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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일본 고준위 처분장 후보지, 곧 발표 예정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 부지에 대해 일본 정부는 빠르면 올 여름까지 적합 지역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최종처분장을 건설하기에 ‘과학적으로 유망한 지역’을 표기한 전국 지도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관련 지자체들과 핵발전 반대 주민 및 시민사회 내 긴장감이 돌며, 대응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총 1만7천 톤의 ‘사용후핵연료’가 각 핵발전소 수조와 아오모리현(青森県) 롯가쇼 재처리공장 수조에 저장되어 있다.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방침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 후 유리고화체(플루토늄을 추출한 후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유리와 함께 녹여서 금속용기에 담은 것)로 만들어 지하 300m에 매설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2000년에 ‘특정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2002년 설립된 원자력발전환경정비기구(NUMO)가 처분장 선정에서 처리장 건설, 폐기물 매설 및 추후 관리 등 모든 과정을 맡게 되었다. NUMO는 그 동안 지자체에 대한 공모방식으로 최종처분장 부지 선정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공모는 2007년 고치현(高知県) 도요마치(東洋町) 지자체장이 독단적으로 응모한 1건에 머물렀고, 이 마져도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응모가 철회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2014년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새로운 부지 선정 방식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①정부가 먼저 ‘과학적 유망지’를 제시하되 ②미래 세대가 최선의 처분 방법을 재선택할 수 있도록 부지 선정의 ‘가역성’(정정 가능성)과 최종 처분장에 반입된 폐기물의 ‘회수 가능성’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2015년 일본 정부는 ①의 ‘과학적 유망지’ 선정 과정에 대해, 일본 열도 전체를 ‘적정성이 낮은 지역’, ‘적정성이 있는 지역’, ‘적정성이 보다 더 높은 지역(과학적 유망지)’ 3가지로 나눈 200만분의 1 크기의 지도를 2016년 말까지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도 제시는 작년 까지 실행되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올 여름까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과학적 유망지’ 선정에 대해 정부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밝히고 있다. ①화산 근방 ②활성단층 근방 ③융기, 침식이 큰 범위 ④지온(地溫)이 높은 범위 ⑤완신세(完新世, 지질 시대 신생대 제4기 최후 시대) 화쇄류(火碎流, 여러 가지 화산 쇄설물이 한 덩어리가 되어 고속으로 지표를 흘러내리는 현상) 등의 분포 범위 ⑥연약 지반을 가진 범위 ⑦유전, 가스전, 탄전(석탄층이 있는 지대)이 있는 지역이라는 일곱 가지 조건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지역을 과학적 유망지로 선정한다. 더 나아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선박으로 수송하는 것을 고려해 항만에서 거리가 20km 범위는 보다 적정성이 높은 지역으로 간주된다고 밝히고 있다. 


지도 발표 후 ‘과학적 유망지’로 제시된 복수 지자체에 대해 NUMO가 중점적으로 대화활동을 전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 후 입지 선정 과정은 NUMO가 20년에 걸쳐 문헌조사(과거 이력 등 자료 조사), 개요조사(볼링 조사 등), 정밀조사(지하조사 시설에서 조사, 실험 등)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면서 해당 지자체 및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최종적으로 처분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그림  : 일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입지 선정 과정 (다른 장면 10, 탈핵신문 2014년 11월호)

 

이에 대해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의 반 히데유키 대표는, 일본 반핵신문 2017년 5월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먼저, ‘과학적 유망지’는 문헌 조사가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 결정되지만, 한번 유망지로 선정되면 그 후 처분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점이다. ‘과학적 유망지’를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지하 심층부의 암반 균열 상황이나 지하수 흐름과 속도에 대해서는 파악되지 않는다. 그 지역이 정말로 최종처분장으로 적당한지에 관해서는 그 후에 NUMO가 진행할 개요조사와 정밀조사를 통해 밝혀진다. 정부는 후보지 선정의 ‘가역성’을 담보하지만 NUMO는 개요조사와 정밀조사 단계에서 ‘후보지 각하 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결국 복수의 ‘과학적 유망지’ 중에서 ‘종합평가’로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지역이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NUMO가 사후 실시할 조사 결과들이 과연 공정할 지를 증명할 수단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 또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 역시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장 문제가 논란 중인 상황에서, 향후 일본 최종처분장 결정 과정의 동향을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탈핵신문 2017년 6월호 (제53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