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개선 121 의석 중 70의석을 여당(자민당 56, 공명당 14)이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아베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기 위해 민진당, 공산당, 사민당 등 주요 야당들이 각 지역에서 통일 후보를 내며 전대미문의 단결을 시도했지만 기대만큼의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 국민의 관심은 예상보다 낮았고 투표율은 54%에 머물렀다.
자민 |
민진 |
공명 |
공산 |
유신 |
사민 |
생활 |
무소속 |
56 |
32 |
14 |
6 |
7 |
1 |
1 |
4 |
※ 7월 10일, 참의원 선거 결과(각 정당별 의석 수)
‘탈핵’ 선거 의제로 떠오르지 못해, 후보단일화한 야당간 입장차가 가장 큰 주제도 ‘핵발전’
이번 선거에서 ‘탈핵’ 문제는 큰 의제로 떠오르지 않았다. 선거 쟁점은 주로 아베노믹스 심판, 평화헌법 개악 여부에 집중되었다. 핵발전소 재가동 여부를 비롯한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대대적인 후보 단일화를 꾀한 민진, 공산, 사민 3당 내에서도 제일 온도차가 큰 주제가 핵 발전 문제였다. 핵발전소 재가동을 바라보는 입장도 차이가 컸다.
자민당 |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활용. 원자력규제위원회 신규제기준에 적합하면 재가동시킨다. |
민진당 |
40년 운전 제한, 엄격한 운영. 신규 증설은 인정하지 않는다.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핵발전소는 재가동시키지 않는다. |
공명당 |
재가동은 원자력규제위원회 기준을 바탕으로 판단. 신설은 인정하지 않고, 핵발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 핵발전소 제로를 지향한다. |
공산당 |
핵발전소 제로를 정치판단하여 핵발전의 재가동을 중지한다. 모든 핵발전소의 폐로 과정을 준비한다. 센다이 핵발전소는 가동 중지. |
오사카 유신회 |
핵발전 재가동 책임 법안 등 |
사민당 |
모든 핵발전소 신·증설을 철회시킨다. 기존 핵발전소 재가동 반대. 센다이 핵발전소 즉시 정지. |
생활의당 |
탈핵, 재가동 반대 |
일본의 마음 |
안전성이 확인된 핵발전소는 재가동시키고, 재생가능에너지 개발도 진행시킨다. |
신당개혁 |
소비자가 스스로 전기를 만드는 제도를 토대로 탈핵 사회를 만든다. |
* 출처 : 일본 야후
민진당은 당내에서도 입장차가 크지만 기본적으로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안전을 확인한 핵발전소에 관해서는 재가동을 인정하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공산, 사민당은 핵발전 재가동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 폐로추진을 포함해 탈핵을 지향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야당들은 선거 공동대응의 대의를 지키기 위해 탈핵·에너지정책의 쟁점화를 의도적으로 뒤로 미뤘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핵발전소 재가동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역 선거구에서도 재가동 반대를 내세우는 후보자를 낼 수 없는 선거구가 생겼다. 예를 들어 규슈전력 겐카이 핵발전소가 위치한 사가(佐賀) 선거구에서 야당 단일후보로 나온 나카무라 다츠지(민진당) 씨는 재가동을 조건부로 찬성하는 인물이었다. 14기 핵발전소가 집중한 후쿠이현에서도 마찬가지로 탈핵의 구호가 들리지 않는 선거가 되었다. 탈핵을 지향하는 공산당이 후보를 내세우는 것을 포기했고, 야당통일 후보로 나온 요코야마 다츠히로 씨는 탈핵파가 아니었다. 이런 결과, 재가동 반대를 호소하는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이 재가동 저지를 위해 한 표를 던지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져 버렸다. 결국 이 두 후보는 본인의 뚜렷한 색깔을 내세우지 못한 채 낙선하고 말았다.
가시와자키·가리와 핵발전소가 위치한 니이가타현에서 야당 단일후보로 나온 모리 유코 씨는 원래 탈핵파로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선거기간 중 재가동 반대 목소리를 전면에 세우지 않았다. 이렇듯 이번 선거에서 핵발전소 문제는 대부분 지역에서 거의 쟁점이 되지 않았고, 탈핵을 주장하는 후보자의 당선은 모리 유코 씨를 포함해 6명에 머물렀다.
후쿠시마현 ‘현내 핵발전소 모두 폐로’, 가고시마현, ‘센다이핵발전소 정지’ 공약한 야당후보 각각 당선
반면, 5년 전에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후쿠시마현 선거구에서는 ‘후쿠시마현내 핵발전소 모두 폐로’를 내걸고 야당 단일후보로 출마한 민진당 마시코 데르히코 씨가 자민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했다. 마시코 씨는 원래 보수적 인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야당단일 후보로 나오면서 공산당 등의 주장을 대폭적으로 받아들였다. ‘탈핵’까지는 내세우지 않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뜻을 나타내며 후쿠시마현민의 지지를 얻었다.
또한 일본 국내에서 현재 유일하게 가동하고 있는 센다이핵발전소가 위치한 가고시마현에서는 참의원 선거와 더불어 가고시마현지사 선거가 치러졌다. 이 선거에서 센다이핵발전소 정지와 점검을 공약으로 한 야당 단일후보 미타조노 사토시 씨가 당선되었다. 핵발전소 재가동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 50~60% 이상 반대하는 핵발전 문제를 쟁점화하지 못한 선거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를 볼 때 야당은 ‘이기는 선거’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탈핵·에너지 정책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의도적으로 쟁점에서 제외한 것이 역효과가 되었다. 국민의 50~60% 이상이 핵발전에 반대하는 가운데 야당이 스스로 이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았던 것이 안타깝다. 이것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야당 단결이라는 신뢰를 주지 못한 큰 요인이 되었고, 무당파들의 표를 놓치는 결과가 되었다.
전체 선거 결과도 실망스럽다.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참의원 정원 242석 중 146석을 확보했다. 여당은 2014년 중의원 선거에서도 2/3를 넘는 의석수를 확보한 바 있다. 이후 헌법 개악 등에 보수파들이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의 폭주를 막기 위한 긴장이 더욱 더 필요해보인다.
탈핵신무 2016년 8월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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