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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불안한 축제, 신월성1·2호기 합동 준공식

영덕 주민투표를 이틀 앞둔 11월 9일 경주 월성핵발전소에서 1,000여명의 하객이 모인 가운데 떠들썩한 준공식 잔치가 벌어졌다. 신월성 1호기는 2012년 7월, 2호기는 올해 7월에 각각 준공되어 가동되고 있는데 11월 9일 때아닌 잔치를 벌인 것이다.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기획된 행사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주류 언론들은 잔치에 발맞추어 ‘원전’ 용비어천가를 생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수원의 보도자료를 받아쓴 탓인지 모든 언론이 한결같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교훈삼아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23건의 추가 개선사항을 건설단계에서부터 반영했다”고 신월성1·2호기의 안전성을 칭송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다. 신월성 1호기의 경우 2011년 12월에 핵연료(우라늄)를 핵반응로(=원자로)에 장착했다. 즉,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엔 사실상 신월성 1호기의 건설공사가 마무리됐다. 이는 신월성 2호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언론들은 후쿠시마 후속대책 23건을 건설단계에서부터 반영했다고 거짓 홍보를 한 것이다.

 

또한 신월성 1호기와 2호기의 준공시기가 많이 차이 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각각 2012년 7월, 2015년 7월로 3년의 터울이 있다. 1호기에 이어 2호기를 연이어 준공하려고 했으나, 2013년 4월에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이 터지면서 2호기의 준공이 무한정 늦어진 것이다. 당시 신월성1·2호기, 신고리1·2호기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케이블’이 납품된 것으로 밝혀져, 가동 중이던 핵발전소가 정지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제어케이블은 특수하게 제작된 굵은 ‘전선’으로 핵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핵반응로를 냉각시키고,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을 막는 여러 안전설비에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을 말한다. 핵발전소 사고는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처럼 핵반응로 주변에 고온고압의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제어케이블은 극한의 조건에서도 ‘전선’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제작된다.

 

국내에는 제어케이블의 품질을 검사할 능력이 없어서 캐나다의 공인 기관에 맡겼다. 캐나다에서 ‘불합격’ 판정을 내렸으나, 납품업체인 (주)JS전선이 시험성적서를 위조하여 납품한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대응은 실망스러웠다. 가동 중인 핵발전소를 즉각 멈추고 제어케이블을 교체한 것은 잘 했으나, 불량 제어케이블이 제거된 자리에 (주)JS전선의 모기업인 (주)LS전선의 제어케이블이 납품됐다. 더구나 (주)LS전선의 제어케이블은 검증 시험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설치됐다. 핵발전소 4기의 가동 중단 및 준공 연기로 인한 경제 손실 논리가 땜방식 처방을 가능케했다. 비판에 직면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선교체 후검증’ 방안을 들고 나왔으나, 후검증마저 ‘한수원 중앙연구원’(이하 중앙연구원)에 맡기는 잘못을 범했다.

 

중앙연구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수원이 운영하는 연구기관으로서 발전소를 하루빨리 가동하여 수익을 올려야하는 한수원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중앙연구원은 2012년 8월 16일 대한전기협회로부터 관련 시험 기관으로 인증을 받은 곳이다. 즉, 제어케이블 검증 시험 경험이 전혀 없는 곳일뿐더러 인증서를 교부한 대한전기협회는 전기 사업자들이 출자한 사설 기관으로 ‘원전비리’의 온상이 되어 왔다.

 

이에 제어케이블 교체에 참관했던 ‘신월성 1.2호기 제어케이블 교체 민간 검증단’은 중앙연구원이 아닌 공인된 해외 시험기관에 의뢰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주)LS전선이 납품한 제어케이블은 당연히 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러한 내력이 있기 때문에 11월 9일의 신월성 1·2호기 준공식은 불안한 축제일 수밖에 없다.

 

 

 

 

2015년 12월호 (제37호)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