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엄청난 손실로 채무초과…해외 핵발전소 건설사업 철수 표명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기업이자, 핵발전소 제조사인 ‘도시바’가 채무초과(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상태)에 빠졌다.
지난 2월 14일 발표에 의하면, 미국에서 핵발전소 건설에 관계하는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가 6253억 엔이라는 손실을 냈고, 일본 국내도 포함해 핵발전사업 전체 손실액이 7125억 엔에 이른다고 한다. 도시바는 2015년 발각된 분식회계(기업이 재정, 경영 실적 등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할 목적으로 부당한 방법으로 자산, 이익 등을 부풀려 계산하는 회계) 문제 이후, 수익성이 높은 의료기기사업을 매각한 직후였다. 이번엔 반도체메모리사업을 분사(分社)하여, 그 주식 과반을 매각함으로써 경영위기를 극복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
한편, 핵발전사업과 관련해서는 1월 27일 해외 핵발전소 건설사업에서 철수할 것을 표명했고, 앞으로는 핵반응로(=원자로) 제조와 납입, 보수, 그리고 폐로 사업으로 특화할 계획이다고 한다.
도시바가 WH를 매수한 것은 2006년의 일이다. 일본 핵발전소 제조사인 미쓰비시중공과의 입찰경쟁에서 도시바는 약 5400억 엔을 투입했고, 그 후 다른 회사가 소유하던 주식까지 인수하여 그 투자액은 6600엑 엔에 이르렀다. 이 금액은 WH의 순자산보다 훨씬 컸으며(그 차액 약 3300억 엔, 브랜드가치나 미래의 기대수입 등 고려), 라이벌인 미쓰비시중공은 “그 절반이라도 비싸다”고 질려했다(2015. 7. 27 AERA).
그러나 그 당시엔 ‘원자력르네상스’가 주창되고 있어, 도시바는 핵발전소 건설이 앞으로 전 세계에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수주가 늘어나면 애초에 비싸게 사왔어도, 결과적으론 저렴하게 될 것이라고. 도시바는 2015년도까지 핵발전 39기 수주라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2007~2008년 불황과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를 겪어며, 핵발전 사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2015년, 도시바의 분식회계가 발각됐다. 벌이를 실제보다 많이 올린 것처럼 꾸민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WH의 감손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다른 부문에서 어떻게든 이익을 내려 했던 것이 분식회계까지 이른 것이었다. 감손처리란 자산의 수익성이 낮아져서 투자액 회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을 때, 그 자산 하락액이나 남은 자산액을 재무제표에 기재하는 일이다. 이 처리를 하면 줄어든 자산액이 손실이 된다. 그래서 도시바는 핵발전사업에 대해 ‘순조롭다’고 계속 주장하며 감손처리를 미뤄 왔다. 도시바는 작년 4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핵발전사업의 감손처리를 했다(2476억 엔).
미국 내 건설중인 핵발전소 4기, 규제 강화 등으로 건설비 증가…발주회사 등과 갈등
이번 7천억 엔이 넘는 손실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에서의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WH는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4기씩 핵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미국에 건설 중인 4기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규제 강화와 공기 지연으로 건설비가 증가했으며, 그 증기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가를 두고 공사를 발주한 전력회사와 건설을 담당하는 CB&I, 그리고 WH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졌다. 이 꼬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2015년 10월, WH가 CB&I의 자회사 S&W를 매수하게 됐다(매수액은 약 270억 엔).
이 조치 또한 어느 도시바 관계자에 의하면 “S&W를 매수하지 않으면 WH는 2015년 중에 감손처리를 해 하는 처지로 몰렸을 수도 있다. 자산을 사정(査正, 조사·심사하여 결정)하는 등의 시간은 적었으나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日経ビジネスONLINE 2016. 12. 28)고 한다. 다시 말해 감손처리를 회피하려고 매수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감손처리는 진행됐고, 게다가 매수한 S&W은 자산가치가 예측을 대폭 밑돌았다(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 수수께끼가 많다). 그것이 이번 WH의 6253억 엔이라는 손실로 나타났다.
도시바가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메모리부문을 매각하면 남는 것은 핵발전사업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핵은 돈이 안 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팔려고 해봤자 아무도 사지 않는다. 그럼 비용이 불어나기만 하는 미국 핵발전소 건설에서 철수하는 길은 어떤가? 이것도 철수하면 위약금 7934억 엔을 물어야 한다(経済プレミア 2017. 2. 17). 도시바로서는 건설비 증가를 조금이라도 억제하면서 이미 계약해 버린 핵발전소를 짓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중국에서 건설 중인 4기도 준공이 연기되고 있다. 이 또한 향후 이번과 같은 손실을 낼 수도 있다.
탈핵신문 제50호 (2017년 3월)
고노다이스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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