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폐쇄, 주민투표’ 요구 만인소(萬人疏), 청와대 접수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문제가 행정소송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7일 경주시민들이 전세버스로 상경하여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청와대에 공문을 접수했다.
경주시민들은 5월 13일부터 7월 13일까지 두 달간 ‘월성1호기 폐쇄,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10,181명의 서명을 받아 ‘만인소(萬人疏)’를 만들어 9월 7일(월) 상경한 것이다. 비록 6월 10일 월성1호기가 재가동됐으나 경주시민들은 굴하지 않고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을 줄기차게 받았다. 한지에 붓으로 받은 72장의 서명용지는 전통방식으로 배접하여 길이 90여미터에 이르는 만인소로 만들어졌다. 해방 이후 최초의 만인소가 탈핵의 염원을 담아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펼쳐진 것이다<사진1 참조>.
기자회견에 참여한 서울지역 시민단체 회원 30여명이 만인소를 펼치는데 함께 했다. 이유진 공동운영위원장(녹색당), 염형철 사무총장(환경운동연합) 등은 규탄 발언을 통해 경주시민들의 만인소 운동을 적극 지지했고, 상복을 차려 입고 상경한 월성원전 인근 양남면 나아리 주민의 이주대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만인소를 세상에 공개한 경주시민들은 청와대 민원실을 방문하여 주민투표 요구 공문을 접수하는 것으로 상경일정을 마쳤다. 이로써 월성1호기 폐쇄를 위한 대중운동의 1라운드가 마무리 되고 ‘행정소송’을 중심으로 2라운드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2167명의 국민소송단,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시작돼
9월 16일(수) 저녁, 40여명의 경주시민이 시내의 커피숍에 모였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첫 재판을 앞두고 경주지역 원고 설명회를 개최한 것이다<사진2 참조>. 무효소송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피고로 서울 행정법원에서 10월 2일(금) 첫 재판이 열렸다. 원고는 2167명, 국민 소송단이다. 이중 10%에 이르는 210명의 원고가 경주시민이다. 소송위임장, 주민등록초본, 소송비 1만원을 납부하는 국민소송단에 210명의 경주시민이 참여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원고 설명회에는 월성핵발전소가 소재한 양남면 나아리의 원고도 10여명 참석했다. 33명의 법률대리인을 대표해 이정일 변호사가 행정소송 전반에 대해 설명했다.
원고들은 재판의 승소 가능성을 가장 궁금해 했다. 이정일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패소할 수 없는 재판이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다만 과거 새만금 재판, 4대강 재판 사례를 볼 때 정부를 상대로 하는 만큼 외압이 많이 작용한다”며, “1심에서 승소해도 2심에서 뒤엎는 것이 행정소송이고, 재판에서 승소해도 사업 취소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만큼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비록 먼 길이지만 10월 2일 재판에 방청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과연, ‘법리에 따른 판결일까, 권력의 입맛에 따른 판결일까’
이정일 변호사는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은 ‘심사 무효사유’, ‘허가 취소사유’가 모두 존재한다며 승소를 낙관했다.
먼저 심사 무효사유는,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심사에 꼭 필요한 행정서류를 심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취지다.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은 ‘운영변경허가’에 해당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수원에서 총 5가지 서류(운영기술지침서,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 품질보증계획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변경되기 전과 변경된 후의 비교표)를 제출받아 운영변경허가 심사를 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운영변경허가와 무관한 주기적안전성평가(PSR) 관련 3가지 서류(주기적 안전성평가보고서, 주요기기수명평가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제출받아 심사한 만큼 무효에 해당된다.
이외에도 이은철 위원장(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자격도 문제가 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법 제10조(결격사유)에 의하면 “최근 3년 이내 …(중략)… 원자력이용자 또는 원자력이용자단체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하였거나 관여하고 있는 사람”은 “당연 퇴직한다”고 되어 있다. 이은철 위원장은 2012년 12월 한수원의 원자력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당연 퇴직’에 해당된다. 퇴직자가 심사를 진행한 것으므로 월성1호기 심사는 무효가 된다는 설명이다.
허가 취소사유는, ①최신기술기준 미적용에 따른 격납용기 안전성 평가 누락 ②방사선환경영향평가 작성 시 주민의견수렴절차 위반 ③다수호기 동시사고로 인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결여 ④설비보강 없이 수명연장 허가 ⑤신뢰보호원칙 위반 등 많은 근거를 들고 있다. 간략히 살펴보면, 월성2~4호기는 최신기술기준을 반영하여 격납건물의 설비를 개선했으나 월성1호기는 개선하지 않았다(①, ④ 해당).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 단지는 다수의 핵반응로(=원자로)가 사고났을 경우를 가정하여 방사성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월성1호기 수명연장 심사는 1호기 사고만 평가를 했다. 만일 주민의견수렴절차를 밟았다면 당연히 다수호기 동시사고의 영향평가를 요구했을 것이다(②, ③ 해당). 박근혜 대통령은 스트레스테스트를 거쳐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을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월성1호기는 32가지의 안전개선사항이 도출됐으나, 이를 반영하지 않고 수명연장을 결정한 만큼 신뢰보호원칙 위반이다(⑤ 해당).
이처럼 법리에 따르면 월성1호기 수명연장은 명백히 무효 및 취소에 해당한다. ‘법에 따른 판결이 나올까? 권력의 입맛에 따른 판결이 나올까?’ 10월 2일(금) 서울행정법원 B동 208호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에서, 월성1호기 폐쇄를 위한 2라운드가 시작됐다.
탈핵신문 2015년 10월호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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