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 당시, ‘멜트다운(노심용융)’ 발표가 늦어진 문제로, 도쿄전력은 지난 6월 21일(화) 기자회견을 열어, 드디어 스스로 ‘은폐’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일의 발단은 올 2월이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발생 당시 ‘노심용융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하는 사내 매뉴얼’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매뉴얼에 따른다면 노심 손상이 5%를 넘으면 노심용융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사고 발생 3일째인 3월 14일에 노심 손상이 30%를 넘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노심손상’이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사용했고, 멜트다운(노심용융)을 부정했다. 결국 도쿄전력이 멜트다운을 공식 인정한 것은 사고 발생부터 2개월 이상 지난 5월 24일이었다.
도쿄전력은 사고 발생 5년째인 올해 처음으로 매뉴얼의 존재를 밝혔고, 문제를 둘러싼 경위와 원인을 검증하기 위한 제3자위원회를 설치, 지난 6월 16일(목) 제3자위원회 조사보고서(이하, 조사보고서)가 발표된 것이다.
조사보고서는 사고 당시 도쿄전력 시미즈 마사타카(清水正孝) 사장이 ‘노심용융’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리고 당시 도쿄전력 내 이러한 지시와 행위가 이뤄진 이유에 대해서는 수상 관저를 비롯한 정부로부터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밝히며, 도쿄전력의 의도적인 은폐는 아니었다고 결론지었다.
이 조사보고서가 발표되자마자,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현, 민진당)을 비롯해 관방장관이었던 에다노 씨와 수상이었던 간 나오토 씨는 ‘수상 관저에서 노심용융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마라라고 지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진당은 이 조사보고서가 올 7월 10일(일)에 진행될 참의원 국회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고 민진당을 공격하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며, 명예훼손으로 법정 대응까지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조사보고서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크다. 도쿄전력이 조직한 제3자위원회가 마치 도쿄전력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처럼 조사보고서가 발표된 것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 제3자위원회 조사 대상은 시미즈 사장(당시)을 포함한 도쿄전력 관계자 60명에 한정되어 있고, 수상관저나 정부 측 관계자에 대한 조사는 실시되지 않는 등 일방적이며 불투명한 점이 많다.
도쿄전력은 조사보고서 발표부터 5일 후인 6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노심 상태에 대해 부적절한 발표가 있었던 것을, 사회적으로 ‘은폐’로 간주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은폐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은폐가 수상 관저를 비롯한 정부 지시로 인한 것이었는지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동시에 향후 이 건에 대해 추가 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당시 진상에 대해 더 깊이 밝혀지는 것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일련의 사태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는 수많은 것들의 진실에 대해 더욱더 많은 궁금증을 야기시켰다. 매뉴얼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노심용융을 밝히지 않았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지, 수상 관저를 비롯한 정부 지시는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결국 분명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고 발생으로부터 5년,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탈핵신문 2016년 7월호 (제43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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