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핵평화, 해외

핵무장론에 대한 비판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수년째, 그것도 악화된 형태로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북핵 대처 방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효적인 대책은 외면하면서 일부 정치인과 언론, 그리고 전문가들은 마치 구국의 결단이라도 되는 냥 독자적인 핵무장을 주장한다.

 

한국의 핵무장론은 몇 가지 팩트만 살펴봐도 이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주장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먼저 우라늄 광산을 보유한 북한과 달리 남한에는 우라늄이 없다. 또한 자체적인 핵무장 주기를 완성한 북한과 달리 남한이 핵무장을 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우라늄 농축 공장이나 재처리 시설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이 핵무장 추진 시 우라늄 수입이 막힐 것이기 때문에,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은 재처리 시설 건립이다. 하지만 재처리 시설은 최고의 위험 시설 가운데 하나여서 부지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고, 설사 확보하더라도 시설을 건설해 시험용으로 가동하고 무기급 핵분열 물질을 추출하는 데에는 최소한 2년 이상이 걸린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조치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핵무장을 하려면 이 조약에서 탈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을 추방해야 한다. 아울러 한미원자력협정을 대폭 개정하거나 탈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라늄 수입은 금지되고 한국은 핵발전 제로 시대에 돌입하고 만다. 자발적이고도 점진적인 핵발전 제로는 환영할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강요받게 되면 막대한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유엔 안보리 회부를 피할 수 없고, 다양한 국제적, 독자적 제재에 직면해 경제적 불이익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된다. 끝으로 모든 난관을 뚫고 핵무기를 개발하더라도 대한민국에는 지하 핵실험장을 건설하고 실험할 장소를 찾는 게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한국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퍼컴퓨터를 이용한 모의 핵실험은 실제 핵실험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확보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또한 현대식 핵무기는 경량화·소형화해서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게 필수적이고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핵실험을 거쳐야 한다. 플루토늄 방식에 의존하면 더더욱 그렇다.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점은 또 있다. 국내 보수파들은 미국도 가져가라고 했던 전시작전권을 미국한테 계속 맡아달라고 졸라댈 때에는 한국군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미국을 맹신한다. 그런데 미국의 핵우산을 믿을 수 없으니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어찌 이해해야 하는가? 이런 널뛰기는 미국 지한파들의 실소만 자아낼 뿐이고 한미동맹의 건강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독자적인 핵무장론자들이 주장하는 한반도에서 핵 대 핵의 대결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미국의 압도적인 핵 우위와 북한의 핵무장이 초래하는 한반도 제2의 핵시대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미국의 핵우산을 비롯한 강력하면서도 현명한 대북 억제력은 불가피하다. 이건 이미 있는 것이다. 두 가지가 추가돼야 한다. 하나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협상다운 협상을 해보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관계 정상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담판을 시도해야 한다. 이 같은 대안들도 익숙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해본 적은 없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탈핵신문 2016년 10월호 (제4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