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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후쿠시마, 녹아내린 핵연료더미 그 실상은?

 2011년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사고에서, 1호기~3호기 핵연료봉이 모두 녹아내리는 멜트다운(노심용융)’ 사태가 일어났다. 높은 방사선량 때문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 핵연료데브리(debris, 핵연료가 녹으면서 제어봉 등 주변 물질들을 함께 녹인 후, 식으면서 덩어리 상태로 된 물체를 뜻한다)가 지금 어떤 형태로, 어디에 있는지 굉장히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그 실상을 밝히는 연구가 계속 이어져 왔지만 최근에 폐로기술을 연구하는 IRID(기술연구조합 국제폐로연구개발기구)를 중심으로 실험 내용과 결과가 알려졌다.

 

먼저, 319, 뮤온(뮤입자)을 이용한 1호기 실험결과가 공개됐다. 뮤온이란 우주에서 내려오는 우주선이 지구 대기와 만났을 때 발생시키는 소입자로, 물질을 투과하는 능력이 높은 반면 우라늄과 같이 밀도가 높은 물질에 부딪치면 흡수되거나 방향을 바꾸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성질을 이용해 핵반응로(=원자로) 건물 밖에서 뮤온을 쏴서, 그 진행 방향에 따라 핵연료데브리 위치와 분포 범위를 파악한다. 이 공법으로 212일부터 310일까지 1호기를 조사한 결과, ‘핵반응로 압력용기 내에, 핵연료를 확인할 수 없었음IRIDKEK(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가 공동으로 밝혀냈다.

도시바사와 나고야대학 연구그룹에서도 지난 20144~7월까지 같은 기술을 이용해, 2호기 핵반응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노심용융한 2호기와 사고를 면한 5호기를 각각 5회씩 촬영해 영상을 비교한 결과 2호기 핵반응로에는 핵연료가 5호기보다 월등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바사는 뮤온을 이용한 새로운 측정 장치를 개발 중이며, 올해가 가기 전에 2호기에서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4월 10일에는 녹아내린 핵연료데브리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격납용기 내부에 직접 로봇을 투입하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이 로봇이 촬영한 영상이 전 세계로 방송돼 화제를 끌기도 했다.

로봇은 폭 약 7, 길이 약 60, 가느다란 배관을 통해 격납용기 하부에 도달하면 폭 약 30정도의 자 형태로 펴져 바닥을 주행할 수 있다. 카메라와 온도계, 선량계 등이 탑재되어 있고 작업원이 원격으로 조작한다.

이 날, 예정 주행거리 20m 2/3 정도까지 간 지점에서 로봇은 고장으로 움직이게 못하게 되었다. 용기 내 온도는 20전후, 방사선량은 최고 매시 9.7시버트(Sv)를 기록했다. 사람이 1시간동안 온몸에 피폭되면 사망하는 양이다.

415일에는 다른 로봇이 투입되어 조사가 재개되었다. 이번 조사는 압력용기를 뚫고 녹아내린 핵연료데브리가 고여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격납용기 바닥부분 바로 위에 위치하는 철망 판에 로봇을 투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도 핵연료데브리의 정확한 위치와 형태 등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2015년 이후에는 격납용기 지하에서도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럼, 이 핵연료데브리를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계획일까. 일본정부가 2011년 말 공표한 폐로 작업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에서는 핵반응로에서 꺼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원자력손해배상·폐로 등 지원기구가 그 구체적 공법을 정하는 전략 플랜을 책정하고 있지만,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핵반응로 상부까지 물로 채워, 그 위에서 꺼내는 관수공법이 거론되고 있지만 격납용기가 파손돼 있어 물을 채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만약에 핵연료데브리를 모두 반출하더라도 그것을 어디로 가져갈지가 미지수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반입을 수용할 지자체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꺼낼 수 없을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반 영구적으로 그 자리에 둘 수밖에 없다.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주민들의 피난지시 해제를 비롯한 복구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2015.5월호 (제3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