 노후핵발전소 폐쇄, 신규핵발전소 반대, 재생에너지 확대- 가 이젠 허무해 보이며, 그렇다 해서 지금 당장 지진대 위의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라!”라고 주장하며 실천할 용기도 없다고. “그럼, 넌 도대체 뭐야?”, “너는 지금, 어떻게 싸우고 있는 거지?” 이런 질문이 저절로 고개를 쳐든다.

 

실체가 없는 적, 지진 이후 내가 빠진 딜레마는 나의 인식 틀에 들어오지 않는, 어쩌면 백만분의 1 확률일 수도 있고, 지금 당장 100%일 수도 있는 너무나 불투명한 적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도박이란 말 외에 정의할 수 없게 된 상황. 실체 없는 공포 앞에 외면하거나 무기력해지거나, 이 외 다른 길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상황. 그래서 나는 지금, ‘그냥!’, ‘닥치는 대로!’ 싸우고 있는 중이다. 잘될 거란 희망이 없어도, 최악의 절망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칠 수는 있다. 가만 생각해보니, 후쿠시마사고 이후 나의 유일한 전술은 이거였다. 외면과 무기력이란 최악의 절망에 맞서 몸부림치는 것.

 

그럼에도, 다시 또 물어본다. 지금, 우리가 지진대 위 모든 핵발전소를 하루라도 빨리 멈춰!”라 하는 것은 너무 과민해서 나온 비현실적인 주장일까? 아니면, ‘점차적이고 단계적인 탈핵이 비현실적인 것일까? 난 정말 모르겠다.

 

그러나 단 하나는 알겠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탈핵운동은 급격한 발전을 거듭했다. 고리1호기, 월성1호기, 삼척, 영덕, 기장 주민투표의 승리 그리고 밀양, 청도, 대전, 영광 등등그걸 핵마피아 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 일궈왔다. 그렇다면, 탈핵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에서 탈핵운동은?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건 우리에게 중요하지도 시급하지도 않다. 의도가 어떠하든 의도가 의도대로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건, 지난 정권시절 우리 힘으로 직접 증명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탈핵운동의 급진화가 아닐까? 지진과 문재인 정부의 탈핵선언은 이미 탈핵운동을 전 사회적 쟁점으로 급부상시켜 놓았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덜 준비되어 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이를 준비하는 게 아닐까?

조급하지 않게, 그러나 급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핵을 선언한 이후, 신고리5·6호기 건설 여부를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핵발전을 찬성하는 관련 업계와 연구자 등은 기자회견, 언론기고, SNS 등을 통해 정부정책에 반대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핵발전을 반대하는 대부분의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은 정부정책을 지지·응원하며 시민들에게 거리캠페인, 현수막, 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 지역대책위 등은 현 정부가 신고리5·6호기 건설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선거 당시 탈핵정책을 협약했던 신고리5·6호기 백지화 및 허가취소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하고도 있다.

 

탈핵신문 지난 7월호에 이경자 집행위원장(핵재처리실험저지30킬로연대)중단 없는 탈핵 공약의 조속하고 전면적인 추진을 촉구하며신고리5·6호기 공론화로 전면 탈핵의 방향을 제한해선 안 된다!’의 기고를 게재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 정도 되었다. 탈핵운동의 큰 흐름은 신고리5·6호기 공론화를 대응하기 위해, 한 여름 폭염에도 불구하고 시민 대상의 프로그램을 각각 기획하며 열성적으로 임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현 정부의 탈핵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향후 탈핵운동을 어떻게 전개해나갈 것인가라는 논란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에 탈핵신문은 탈핵운동의 담론형성과 상호 소통, 문제의식의 공유란 측면에서 관련 논의와 주장을 청탁 또는 기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면에 소개하고자 한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요청드린다 편집자 주.

 

 

탈핵신문 2017년 8월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