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이후, 부쩍 높아진 탈핵의식
영화제 3일 내내 만석…제4회 부산반핵영화제 폐막
정수희 통신원(부산에너지정의행동)
< 사진 출처 : 이인우, 폐막식 후 단체사진>
지난 7월 11일부터 3일 간 진행된 부산반핵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밀양전’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를 포함하여 총 11편의 영화와 4개의 부대행사가 진행되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졌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노후핵발전소 고리1호기가 가동되고 있는 부산의 경우, ‘부산이 제2의 세월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 문제제기가 쏟아졌고, 많은 시민들이 이에 공감하면서 탈핵의제가 부산시 전체의 주요이슈로 부상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듯 부산 해운대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제4회 부산반핵영화제에 1,3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부산반핵영화제는 영화제가 진행되는 3일 내내 만석. 120석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상영관 이기는 했지만, 첫째 날 ‘밀양전’과 둘째 날 ‘너구리 폼포코 대작전’, 셋째 날 ‘밀양 765kV OUT’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를 상영할 때는 자리가 부족하여 계단과 복도에 앉아서 관람을 해야 했다.
‘너구리 폼포코 대작전’의 경우 김규정 작가(어린이를 위한 탈핵 그림책 『무지개 욕심 괴물』, 철수와 영희)와 함께하는 ‘북콘서트’에 참가하러 온 어린이들로 스크린 앞바닥까지 나가서 앉아야 했다. 3일 내내 영화를 관람하는 시민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제의 후기를 남겨 참여를 독려하는 글도 인터넷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 출처 : 이인우, 부산반핵영호제 부대행사인 "무지개 욕심 괴물 - 북콘서트"에 참여한 어린이들 >
탈핵의제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영화제에 참가한 자원봉사자 수에서도 나타났다. 영화제 기간 동안 하루 평균 약 30명의 자원봉사자가 영화제의 진행을 도왔다. 이중 열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3일 내내 영화제의 업무를 보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부산반핵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영화제가 시작되기 3일 전 부산시장을 포함한 부산시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부응하여 부산시에는 원자력 안전실 직원들을 파견해, 단체 관람을 하도록 하였다. 그만큼 탈핵의제가 부산시에서조차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 되었다는 뜻이다.
부산에는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하여 십여 개가 넘는 영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반핵영화제는 이들 영화제 중 주제를 특정하여 개최되는 몇 개의 영화제중 하나이다. 부산반핵영화제가 한국의 탈핵운동의 흐름을 이어나가고, 핵발전소 및 핵무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장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탈핵을 원한다면 이 영화를 꼭 보라!
부산반핵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추천하는 반핵 영화
정수희 통신원(부산에너지정의행동)
제4회 부산반핵영화제에서 참여자들의 공감이 가장 많았던 영화는 박배일 감독의 ‘밀양전’과 헬레나 우프나겔 감독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였다.
‘밀양전’, 765kV 송전탑에 맞선 밀양 어르신들의 투쟁기록
‘밀양전’은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서울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해 세워지는 76만5천볼트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맞선 밀양 어르신들의 이야기이다. 밀양의 싸움은 올해로 10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이 싸움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세상과 고립된 채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던 밀양 어르신들의 싸움은 2012년 1월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을 하면서 비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밀양전’은 한전이 12번째 송전탑 공사 강행이 있었던 2013년도 5월 싸움 후 세 할머니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영화제 참가자들이 ‘밀양전’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6월 11일 행정대집행 때 밀양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핵발전소 인근에 살고 있는 부산시민보다 더 치열하게 핵발전 정책에 저항해 싸우고, 부산이 아닌 밀양이 탈핵운동의 최전선이 되어 외로운 싸움을 오랫동안 하게 한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밀양전’은 이제 우리가 탈핵운동의 최전선이 되어야 함을 분명히 말해 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 가동 직전 국민투표로 폐로를 결정한 오스트리아 사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는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화이다.
‘핵발전소가 어떻게 안전할 수 있지?’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그 이유를 곧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는 가동 준비를 이미 다 마쳤지만, 가동 직전 국민투표를 통해 폐로가 결정되어 한 번도 가동을 해 본적 없는 오스트리아 츠벤텐도르프 핵발전소를 두고 한 말이다.
관객들은 핵발전소 1기를 짓기 위해 2조원(현재 기준)이 넘는 비용이 투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동 직전에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한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결정에 놀라움을 표한다. 부산은 경제성을 이유로 수명이 다한 고리1호기를 계속 가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공이 다 되어가는 신고리 3·4호기의 건설 중단은 있을 수 없는 일로 금기시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가동이 중단된 핵발전소와 인근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결코 소소할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밀양전’은 독립다큐멘터리 제작 공동체인 오지필름(http://ozifilm.tistory.com)을 통해 볼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는 서울환경영화제(www.gffis.org)에 문의하면 된다.
발행일 : 2014.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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