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률 지음, 아오야기 준이치 엮음, 행복한책읽기, 2015. 5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는데, ‘故 김형률’을 언급하는 몇 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뭔가 충분히 설명해주지는 못했지만, ‘고 김형률’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그의 평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전진성 지음, 휴머니스트, 2008)를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한 이가 있었다.
술자리에서의 약속이었지만, 꽤 시간이 지난 뒤 일독할 수 있었다. 이미 1년도 지난 일이라 지금은 느낌이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읽고 난 뒤 감상으로 책 한쪽 구석에 ‘김형률, 당신과 주변의 사람들로 인해 많이 울었고, 많이 배웠다’는 메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본 적이 없지만, 생전에 언론에 보도된 것을 접했던 기억은 있는데 당시는 눈여겨보지 못했던 것 같다. 비슷한 또래인데, 당혹스러울 정도로 왜소한 체구에 병약해 보이는 외모였다. 그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가게 되고, 또 눈에 박혔다. 그의 외모와 죽음이 핵·방사능 폐해의 역사이며, 실증이고, 반핵·탈핵의 이유라고 분명히 전하는 것 같았다. 필자인 전진성 교수(부산교대)가 되살려낸 그의 삶과 활동을 접하며, 내 마음속에 그를 또렷이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5월 29일은 그의 10주기였다. 이 10주기를 맞아, 아오야기 준이치(코리아문고 공동대표) 씨가 공들여 엮은 ‘고 김형률의 유고집’이 나왔다. 이 책이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김형률을 기억하고(김형률의 삶과 꿈), 김형률이 남기고(개인적 기록), 김형률이 외친(김형률의 공적 기록들) 1~3부의 기록들과 4부 이어지는 김형률들(우리가 김형률이다)의 이야기다. 그리고 김형률을 추모하는 가족, 친구들의 기록과 그의 연보 등의 참고자료들을 통해 김형률의 삶과 그의 생각, 활동, 그 의미까지 입체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다. 반핵·탈핵을 우리시대에 제기된 새로운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면, ‘김형률’ 그를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이제야 삼촌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너무 슬펐습니다. 제가 모르는, 많은 사람들 또한 모르는 힘든 일들을 삼촌은 겪어 오셨기 때문입니다. 제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원자폭탄은 알고 원폭피해자는 잘 모릅니다. 이처럼 삼촌은 여태껏 대부분의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힘들게 버티어 오셨던 것입니다. …(중략)… 저는 감히 단언컨대 삼촌의 인생이 결코 허무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삼촌의 삶은 어떤 이에게는 감동을 주었고, 또 어떤 이에게는 희망을 주었으니까요.
- 책 본문, 조카 김여진(당시 고등학교 1학년)의 8주기 추도사 중에서
윤종호 편집위원
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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