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은 위험하지만 차악 또는 필요악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논리는 그래도 핵발전이 제일 싼 것이 아니냐, 그래서 경제성장도 하고 수출도 하려면 핵발전을 계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경제학 박사 출신의 일본 교수가 계산해 보았더니 핵발전이 싸지 않다고 한다면?
실제로 이 책의 저자인 오시마 겐이치 씨는 경제학을 전공한 후 핵발전 문제와 재생가능에너지의 잠재력에 대한 책도 이미 여러 권 쓴 분이다. 저자는 일본 정부와 핵발전 업계가 발표하는 발전비용, 즉 핵발전이 킬로와트시(kW/h) 당 5~6엔, 천연가스 화력이 7~8엔, 수력이 8~13엔, 태양광은 49엔이라는 주장에 먼저 의심을 던진다. 결국 어떤 모델을 대상으로, 그리고 어떤 비용까지 포함하여 계산할 것이냐에 따라 수치는 무척 달라지게 될 것인데, 정부의 계산은 현실성이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우선 운전연수를 40년으로 하고 설비이용률을 80%로 할 때 비로소 5~6엔이라는 핵발전 비용이 나오는데, 이는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가동과 무고장, 무사고를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노후 핵발전소는 사고와 고장이 잦아질 뿐 아니라, 다른 발전원들은 핵발전을 기저발전(基底發電)으로 이용토록 하기 위해 그 가동률을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정확하지 않은 계산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발전회사들이 핵연료 구매와 발전시설 가동을 위해 직접 투입하는 사적 비용보다 훨씬 큰 ‘사회적 비용’이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비용에는 기술개발 비용(여기에는 이미 실패한 고속증식로 개발 비용 등도 포함된다!), 입지 대책 비용(한국의 전원개발촉진법상 보상비용 및 각종 교부금과 유사하다), 그리고 환경 비용이 포함된다. 환경 비용은 사고 피해와 손해 배상 비용, 사고 수습과 폐로 비용, 원상 회복 비용, 행정비용 등을 의미하는 것인데, 특히 핵발전의 경우 이 비용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저자가 기술 개발 비용과 입지 대책 비용 같은 정책비용을 계산에 넣어보니, 핵발전은 화력의 43배, 수력의 17배가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비용과 폐기물 처리를 포함하는 종말 처리 비용까지 합한다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가 된다. 핵발전이 싸다는 것은 완전히 허구임이 드러난다.
저자는 탈핵을 염려하는 이들을 위해 탈핵의 비용과 편익도 계산해서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보급과 에너지원(源) 전환에는 15년 동안 연평균 2조엔 정도가 들어간다. 반면에 같은 기간에 핵발전 가동과 처리, 정책 비용 등이 절감되는 것을 계산하면, 그 편익은 연평균 2조 6400엔 정도다. 물론 안전하고 깨끗한 사회, 갈등으로 파되되지 않는 고향을 되찾는 것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이득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학자들은 이런 계산도 안 하고 뭐했나 싶다.
이 모든 이야기를 종합하는 책 제목은 여덟자 구호로 외치기도 참 좋다. 외쳐보자, “비싼원전 그만짓고 탈핵으로 안전하자!”
2015년 12월호 (제37호)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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