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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고창(한빛 관련)

200차 생명평화탈핵 순례 스케치 "월요일마다 떼는 발걸음, 탈핵의 새로운 역사"

924() 오후 2, 영광한빛 핵발전소 앞에 걸어서 탈핵까지, 200번의 기도펼침막이 걸렸다. 생명·평화·탈핵 순례(이하 탈핵순례) 200차를 서로 위로하고 연대하는 자리이다.

 

오전 10시 반 영광군청 마당에서 탈핵 염원 기도와 구호를 마치고 도보 순례를 한 약 3백여명의 순례단은 영광 스포티움 광장에서 끝내자 핵발전소가 새겨진 노란 우산으로 탈핵퍼포먼스를 펼쳤다. ‘태양과 바람의 공원이 있는 홍농교당(영광 홍농읍) 마당에는 그간의 순례사진이 전시되고 탈핵뮤지션의 바이올린 연주와 노래가 흘렀다.

 

원불교환경연대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참사 때 핵발전 문제의 심각함을 새삼 절감하며,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원불교대책위를 만들었다. 발걸음은 여러 차례 영광 핵발전소로 향했고, 영광군청에서 발전소까지 걸으며 탈핵을 앞당기는 기도를 시작하기로 결의했다. 매주 월요일이면 걷기 시작한 이 22km 탈핵순례가 4년이 다 되어가고, 지난 919()2백회를 맞아 누적 걸음만 4400km가 되었다.

 

인도가 따로 없는 국도를 걸으려면 매연 뿜는 트럭도 감수해야하고 대형차가 질주할 땐 몸도 휘청거린다. 만만치 않은 이 월요 탈핵 순례길을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걸었다. 이날 원불교 교무는 물론 천주교, 불교, 개신교 등 이웃 종교 성직자들과 종교인, 탈핵단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첫 갑상선암 소송을 낸 이진섭 씨와 그 아들 균도 부자, 장영식 다큐 사진가, 통일운동을 하면서 여러 차례 투옥된 한상렬 목사, 농사지으려 영광에 정착했다가 핵발전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는 황대권 대표 등 각양 각층에서 참가한 이들이 200차 순례 체험에 함께 나서며 핵발전소 없는 평화 세상을 기원했다. 부안 핵폐기장 반대 문화제 사회자였던 김희정 교장(변산공동체학교)과 함께 지난 5월 히로시마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은 탈핵 난장 마지막을 신나는 율동으로 장식했다.

 

원불교환경연대는 탈핵순례를 문자와 메일과 SNS를 통해 매주 안내해왔다. 그간의 순례 안내를 책갈피로 만들어 순례 체험자들에게 기념품으로 나누어주었다. 탈핵 순례 종착지인 핵발전소 정문 앞에서 둥글게 마주한 참가자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천지 부모 동포 법률에 큰절로 감사하는 4배로 마무리했다.

 

사진설명=생명평화탈핵순례가 끝나면, 늘 4배로 마무리한다. 이번에도 다함께 4배!

 

밀양송전탑대책위와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준한 신부도 페이스북에 세상이 뒤숭숭한 와중에 이날 행사를 가슴 뛰는 소식이라 전했다. 박혜령 사무국장(영덕신규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동해안에 닥쳐오는 자연의 경고는 우리가 변할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생각한다. 마지막이라는 위기감으로 하루빨리 탈핵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함께 싸우며 연대하겠다는 인사를 했다. 황대권 대표(영광핵발전소안전서확보를위한공동행동)요즘 원불교를 두고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최근에는 성주 사드 문제로 신문에 계속 나오고 있더라. 원불교 전 신자를 총동원해서라도 사드를 막겠다. 그리고 여기 있는 핵발전소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탈핵순례를 계속 하겠다. 대한민국에 이런 종교가 있는가? 신자수도 많지 않은 한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종교도 아닌데, 어째서 이렇게 대차게 나올까? 하나는 1대 교조의 생가 터이자 원불교의 탄생지에 핵발전소가 있고, 사드를 놓는 곳에는 2대 교주의 생가 터가 있다. 원불교라는 것이 대한민국 땅에 특수한 운명을 타고 탄생한 종교가 아닌가 생각했다. 원불교는 이 땅에 모든 모순과 중생들의 아픔을 끝까지 짊어지고 그것을 끌어안고 해원의 삶을 보여주는 종교가 아닐까 싶다, “200회를 축하하며 운명공동체로서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사진설명=핵반응로(=원자로) 돔이 보이는 영광핵발전소 앞에서, 200차 생명평화탈핵 순례 기념 탈핵난장이 진행됐다.

 

조현철 신부는 경향신문에 낸 경주 지진 앞, 오만과 겸손이라는 기고문 말미에 탈핵순례의 발걸음과 겸손이 저들의 오만이 불러올 핵발전소의 재앙을 막고 있는지 모른다. 이 땅의 안전과 생명에 평화의 길을 묵묵히 열어가고 있는 모든 순례자들의 발걸음에 축복을 보낸다200회 탈핵순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원불교 측 양대신문인 원불교신문한울안신문200차 탈핵순례 기념행사를 1면에 실어 크게 보도했다. 이태옥 사무처장(원불교환경연대)우리는 200차라는 탈핵 순례 역사를 만들었고, 월요일마다 떼는 발걸음 역시 탈핵의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며 행사 주관자의 한사람으로서 벅찬 소회를 드러냈다.

 

사진설명=당일 참석자들은 '끝내자 핵발전소' 노란 우산으로, '탈핵' 글자 만들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드론을 이용해 촬영했다.

 

 

탈핵신문 2016년 10월호 (제46호)

김복녀(원불교환경연대 탈핵정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