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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일본 구마모토 지진 -안전보다 핵발전소 가동이 중요?

일본 규슈에서 지진이 잦다. 지난 414일에 최초의 대지진(규모 6.4, 최대 진도 7), 16일 새벽엔 최대의 지진(규모 7.3, 최대 진도 7)이 발생했다. 428() 오전 1시 기준으로 사망자 49, 피난민 36866, 건물피해 27848동이다. 진원지는 주로 규슈 중부 구마모토현과 오이타현이며 28일까지 진도1 이상의 횟수가 1000번을 넘었다.

 

이번 지진을 일으킨 단층은 수도권에서 규슈까지 이어지는 중앙구조선이라 불리는 단층 집중지대의 일부다. 첫 지진이 일어난 구마모토에서 중앙구조선을 따라, 북동 및 남서쪽에 위치하는 다른 단층에서 지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남서쪽 연장선상엔 지난해에 재가동된 센다이핵발전소(가고시마현), 북동쪽엔 오이타 바다 건너에 이카타핵발전소(에히메현)가 있다. 19일 저녁엔 센다이핵발전소에 더 가까운 야쓰시로시(핵발전소에서 약 80km)를 진원으로 규모 5.5, 진도 5강을 관측했다.

 

연결돼 있지 않고 각각이 띄엄띄엄 뻗어 있는 단층에 지진이 확산되는 것은 과거에 관측사례가 없으며, 20일에 기상청 아오키 겡 지진쓰나미관시과장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한) 예측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밝혔다(니시닛뽄신문 429).

 

16일 아침엔 아소산이 소규모 분화했다. 이시카와 유우조오 초빙연구원(국립연구개발법인 산업기술총합연구소 활성단층·화산연구부문)에 의하면, “과거에 규슈 내륙지진 직후에 화산폭발이 유발된 경우는 거의 없었으나, 진원 단층이 아소산 외륜산까지 이르기도 했고 이만큼 화산 근처에서 큰 지진이 일어난 사례가 적기 때문에 그 영향을 확실히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THE PAGE 429).

 

일본정부와 규제위는 핵발전소 가동 계속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한) 예측에 들어맞지 않는만큼, 사고예방 차원에서 즉시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할 것이 필요한데, 일본정부 및 원자력규제위원회(규제위)는 재가동 중인 센다이핵발전소를 멈출 생각이 없다. 다나카 슝이치 규제위 위원장은 핵발전소 부지 내에서 관측된 지진동이 핵반응로(=원자로) 자동정지기준을 밑돌았다며, “가동 정지를 요구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마루카와 다마요 환경장관 겸 원자력방재담당장관은 16일에 규제위는 센다이원전을 정지시킬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책임을 규제위에 떠넘겼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진동 크기가) 충분히 작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정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일련의 지진에 관련해 센다이핵발전소 부지 내에서 관측된 진동은 최대 12.6(gal, 진동 크기를 나타내는 가속도 단위)이었다. 규제위는 신규제기준 적합심사에서 내진기준(기준지진동)620갈로 정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지진에서 관측된 진동 최대 가속도는 그것을 훨씬 웃도는 1580갈이다.

 

여기서 가동을 중단시켜 버리면 다시 가동시키기가 어려워진다는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사법부 또한 지진 발생 약 열흘 전인 지난 4일에 규슈전력을 편들었다. 후쿠오카고등재판소 미야자키지부가 신규제기준에 적합하다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판단이 불합리적이라 말할 수 없다며 주민들의 센다이핵발전소 운전중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하지만 시미즈 히로시 센터장(규슈대학 지진화산관측연구센터)은 센다이핵발전소에 가까운 단층대에선 여진이 비교적 적어서 거기에 에너지가 축적돼 있을 수 있다. 16일보다 큰 지진이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규모 7급의 지진도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다에서 발생하면 지진해일도 우려된다(니시닛뽄신문 429).

 

위기감이 없는 규슈전력

센다이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규슈전력은 작년 말에 센다이핵발전소에 면진중요동을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그 이유에 대해 규슈전력은 비용 측면도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돈을 아끼려고 안전을 경시한 셈이다. 면진중요동은 지진의 진동을 줄이는 구조를 가진 건물로, 가시와자키가리와핵발전소에 큰 피해를 입힌 2007년 니가타현주에쓰오키지진을 교훈으로 도쿄전력이 자사 핵발전소에 건설했으며, 후쿠시마사고 때는 현장 상황실 역할을 맡았다. 내부에는 자가발전기와 통신시설, 피폭대척설비, 휴게실, 물자저장소 등을 갖춘다. 신규제기준에서는 의무화되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핵발전소에서 설치가 진행 중이다(20151226일 도쿄신문 석간).

면진중요동 건설은 센다이핵발전소 신규제기준 적합심사에서 전제가 돼 있었다.

 

핵사고 일어나면? 다시 드러난 엉터리 피난계획

가고시마현이 작성한 <지역방재계획> ‘원자력재해대책편에선 주로 자가용차와 버스로 주민이 피난하게 돼 있는데, 핵사고의 원인이 큰 지진이었을 경우, 당연히 산사태나 다리 붕괴, 해일 등으로 인해, 심지어는 전봇대가 쓰러지기만 해도 통과할 수 없는 곳이 생긴다. 이러한 교통상황 속에서는 주민을 피난시키기 위해 버스를 모으는 것도 어려울 것이고 피폭을 각오해서 버스가 와 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카타핵발전소는 어떨까. 이카타핵발전소는 가느다란 반도에 위치한다. 핵발전소보다 서쪽에 사는 주민은 자동차로 피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핵발전소 바로 옆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선박은 기상조건에 좌우되며 해일경보가 와도 운항할 수 없다(도요게이자이ONLINE 424). 이번 지진에선, 피난계획의 피난경로인 한 고속도로가 붕괴됐고, 신간센도 탈선했으며 기존 철도도 불통이 됐다.

 

신규제기준 적합심사에서 규슈전력은 화산 거대분화의 전조를 포착하면 센다이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핵연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다고 했다. 그런데 옮길 자리는 아직 결정도 못했고 핵연료 반출도 몇 달이나 걸리는 일이다. 정말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대부분의 화산학자들은 전조 포착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비록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번 일본정부와 규제위의 대응을 보고 있자면, 가동 중단을 결단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6년 5월호 (제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