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반핵』 히다 슌타로·오쿠보 겐이치 지음, 박찬호 옮김, 건강미디어협동조합 펴냄, 2015
히다 슌타로는 군의관이었던 28세에 히로시마 핵폭탄을 직접 경험하고 피폭을 무릅쓰며 피해자들을 진료했다. 핵폭탄에 의한 급성 사망 외에 방사선 노출로 인한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건강 피해는 의학적으로 규명되기 어려웠다. 저선량 피폭과 내부 피폭에 의한 피해에 대해 미국과 일본 정부는 인정하는 대신 축소하려고 했다. 동시에 핵무기의 파괴적인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란 명분 아래 핵발전소의 건설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수십 년 동안 핵폭탄 피해자를 진료한 임상의로서 히다 슌타로는 방사선 피폭의 피해가 훨씬 광범위하게 나타난 사실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데 힘썼다. 핵폭탄 피해자는 쉽게 피로해지고 무기력해지는 ‘부라부라병’을 앓았지만 ‘게으르다’는 편견을 받기 일쑤였다. 히다 슌타로는 보이지 않는 방사선의 위험성을 의학적으로 알리며 피해자 구호에 기여해왔다. 핵폭탄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인정받기 위한 피폭자들의 집단소송에서 증인으로 진술하면서 승소 판결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방사선 피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은 핵물질을 없애는 방법이 유일하다는 것이 히다 슌타로가 도달한 결론이었고, 그를 핵무기 반대 운동으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핵무기와 핵발전소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기술이라는 점에서, 핵발전소 폐기에도 앞장섰다.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는 인권의 자각을 통해 핵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신념을 주장해왔다. 히다 슌타로는 반핵의사회 초청으로 2013년 방한한 바 있다.
이지언 편집위원
2015년 8월 (제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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