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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히로시마 핵폭탄투하 71주년, 한일탈핵평화순례

히로시마 핵폭탄투하 71주년에 즈음한 지난 84~8, 한국과 일본의 탈핵운동 참가자들이 45일 일정으로 서울, 합천, 대구를 방문하는 탈핵평화순례를 진행했다.

 

20136월 영광, 합천 등 방문에 이어 두 번째로, 2011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래 한·일을 중심으로 수차에 걸쳐 탈핵순례(스타디투어 등)와 국제컨퍼런스 2015년 여름 한·일 공동 북미지역 탈핵평화순례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행사였다. 몬트리얼 세계사회포럼(89~14)의 탈핵 워크숍을 앞두고 지구적 연대를 모색하려는 구상도 포함되어 있었다.

 

8월 8일 한일탈핵평화순례단이, 서울유스호스텔에서 진행한 토론회 겸 전략회의 장면.

 

일본 핵의 역사와 현실, 세계 핵체제 대응 논의

남산의 서울유스호스텔에서 시작된 탈핵평화순례 첫 행사인 토론회에서는 일본의 아고 겐지 씨가 전후 일본에서 핵의 문제를 둘러싼 역사적 상황과 그 문제점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첫 발표를 했다.

 

일본에 핵발전소를 도입한 두 명의 정치인을 소개하며 핵폭탄의 피해와 참상을 겪은 일본이 어떻게 지진열도에 54개의 핵발전소를 설치했고, 후쿠시마사고 후 60% 이상의 국민이 재가동을 반대하면서도 왜 아베의 자민당을 지지하는지, 핵발전소 수출반대에 나서지 않은가 하는 등의 핵체제에 대한 역사적 성찰을 전개했다. 일왕 히로히토의 전쟁책임을 면책한 것, 일본 국민의 전쟁책임에 대한 역사인식 결여와 과학기술의 신봉, 경제성장의 신화에 사로잡혔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일본의 일국주의, 메이지 이래의 관료지배와 전후 대미의존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최근에는 자각한 개인 즉 민중의 각성이 일어나고 있어 희망적이라며 한·일간의 국제연대를 바탕으로 투쟁해 갈 것을 제안하였다. 뜨거운 이슈라 수많은 질문과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어 서울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김종일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이라는 주제로 북의 4차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 유엔안보리의 2270호 대북제제 결의, 주한 미군부대 내의 사드배치 등 남·북 대치, ·미 대치와 동북아 군사적 긴장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은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원영 교수는 한국의 탈핵도보순례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탈핵생명실크로드라는 구상을 밝혔다. 2016년 현재 전 세계 약 445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향후 6백개 정도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한국·일본·타이완·홍콩을 기본으로 바티칸까지 도보순례를 하자는 구상이다. 무력한 유엔 대신 순례 예정의 27개국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2년 반 동안 탈핵생명순례를 하면서, 탈핵운동의 범 세계화와 핵발전소 감시체계를 포함한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인도의 달라이라마와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탈핵을 위해 나서줄 것을 촉구하자는 것이다.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일본의 역사인식과 핵문제를 보는 시각에 공감이 많았고 핵무기를 핵체제에 포함시켜 이해해야 한다는 점, 탈핵생명실크로드의 실현 가능성, 핵체제의 근원에 인권과 민주주의의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합천, 2016년 비핵평화대회와 위령제 참석 피폭 2세의 증언듣기

둘째 날,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도착해 강제숙 씨의 소개로 종합복지관으로 이동해 심진태 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에는 후쿠시마의 미래라는 영화를 공동으로 관람하고 일본 참가자들의 소개와 의견발표가 있었다. 저녁에는 원폭피해자협회 임원들과 인사도 나눴다.

 

밤에는 두 번째 자유대화시간을 가졌는데, 황근석 씨 통역으로 밤늦게까지 토론이 이어졌다. 셋째 날 아침 원폭피해자복지관으로 이동해 위령제에 참석했다. 합천군수를 비롯해 군의회 의원 등 군청 주도의 위령제인데 이벤트 회사에 공연을 맡긴 탓인지 엄숙한 위령제 분위기는 잠시고, 태극기 휘날리는 축제 공연 분위기가 연출되어 어색했다. 히로오카 전 히로시마 시장과 탈핵평화순례단 기무라 목사의 인사순서도 있었다. 오후에는 합천평화의집이 마련한 원폭피해자 쉼터 개원식에 참석했고, 쉼터 한정순 대표로부터 피폭자 2세로 살아온 과정, 대물림되는 고통을 겪고 있는 자식 이야기까지 들었다.

 

오후 합천을 출발해 임진전쟁 중 조선으로 귀화한 사야카 장수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우륵동의 김충선 마을을 방문하고 대구 국채보상공원으로 이동했다. 대구KYC 김도연 사무국장의 사회 속에, 순례단의 타지마 신지 씨가 일본인으로서 조선침략과 식민지배에 진심어린 사과를 했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김정수 교구장의 안내로 천도교 대구대덕교구 숙소에서 세 번째 대화 시간을 가졌다. 동학으로 이어진 천도교에 관해, 대구지역 탈핵운동에 관해, 그리고 왜 우리가 국제연대를 하려는 지 등에 관해 토론했다.

 

핵발전소 수출반대운동 등 한·일 공동 사무국 구성 합의

87일 저녁 마지막 토론회 겸 전략회의에서 김용복 박사는 전지구적 핵-군산언학복합체(MIMAC)에 대한 생명평화 시민적 저항이란 발표를 통해, 핵무기와 핵발전을 기반으로 하는 핵체제의 역사와 본질에 관한 설명했다.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직·간접적인 피폭의 위협에 처해 있기에 인류적 과제로서의 탈핵을 위한 글로벌 연대 그리고 한·일 연대를 시작으로 해야 할 과제들에 관해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핵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도시바를 비롯한 핵발전소 수출기업 등에 대한 BDS(Boycot보이콧 Divest투자철회 Sanction제제) 운동, 미국의 핵폭탄 투하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소송지원, 합천 평화의 집 등 피폭자 지원과 연대, ·일공동의 사무국 구성에 관해 합의하고, 차후 10월 말 후쿠오카에서 다시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대수(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