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사의 보도에 의하면, 일본정부는 지난 9월 21일, 원자력관계각료회의(이하 ‘각료회의’)를 열어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이하 ‘연구개발기구’)가 운영하는 고속증식로 ‘몬주’를, 이번 연말까지 폐로를 포함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합의했다. 이로써, 일본 핵연료사이클(순환)정책은 큰 전환을 맞이하게 됐다.
고속증식로, 미국·영국·프랑스·독일도 기술적 어려움으로 포기
고속증식로는 일반적인 핵발전소(경수로)에서 발전과정에서 생기는 플루토늄을 연료로 이용함과 동시에 사용한 양보다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하여 ‘꿈의 핵반응로(=원자로)’라고 불렸으나,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이미 미국과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도 이 계획을 포기했다.
‘몬주’는 일본의 핵연료사이클(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여 다시 발전 연료로 사용함)의 핵심 시설인데, 1994년에 임계(핵분열반응)를 달성하고 1995년에 발전을 시작했으나 불과 3달 만에 나트륨 유출화재를 일으켰고, 그 사고의 일부를 은폐했다는 사실도 발각됐다. 2010년 다시 운전을 시작했지만 4개월 만에 또다시 핵반응로 내 중계장치가 핵반응로 안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멈춰 있다.
원자력규제위원회, “‘몬주’ 안전하게 운전할 능력 없다, 운영주체 바꾸거나, 존재방식 재검토하라!” 권고
그 후에도 1만 건을 넘는 점검누락과 허위보고, 무려 54대나 되는 감시카메라 고장 방치 등이 잇따라 발각돼 작년 11월에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연구개발기구가 ‘몬주’를 “안전하게 운전할 능력이 없다”며,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에게 “‘몬주’ 운영주체를 바꾸거나, 그것이 어려우면 ‘몬주’의 존재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으며, 6개월 후를 목표로 결론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후쿠이신문(‘몬주’가 소재하는 후쿠이현 지역의 신문)에 의하면, ‘몬주’를 관할하는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 권고를 받아 연구개발기구에서 ‘몬주’ 관련 부문을 분리시켜 새 법인을 설치해서 존속을 도모할 생각이었으나, 전력회사와 플랜트 메이커의 협조를 못 받아 새 법인 설립이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각지의 핵발전소 재가동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일본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폐지론이 대두했다고도 한다(후쿠이신문, 온라인 FUKUISHIMBUN ONLINE 9월 13일).
‘몬주’, 현재까지 10조원 국비 투입, 유지비 1년에 2천억원…하지만 거의 가동된 적 없어!
‘몬주’는 현재까지 무려 1조엔(약 10조원)이나 되는 국비가 투입됐고, 지금도 유지비만으로 하루에 5500만엔(약 5억 5천만원), 1년에 약 200억엔(약 2천억원)이 낭비되고 있지만 거의 가동된 적은 없다. 재가동을 하려해도 일본 신 규제기준에 적합하게 하기 위해서는 ‘몬주’ 본체만으로 2000억엔(약 2조원)이 더 들고, 실제로 운전하려면 총 6000억엔(약 6조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9월 27일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성명서).
각료회의는 같은 날, “핵연료사이클을 추진함과 동시에 고속로를 연구 개발한다는 방침은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고속로’란 ‘고속증식로’가 아닌, 연료가 ‘증식’되지 않고 플루토늄을 연료로 하는 핵반응로다. 다시 말해 ‘고속증식로’는 포기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사이클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질적으로는 ‘핵연료사이클 포기’다. 즉 이 문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기서 떠오르는 의문점은 두 가지다. 첫째, 여기서 ‘핵연료사이클을 추진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둘째, 비용도 핵폭주 위험성도 경수로보다 큰 ‘고속로’를 왜 계속 개발하는가.
먼저 첫 번째는 각지의 핵발전소에 쌓여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언젠가 재처리를 거쳐 다시 연료로 사용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자산이지만, 핵연료사이클을 그만 두자마자 재처리 필요성 또한 없어져, 버리는 데 비용까지 드는 '부채'가 되어 전력회사의 경영을 압박한다. 따라서 이 말은 곧 ‘재처리를 계속하겠다’는 선언이다. 하지만, 일본의 롯카쇼재처리공장은 가동이 23번이나 연기되고 있다.
두 번째는 일본은 국제사회에 “잉여플루토늄을 보유하지 않는다(=발전에 필요한 만큼만 갖겠다)”고 공약했다. 따라서 이미 보유한 플루토늄을 소비해야만 한다. 그런데 플루토늄 소비는 파탄 상태이던 ‘몬주’를 핵심으로 한 본래의 핵연료사이클 대신, 경수로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연료(MOX연료)를 사용하는 플루서멀로 실시해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를 하지 않고 직접 버리는 것(직접처분)이 가장 위험성이 낮고 비용도 싸다. 잉여플루토늄 처분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는 MOX연료 생산비용이 애초 예측보다 20배나 커져서 직접처분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International Panel on Fissile Materials ‘MOX利用に代わる道 分離済みプルトニウムの直接処分オプション’ 2015년 4월)
고속로 목적 ‘핵폐기물 감량 및 유해도 저감’ 주장…실제로 제어할 수 있을지, 실용화 가능성 의문
또한 핵마피아들이 증식로 개발 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방사성폐기물 감량 및 유해도 저감’이다. 반감기가 긴 플루토늄을 핵분열시켜 반감기가 짧은 물질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생성되는 방사성물질의 종류를 실제로 제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하물며 실용화 가능성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결국 핵연료사이클정책 실패의 책임 회피와 핵마피아 이권 유지가 목적인 듯하다.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CNIC)은 지난 9월 2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고속증식로가 개발되어야 핵발전이 의의를 가질 수 있다고 해 왔다. 핵발전정책 자체의 근본적인 재검토로 나가야 한다.”
※탈핵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다른 장면》의 지난 <고속증식로 ‘몬주’>, <플루토늄>, <재처리> 등을 참고하시면 더욱 이해가 되실겁니다.
탈핵신문 2016년 10월호 (제46호)
고노다이스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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