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동북지방태평양앞바다지진이 동일본에 큰 지진재앙을 불러일으킨 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세 개 현 주민들과 자연은 특히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후쿠시마현의 경우에는 지진과 해일뿐만 아니라 핵발전소로 인한 피해가 겹친 ‘핵지진’이라는 과거에 경험하지 않았던 사태에 직면해 아직도 ‘긴급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갖가지 사고조사보고서가 공개됐으나 지진 및 해일과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과혹(過酷, 극심하다)사고의 인과관계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왜 그렇게나 큰 사고가 발생했는가’라는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사고의 검증과 총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이재민과 피해지역이 옛 모습을 되찾아 다시 일어나는 것이 부흥이라면, 후쿠시마현의 앞날에 부흥을 기대할 수 있을까?
부흥을 어렵게 하고 있는 최대 원인은 방사성물질의 존재다. 이 글에서는 쉽게 방사능이라고 말하기로 하는데, 후쿠시마제1핵발전소에서 환경에 방출된 방사능은 핵종마다 정해진 반감기에 따라 감쇠된다. 언론과 입소문으로는 “5년이나 지났으니 선량이 꽤나 줄었다”라고 한다. 5년이 지난 오늘, 계산상으로는 반감기 30년인 세슘137은 약 89%로, 반감기 2년인 세슘134는 약 18%로 줄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5년 더 가면 각각 80%, 3.2%로 줄어들 것이다.
세슘134에 대해서는 ‘5년 지나서’ 제법 줄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세슘137에 주목하면 ‘선량이 제법 줄었다’고 말할 순 없다. 둘 합쳐서 계산하면 환경에 남아 있는 방사능은 5년이 지난 오늘 54%로 줄었다. 다만 환경에 방출됐을 때, 이 두 개는 1:1이었다고 가정했다. 세슘137이 더 많으면 54%보다 커지고 반대면 작아진다.
아이들의 건강, 갑상선암 116명
후쿠시마현 내 초·중학교 아이들의 학교 운동장에서의 활동이 거의 지진 발생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운동장을 제염하고 표토를 땅 속으로 묻어서 공간선량이 0.2마이크로시버트/h를 밑도는 수준이 됐다고 해서이다. 야외에서의 운동과 활동을 모두 시켜 달라는 보호자들의 바람 또한 이것을 밀었다. 아이들의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을 걱정해서다. 악영향이 바로 나타날지, 먼 미래에 나타날지가 판단의 갈림길이다.
정부는 억지로 귀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에는 20밀리시버트/년의 지역도 장기적으로는 1밀리시버트/년 이하를 목표로 제염한다고 한다. 그 1밀리시버트/년이라는 숫자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현직 환경장관이 2월 7일 마쓰모토시에서의 강연에서 말했다는 것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장관은 그 후 발언을 철회했으나, 철회나 사임으로 끝내도 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일반폐기물 소각로의 집진(集塵)필터로 방사성 세슘을 99.99% 제거할 수 있다고 환경성은 주장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인식이고 80%정도라는 연구가 있다. 이와테현 미야코시 이와미 오쿠조오(岩見億丈) 의사 등의 연구가 그것이다. 이와미 의사는 또한 임상의(臨床醫)의 감각에서 볼 때, 1밀리시버트/년이라는 숫치는 너무나도 높고 0.003밀리시버트/년 미만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일본산업위생학회 ‘허용농도 등 권고(許容濃度等の勧告)’이다(가호쿠신보河北新報 2015년 12월 17일).
2016년 2월 15일, 후쿠시마현은 현 내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갑상선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의하면 암은 ‘116명’, 암으로 의심됨이 ‘51명’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조사에서 암으로 확정된 이는 ‘한 명 증가’했으며, 의심되는 이가 ‘11명 증가’한 셈이다. 사고발생부터 3년째까지 진행된 첫 번째 조사에선 이번에 ‘증가’한 1명과 의심된 ‘51명’은 거의 모두가 ‘문제없음’으로 나왔었다. 약 30만명을 조사하여 166명이 암 또는 암으로 의심된다는 숫자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후쿠시마현 현민건강조사검토위원회 좌장은 “지금까지의 식견에서 볼 때, 방사선의 영향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종래의 견해를 반복했다. 100만 명 중 1~3명이라는 지진 이전의 데이터와 비교해 심상치 않게 증가했다고 판단해야 한다.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검증
5년이 지난 현재,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검증을 열의 있게 하는 그룹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모까이 사고조(もっかい事故調, 다시 사고조사위원회라는 뜻-역주)’이고 또 하나는 ‘니가타현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에 관한 기술위원회’(新潟県原子力発電所の安全管理に関する技術委員会, 이하 ‘니가타현 기술위원회’)이다.
