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재가동을 코앞에 두고 있는 일본에서, 주민이 낸 재가동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두 곳의 재판소에서 정반대 사법 판단이 내려졌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여파로 최근 4년 동안 거의 모든 핵발전소가 가동을 정지했지만, 핵마피아들의 압력으로 재가동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어왔다. 4월 14일 후쿠이 지방재판소에서는 다카하마 3~4호기 재가동을 금지하는 가처분이 결정되었지만, 일주일 후인 22일 가고시마 지방재판소에서는 센다이 1~2호기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를 기각하는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
쟁점,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 재가동 신(新)규제기준 타당성 여부
쟁점은 2년 전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정한, 핵발전소 재가동에 관한 새로운 안전 규제(신규제기준)의 타당성 여부이다. 특히 신규제기준이 책정한 기준지진동(地震動, 핵발전소에서 예상되는 지진의 최대 규모를 나타내는 것, 내진 설계 기준이 되기도 하다)에 대한 판단이 주목되었다. 가처분을 신청한 주민 측은 전력회사가 상정한 지진 기준이 너무 낮고, 설비 안전성에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재가동 금지를 요구한 것이다.
다카하마, ‘신규제기준 너무나 낙관적인 전망, 상정한 지진보다 5번이나 큰 지진 발생’
4월 14일 후쿠이 지방재판소가 내린 다카하마 3~4호기 재가동 금지 가처분 결정에서는, ‘신규제기준이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합리성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기준지진동을 넘을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너무나 낙관적인 전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만약 신규제기준에 합격하더라도 안전성은 확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증거로 최근 10년 동안 전국 핵발전소 부지에서 5번에 걸쳐 애초 상정한 지진동을 넘는 지진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다카하마 핵발전소 운전에 따라 직접적으로 주민들의 인격권이 침해당할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핵발전소가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점은 작년 5월 21일 오오이핵발전소 운전 금지 승소 판결에서도 지적되었던 부분이다. 그 판결과 이번 가처분 결정을 내린 히구치 히데아키 재판관으로 동일인물이다.
센다이, ‘신규제기준 불합리성 없다’…주민들·변호사단 즉시 항고
반면, 그 일주일 후에는 정반대 결정이 내려졌다. 가고시마 지방재판소는 센다이 1~2호기 재가동 결정에 대해 주민들이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가동을 결정한 ‘신규제기준에 불합리성은 없고 전력회사가 마련한 내진 설계에도 결함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원고단과 변호사단은 즉각 반발하며 성명서를 통해 “행정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저지할 수 없는 재판관의 겁약한 태도”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주민들은 기준지진동 외에도 이 지역에서 과거에 파국적인 분화를 일으킨 칼데라(화산폭발 이후 형성된 분지, 편집자 주)가 많은 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개정된 피난계획에 결함이 많은 점 등에 대해서도 안전성의 결함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고단과 변호단은 즉시 항고해, 앞으로도 재가동의 부당성에 대해 호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카하마 결정, 재가동 심사의 기초인 신규제기준 결함을 명확히 했다
핵발전소 재가동 가처분신청에 대해 두 지역에서 서로 엇갈리는 결정이 나온 셈이지만, 다카하마 핵발전소 재가동을 사법의 힘으로 저지한 것의 의미는 크다. 가처분 결정은 즉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카하마 핵발전소의 경우 전력회사가 이의를 제기해 법원의 결정이 뒤집히지 않는 한 재가동할 수 없다.
일본정부는 신규제기준이 세계최고 수준으로 충분히 검토된 것이라며, 향후 정부의 원전 재가동 추진 방침에 변함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후쿠이 지방재판소 결정은 일본의 핵발전소 재가동 심사의 기초인 신규제기준에 결함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 센다이핵발전소 가처분 결정에는 아쉽게도 영향이 파급되지 않았지만, 이 사례가 앞으로 모든 핵발전소 재가동을 저지하는데 큰 의미가 부여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2015년 5월호 (제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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