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공단 수준으로 핵시설이 밀집된 ‘대전’ 핵연료 생산시설 2배 증설 계획 철회하라!
고은아(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한국원자력연구원내에 위치한 한전원자력연료의 핵연료생산시설 증설 문제로 대전지역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핵연료생산시설 증설은 대전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대전 시민들과 지역사회에 어떠한 정보도 설명도 제공하지 않고 쉬쉬하며 모든 것이 결정되고 있다. 핵연료생산시설 부지선정 완료, 전용진입도로 개설, 150여명 신규채용은 핵연료생산시설 증설을 기정사실화한 단적인 증거들이다.
지난 2012년 한전원자력연료의 전용진입도로 공사가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주변 환경 훼손문제로 지역주민들과 갈등이 있었다. 당시 주민들은 “왜 진입로를 증설하냐”고 물었는데, “원자력연구원 진입로를 사용하고 있어, 불편한 점이 많아 출입차량의 원활한 이동과 관리를 위해 개설하는 것”이라고만 주민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지난해 대전시가 운영하는 원자력안전시민협의회에 참석하여 “정부 정책에 따라 핵발전소가 확대되면 대전에서 핵연료생산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핵연료시설 관계자에게 질문을 한 적 있다. 그때도 그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은 계획된 것이 없다”며 얼버무리며 넘겼다. 대전 시민과는 아무런 상의 없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추진된 것이다.
이제 와서 한전원자력연료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현장방문을 오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설명하겠다고 홍보한다. 이미 다 결정해 놓고 정해진 정보와 현장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며 시민들에게 안전하다는 말을 믿으라 한다. 이번 결정과정은 원자력 관련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고 은폐하고 축소해온 원자력계의 만행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한전원자력연료 측은 핵연료생산시설은 핵분열 전단계로 방사능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말만한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대전에 이미 핵 공단 수준이라 불릴 만큼의 핵발전 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하나로원자로와 한전원자력연료,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이 모두 대전 유성구 덕진동 원자력연구원 내에 위치해 있다.
하나로원자로는 각종 방사성실험과 생산을 하는 연구용원자로이고, 한전원자력연료는 국내 핵발전소 23기에 소요되는 핵연료 전량을 생산·공급하고,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전국의 병원과 산업체, 연구실에서 사용한 방사성폐기물을 수거하여 저장하는 핵폐기물 저장시설이다. 이들 핵발전 시설들에서 보관 중인 핵폐기물 저장량은 무려 2009년 기준 30,442드럼이다.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핵폐기물을 대전에 보관하고 있다.
더욱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 4월 중수누출, 2005년 6월 빗물에서 방사성 요오드 검출, 2006년에는 작업자 2명 피폭, 200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준비 과정에서 우라늄 시료 2.7kg 분실 등 알려진 사고만도 여러 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연료시설 추가 설치를 결정한다는 것은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한전원자력연료와 정부가 완전히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라는 것이 설정되어 있다. 방사성 누출사고가 날 경우에 대비해 긴급보호, 갑상선약 배포 등을 준비해야 하는 구역으로 주민보호를 위해 사전에 설정한 구역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8~10km를 비상계획구역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그런데, 대전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고작 800m로 돼 있다. 하나로 원자로가 연구용 원자로라는 점을 십분 감안한다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이다.
원자력연구원 조성 당시에는 대전의 북쪽 끝 산속에 위치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대전 도심의 한복판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대규모 주거지역이 형성된 구즉동, 송강동, 관평동, 신성동 지역까지의 거리는 불과 반경 3km 이내이고, 타지역의 핵발전소부지 주변 방사능 누출 시 방사능방재구역으로 설정된 반경 8~10km는 대전시청을 비롯한 대전의 대부분 지역이 해당된다. 대전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조금이라도 고려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핵연료시설 증설 관련해서 정부나 핵산업계에서 제공하는, 일방적으로 안전하다는 자료를 믿는 시민은 더 이상 없다. 우리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1986년)와 후쿠시마 사고(2011년)를 통해 단 한 번의 방사능 누출사고로도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지금까지 방사능 오염수가 매일 몇백톤씩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밀양을 비롯한 전국이 송전탑으로 인한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더 이상 원전을 선택해선 안되는 이유가 너무도 많다.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 정말 타당한가에 대해 우리사회가 합의한 적이 없다. 이러한 합의도 없이 대전이라는 대도시 한복판에 핵연료시설을 증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전 시민들은 핵 공단 수준으로 밀집되어있는 대전의 핵발전 시설들로 지금도 불안하다. 더불어, 핵연료시설 등 핵발전 시설을 추가 증설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지난 6월부터 1인 시위와 촛불문화제를 통해 핵연료시설 증설 문제를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핵연료시설이 대전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느리지만 조금씩 대전 시민들이 이 문제를 알아가고 있다. 핵연료시설 증설 관련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된다면, 시민의 저항은 더욱 커질 것이고, 그러한 힘들이 모여 핵연료생산시설을 꼭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위험한 핵을 선택하지 않는 지혜로운 시민들의 힘이 모여, 핵연료시설 증설을 꼭 막아낼 수 있길 기대한다.
발행일 : 20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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