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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10호>부산반핵영화제 폐막작 , '잔인한 내림'

부산반핵영화제 폐막작, ‘잔인한 내림

김환태 감독, 다큐멘타리, 94, 2012

천현진 통신원(부산에너지정의행동)

 


 

 한국원폭2세환우회 김형률과 한정순

부산반핵영화제는 후쿠시마 사고 후 평화를 위한 핵은 없다, 모든 핵을 반대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평화운동단체와 환경시민단체가 함께 대중적인 문화컨텐츠로 처음 기획하게 됐다.

한국원폭2세환우회 초대 회장이었던 고() 김형률씨의 생애를 기리며, 핵폭탄의 위험과 되물림 되는 상처와 아픔을 잊지 않으며,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어떤 핵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핵무기도 핵발전소도 없는 부산을 부산시민과 함께 만들어나가기 위해 시작한지 올해로 3회를 맞이했다. 이번 부산반핵영화제에는 국내 작품들이 대거 등장해, 후쿠시마 이후 우리 사회 핵문제에 대한 관심의 증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김환태 감독의 잔인한 내림도 국내 작품 중의 하나이며, 부산 반핵영화제의 폐막작이었다. 한국원폭2세환우회 한정순 회장의 일상을 담담하게 쫒아가며 담은 잔인한 내림의 영상들은, 잔잔하게 그녀의 아픔과 상처를 되짚어준다. 그녀는 김형률을 통해 자신의 고통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차츰 알아가고, 2008년부터 환우회 회장을 맡으며 원폭2세 환우들의 아픔을 만나면서, 진실이 은폐되고 고통이 감춰지는 현실에 당당하게 맞서나가고자 한다.

 

 

 

 

 

원폭환우들의 아픔과 고통후쿠시마의 미래이자 또한 우리의 미래

핵과 방사능 문제가 과거 히로시마, 나가사키, 체르노빌,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니라 2013년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임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김환태 감독의 말처럼, 그들은 되물림되는 핵폭탄피해의 고통으로, 그로 인한 생활고로, 또 사람들의 무관심과 차별로, 매일 이중 삼중의 고통과 마주하고 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육신의 아픔 그리고 중증 장애인으로 태어난 아들, 그들을 인정해주지도 책임지지도 않는 한국 정부와 일본정부. 환우로써 감당키 어려운 병원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노동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것은 또한 후쿠시마 사람들의 미래이기도 하고, 핵무기 개발의 야심을 버리지 않고 핵발전을 계속하는 우리나라 정부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영상속에 담긴 한정순 회장은 자신에게 찾아온 손님에게 맛있는 밥을 내주며 온정을 나눌 줄 알며, 자신의 현실을 비관하고 절망하기 보단 꿋꿋이 맞서 싸우기로 한다. 그 일을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헌신적으로 해냈으며,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1945년 히로시마 핵폭탄,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그로 인해 생겨난 피폭자들은 잔인한 삶의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채, 오늘을 살아 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대를 사는 전인류의 문제이다. 우리는 함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원폭2세 환우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 상흔의 내림, 사회적 시선의 내림, 질병과 가난의 내림, 무감한 일상의 내림. 그 잔인한 내림을 함께 막아내는 것이 원폭피해자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다가올 우리 미래의 불운을 미연에 방지할 탈핵의 시대로 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발행일 : 201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