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행정예고
핵발전의 치명적 약점이자,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정부의 기본입장이 발표됐다. 당장 내년부터 월성(경주)·영광·고리(부산 기장) 등 기존 핵발전소 부지 내에 ‘임시’ 저장 시설을 새롭게 건설·확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향후 12년간 사용후핵연료를 연구·처분할 부지를 선정·확보(2028년)한 뒤,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경부터,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경부터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에너지정의행동·탈핵지역대책위·환경운동연합 등은 “당장 눈앞에 닥친 (임시 저장) 문제는 애써 무시하고, 자신들이 모두 은퇴한 뒤 30~40년 뒤의 로드맵만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허울뿐인 공론화, 주민 의견 무시한 채 추진하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계획, 전면 백지화하라!” 등의 비판을 쏟아놓으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기본계획은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원자력진흥법에 따라 원자력진흥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서 심의·의결하게 되어있다.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공청회’를 오는 6월 17일(금) 오전 10시 The-K Hotel(서울 서초구)로 공고한 가운데, 7월경 총리 주재 원자력진흥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을 계획하고 있다.
경주·영광 등 발등의 불…사용후핵연료, ‘맹독성 방사선 방출, 최소 300년 이상 안전 관리 필요’
사용후핵연료란 대전의 연구용 핵반응로(=원자로) ‘하나로’를 비롯해 국내 25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쓰고 난 핵연료’를 말한다. 상대적으로 방사선이 적게 나오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구분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고준위 핵쓰레기’이다. 쓰고 난 핵연료라지만, 높은 잔열과 맹독성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잠시만 노출돼도 사람은 즉사한다. 이에 최소 300년 길게는 수십만년 동안 안전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국내 고준위 핵쓰레기는 핵발전소 격납건물 내 저장수조에 ‘임시’로 보관 중인데, 2019년 월성핵발전소를 시작으로 2024년 영광핵발전소, 고리핵발전소, 2037년 울진핵발전소 순으로 저장 수조가 꽉 차 버릴(포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5년말 기준, 단위 다발) | |||||
구 분 |
저장용량 |
저장량 |
포화율 |
예상 포화년도 | |
경수로 |
한빛(영광) |
9,017 |
5,693 |
63.1% |
2024년 |
고리(부산 기장) |
6,494 |
5,612* |
86.4% |
2024년** | |
한울(울진) |
7,066 |
4,855* |
68.7% |
2037년 | |
신월성(경주) |
1,046 |
129 |
12.3% |
2038년 | |
소계 |
23,623 |
16,289 |
68.9% |
- | |
중수로 |
월성(경주) |
499,632 |
408,797 |
81.8% |
2019년 |
* 8다발(고리 7, 한울 1)은 한국원자력연구원(대전)에서 연구목적으로 보관 중
** 고리1호기 영구정지(2017.6), 부지 내 이송 등 사정에 따라 포화년도 변동 가능
※ 출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2016. 5. 25),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자료
정부 계획…2028년까지 부지 선정→2035년 중간저장시설 가동→2053년 영구처분시설 가동
지난 5월 25일(수)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이하 기존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본계획은 작년 6월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20개월의 숱한 논란 속에 ‘유명무실(有名無實)’한 활동을 마치며, 제출한 권고안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기본계획에 따르면,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고준위 핵폐기장 지하연구시설과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을 한 곳에 모아두고, 고준위 핵폐기장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경 가동을 목표로, 중간저장시설은 2035년경 가동을 시작하기 위해 2028년까지 해당 부지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12년간 부지 선정절차를 거친 뒤(2028년), 7년간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고(2035년), 동시에 24년간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하겠다(2053년)는 것이다. 별개로, 국내 고준위 핵폐기장 부지확보의 어려움을 대비하여, 호주(남호주) 등 국제공동저장·처분시설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논란의 핵심 중 하나인 부지선정과 관련하여, 독립적 조직을 설치해 부적합지역 배제 → 부지 공모(지자체 대상) → 기본 조사(기초조사, 부지특성·적합성 평가) → 주민의사확인 → 심층조사(부지 심층조사, 4년간)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관련 질의·응답 중 ‘부지를 공모했지만 신청 지자체가 없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질문에 대해, ‘산업부 직권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혀, 해당지역 주민동의 없이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6월 17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고준위 핵쓰레기 처분 문제’ 한국 사회 본격적인 논란 시작!
사용후핵연료 정책은 역대 정부가 1983년부터 9차례에 걸쳐 추진했지만, 부지로 검토·선정된 해당 지역민들의 ‘민란’ 수준의 반발을 겪은 뒤 반복적으로 철회된 바 있다. 실제 논란이 시작되고 있는, 경주·영광·고리 등의 ‘임시’ 저장시설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사 수렴과정과 절차도 생략한 채 당연히 건설돼야 할 것으로 ‘당연시’하며 계획·추진하고 있다.
핵발전소 주변지역 대책위 연대모임인 탈핵지역대책위는 6월 2일(목) 성명서를 통해, “당장 시급한 문제는 2019년부터 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가 가득 찬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하지 않은 채, 기존 핵발전소에 임시저장고를 건설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고 지역주민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인 계획 발표는 과거 안면도, 굴업도, 부안 문제가 그러했듯 거대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오는 6월 17일(금) 의견수렴을 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청회가 공고된 가운데, 관련 지역들과 단체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한국 사회의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채희봉 실장(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지난 5월 25일(수) 오전 11시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예고 기자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
탈핵신문 2016년 6울호
윤종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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