‘모까이 사고조’라니 기묘한 이름이라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텐데, 기간제한 때문에 일본국회사고조사위원회에서 충분하지 못했던 부분을 다시 한 번 조사하고 의논해서 국회사고조사보고에서 부족했던 부분, 특히 지진으로 인한 사고 영향에 대한 평가와 각 호기의 사고 진전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발적인 연구그룹으로 국회사고조사위원회 전 위원인 다나카 미쓰히코 씨를 중심으로 한 멤버들로 구성되며, CNIC(일본원자력자료정보실) 실무자 두 명도 참여한다.
또 하나의 조직인 ‘니가타현 기술위원외’는 2002년 도쿄전력의 고장 은폐 사고를 계기로 설치됐다. 니가타현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도쿄전력 가시와자키가리와핵발전소가 있다. 이 핵발전소의 안전 확보는 니가타현에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에, 후쿠시마사고에 대한 검증과 총괄을 못하는 한 재가동에 대한 의논을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이 이즈미다 히로히코 니가타현지사의 일관된 자세다. 3·11이후 후쿠시마사고 검증과 총괄에 대한 심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다나카 씨는 그 위원회 멤버이기도 하다.
‘니가타현 기술위원회’가 그간 심의하고 있는 것은 다음 6가지 과제들이다.
1. 지진동(地震動)의 중요 기기에 대한 영향
2. 바닷물 주입 등 중요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
3. 도쿄전력의 사고대응 매니지먼트(관리)
4. 노심용융 등 정보발신의 존재방식
5. 높은 선량 하에서의 작업
6. 과혹사고 대책
이것들은 모두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심의 과정에서 새로 떠오른 의문점도 있어 의논이 언제 끝이 날지 예측할 수 없다. 도쿄전력이 말을 이랬다저랬다 하며 지식과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이 그 주된 이유다.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1호기는 해일이 오기 전에 지진동(地震動)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파괴되고 그 다음에 파국적인 파괴로 이르렀다는 다나카 위원 등의 주장에는 충분한 이치가 있다. 또한 1호기의 수소폭발은 도쿄전력이 주장하는 5층이 아니라 먼저 4층에서 일어났다는 주장도 이치에 맞는다.
오염수와 동토벽
과거에 극저온에서 물성연구를 하던 경험에서 볼 때, 온도라는 것은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려 약 350억 엔(약 3,500억 원) 이나 되는 자금을 쏟아부어 1~4호기 둘레 약 1.5km를 영하 약 30℃의 동토(얼린 흙)로 둘러쌓아 산 쪽에서 지하수 유입을 막음으로써 오염수 증가를 막는다는 웅장한 계획은 실패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얼리기 위한 사전공사가 끝났음을 도쿄전력은 지난 2월 9일에 발표했다.
그러나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 사업 진척에 제동을 걸었다. 바다 쪽 부분 약 700m와 산 쪽의 일부 약 50m만 얼려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비겁한 방식으로 보인다. 건물에 고인 오염수가 새나오지 않도록 펌프로 지하수 양을 제어한다는 것이다. 그 방식이 만약에 잘 됐다 하더라도 1.5km가 계획대로 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또 언제까지 얼리고 있어야 하는가? 10년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시간당 수백만베크렐의 방사능이 대기 중에 방출되고 있고, 녹아내린 핵연료 반출의 전망이 서지 않고, 오염수에 애먹고 있는 상황이며, 사고로 생긴 오염물질을 저장하는 자리도 결정 못하는 현황에서는 핵 ‘긴급사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원자력자료정보실통신(原子力資料情報室通信)> 501호(2016. 3. 1)에서 실렸던 필자의 글을 허락을 구해 옮겨 실음(번역,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6년 4월호
야마구치 유키오(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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