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핵발전소 소재 양남면 주민 40명, 소변 삼중수소 검출 의뢰…아동 조사 처음
월성핵발전소 인근에 살고 있는 5세 아동의 몸속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다량 검출되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환경운동연합과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이하, 이주대책위)가 지난 1월 21일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작년 11월 16일, 월성핵발전소가 소재한 양남면 나아리 주민 40명의 소변을 채취하여 방사능 분석기관에 삼중수소 검출을 의뢰했다. 올해 1월 4일 최종 완료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민 40명 전원이 삼중수소에 피폭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세 아동을 비롯해 아동, 청소년 9명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동안 월성핵발전소 주민에 대한 조사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아동을 포함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1년 동안 생수를 사서 먹었는데, 5세 아동 몸속에서 삼중수소 검출돼
소변에서 17.5베크렐(Bq, 1초에 방사선이 1개 방출되면 1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5세 아동을 돌보고 있는 황분희(68세) 씨는 “우리가 먹는 지하수가 삼중수소에 오염되어 방사능이 나온다는 얘길 듣고, 1년 전부터 지하수를 마시지 않고 생수를 사 마시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 손자 몸에서 방사능이 이렇게 많이 나올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손주를 어떻게 키워야할 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했다. 실제로 나아리 주민들 중엔 많은 분들이 방사능 피폭을 줄이기 위해 지하수 음용을 중단하고 생수를 구입해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8월, 2015년 2월 조사보다 훨씬 많은 양의 삼중수소가 주민들의 소변에서 검출됐다.
두 가지 가능성…“첫째 월성1호기 재가동, 둘째 공기(=호흡)에 의한 피폭”
이번 조사에서 주민 40명의 평균 검출량이 소변 1리터당 17.3베크렐로 나타난 반면, 2014년 8월엔 평균 8.36베크렐, 2015년 2월엔 평균 7.47베크렐로 절반 이하의 검출량을 기록했었다. 검출량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에 대해 주민들과 환경운동연합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 원인은,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이다. 월성1호기는 2012년 10월 30일부터 2015년 6월 22일까지 가동을 중단했었다. 즉, 월성1호기 재가동 이후 피폭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추진할 때, 주민들이 반대하며 우려했던 방사능 피폭 증가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론, 공기를 통한 방사능 피폭을 제기하고 있다. 황분희 씨 가족처럼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 음용을 중단했으나 오히려 검출량이 더욱 늘어난 경우이다. 이는 주민들의 주요 피폭 경로가 공기를 통한 호흡에 의한 피폭을 의심케 한다.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하는 전문가 소견도 있다. 김인규 박사(한국원자력연구원)는 언론 인터뷰에서 월성원전 인근의 공기 중 삼중수소 함량을 ‘세제곱미터(㎥) 당 0.5베크렐(Bq)’로 밝힌바 있다(2016. 1. 7 <경주신문>). 이를 근거로 성인 남성의 삼중수소 흡입량을 계산하면, 하루 약 37베크렐(0.0005Bq/ℓ×74,880ℓ/day)이 나온다.
한수원, “기준치 이하 문제없다” ↔ 주민들, “제발 이주시켜 달라!”
5세 아동의 소변에서까지 다량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이번 조사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여전히 ‘기준치 이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핵산업계의 피폭량 계산과 ‘기준치 이하’ 주장에 대해 ‘과학성’과 ‘근거가 희박하다’는 해외연구가 계속 소개되고 있다. 그러므로 5세 아동의 방사능 피폭에 대해 ‘안전하다’는 주장은 유보돼야 한다.
문제는 월성핵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이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주민은 자발적 의사와 무관하게 매일 매일 방사능에 피폭되고 있다. 황분희 씨 등 50여 가구는 2014년 8월 25일부터 월성원전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그 천막 입구에 펼쳐진 현수막엔 영문과 한글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PLEASE Let Us Move to Anoter Place! 제발 이주시켜 주세요!”
2016년 3월호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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