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탈핵을 이끌 일본 총리를 찾습니다
이 만화의 원래 일본어 제목은 ‘히토 히토리 후타리’인데 ‘사람 한사람 두사람’이라는 뜻이다. 사람마다 그를 지켜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호령이 있어서 한사람은 실은 두 영혼이 합쳐져 있다는 의미다.
18세에 죽어 사후세계에 있던 수호령은 우연찮게 일본 총리 카스가 소이치로를 동반자로 선택하게 되고, 인기 하락에 정치의 의욕마저 잃고 있던 카스가는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난 후 수호령과 대화할 수 있게 된다. 수호령을 통해 자신의 수명이 1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카스가는 오히려 남은 시간을 충실히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자신감있는 정치행보에 나서게 된다. 국민과 언론이 주목하는 가운데 그는 일본을 핵발전 제로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핵발전을 유지하려는 일본 주류 세력과의 전면전이 시작된다.
카스가는 핵발전이 모두를 피폭시키고 고향을 빼앗고 절망시켰지만, 후쿠시마 사고가 터진 3월 11일 자신은 무력하고 그저 허둥대는 어리석은 자였고,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다름아닌 훌륭한 가해자였다고 자책하며, 지진이나 태풍과 달리 ‘인재’에 해당하는 핵발전은 일본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며 힘든 싸움을 결심한다. 핵발전 찬성세력은 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의도적으로 송전선 일부를 파괴하여 정전을 일으키며 불안감을 조성한다. 핵발전의 대표자들은 핵발전을 포기하면 산업이 쇠퇴하고 실업률이 올라가고 국민들이 불행해지고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위협한다.
하지만 죽음을 목전에 두고 탈핵을 결심한 카스가 총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를 시찰하여 방사능 오염수를 직접 마시는 것으로 그의 굳은 의지를 표현한다. 그리고 남은 시간, 더욱 격렬한 싸움을 예고한다.
일본에서 전체 8권으로 완간된 이 시리즈는 현재 한국에는 5권까지 정식 발행되어있다. 이 만화는 정말 만화같은 상상력이 펼쳐지는데,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검은 마력을 상징한다거나 영혼과 영혼끼리 격렬한 힘대결을 벌인다거나 하는 장면들은 그야말로 만화다. 그러나 핵발전을 좌우하는 배후 세력의 존재와 일본의 독특한 정치 구조와 관행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무척 실감이 난다. 카스가 총리를 돕는 전직 총리 이즈미 쥰은 외모부터 고이즈미 전 총리를 연상시키는 것이 재미있다. 고이즈미는 실제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 입장을 분명히 하고 활동에 나서고 있다.
카스가 총리의 모습에서 탈핵 일본을 희망했던 간 나오토 전 총리, 그리고 완전히 그 반대편에 서 있는 현 아베 총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주요 정치인들이 핵발전 문제를 두고 보이는 행태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남은 수명을 알게 된다면 이들도 핵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대면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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