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다 데쓰나리·가마나카 히토미 저, 송제훈 역,
『안젠데스까 안전합니까 : 원자력과 자연에너지와 우리들의 삶』, 서해문집, 2012
이 책의 초판 1쇄는 2012년 3월 11일, 즉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딱 1년이 되는 날 발행되었다. 지금 이 책을 다시 펼치게 된 것은 “안젠데스까”, 즉 한국말로 “안전합니까”라는 물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잦은 지진과 화산 분출, 태풍이 익숙한 풍경인 일본이지만 후쿠시마사고 이후 이런 자연환경과 지리적 조건을 가진 나라에서 핵발전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선택한 것은 큰 오류였다는 반성이 일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그것은 일본의 일이었다. 그리고 경주에서 잇달아 일어난 진도 5 이상의 지진은 한국도 그런 염려에서 예외가 아님을 불현듯 알려주었다.
물론 정부와 핵발전 관련 기관의 대답은 언제든 “안전합니다”이다. 진도 6.5 또는 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되어있고, 쓰나미를 대비한 방벽이 갖춰져 있거나 보강할 예정이고, 이중 삼중의 비상 방호체계가 완비되어 있다는 설명이 준비되어 있다. 그럼에도 비단 경주와 울산, 부산 시민들뿐 아니라 많은 한국 국민들이 강진이 일어날 때마다 핵발전소의 안위를 물어보고 있다. 예상되었으되 예상 밖으로 일어날지 모를 사고의 위험, 그것을 방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상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이른바 전문가와 언론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의 1부는 후쿠시마사고 이전까지 일본사회의 주류에 속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의 대담으로 전개된다.
한 사람은 한국에서도 에너지 민주주의와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연구로 제법 알려져 있는 이이다 데쓰나리 씨이다. 교토대학 원자력핵공학과를 수료하고 박사가 되어 대형 철강회사와 전력 관련 연구기관에 몸을 담고 있다가, 그 자리를 버리고 외로운 반핵 전문가의 길을 택했다. 후쿠시마사고 이전에도 몬주 사고를 비롯한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는 일본의 핵발전소들을 보며, 그리고 추상적인 수치 뒤에 숨어서 ‘안전하다’는 말, ‘핵발전 아니면 대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학자와 언론들을 보며 이이다 씨는 스스로 다른 목소리를 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또 한사람은 이런 일본의 주류 미디어의 안전 신화에 공모할 수 없었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가마나카 히토미 씨다. 가마나카 감독은 핵발전의 어두운 면 못지않게 에너지 전환의 희망도 함께 영상으로 전하고자 노력해왔는데, 그녀의 영화 《꿀벌의 날개소리와 지구의 회전》은 자연에너지 이용에 앞장서는 스웨덴의 상황과 30년 동안 핵발전소 건설 저지 운동을 벌이고 지금은 100% 자연에너지 이용 계획으로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이와이시마의 모습을 비교해 담았다. 가마나카 감독과 한국 언론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로 진행되는 2부에서 가마나카 감독은 한국의 언론 상황을 오히려 걱정하는 한편, 열정적인 3%의 시민이 시작하면 전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도 피력한다.
두 사람은 ‘안전’이라는 말에 주문 같은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 건강에 영향은 없다’와 같은 것인데, 사람들은 사실이 어떤가 하는 것보다 오히려 ‘안전하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고 더 불안하니 더욱 안전하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핵발전의 안전 신화는 재생산되지만 그러나 안전한 가동은 사고가 나기 전까지만 가능한 것이다. 구마모토 지진과 아소 화산의 분출 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경주의 지진은 한국의 우리들에게는 오히려 적절한 시점의 경고로 다가온다. 책의 3부로 실린 김종철 선생의 생생한 강연록은 쉬이 읽혀 더욱 좋다.
탈핵신문 2016년 11월호 (제47호)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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