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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후쿠시마 청소년과 함께한 한·일 청소년 탈핵 캠프

후쿠시마 청소년과 함께한 한·일 청소년 탈핵 캠프

 

오하라 츠나키(광주환경운동연합 회원조직국 팀장)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5일부터 9일까지 한·일 청소년 에너지 캠프 태양과 바람으로 함께 꿈꾸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개최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영향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후쿠시마 청소년 8명을 한국에 초대해 한국청소년 20명과 함께 45일 동안 광주와 영광 일대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학습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저는 핵발전소사고 이후 후쿠시마는 물론 동()일본에서 생산된 모든 농산물을 안 먹어요. 수돗물도 물론 안 먹어요. 야외 활동을 피하고 밖에 나가더라도 아무거나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어요

 

“18세 미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나 내부피폭 가능성을 알아보는 검사가 실시되었는데, 저도 그 검사를 받았습니다. 5년 후에 또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두렵고 불안합니다. 앞으로도 별 이상이 없으면 정말 좋겠어요.”

 

후쿠시마 주민들은 정말 많은 고통을 받고 있어요. 방사능 피해를 피하기 위해 피난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정부나 도쿄전력이 충분한 보상이나 지원 정책을 마련하지 않기 때문이죠. 피난을 가도 후쿠시마 출신이라는 이유로 왕따와 같은 차별을 받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내에서도 주민들간 마찰과 대립이 심각해졌습니다. 정부가 사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데 사람마다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한국 학생들에게는 정말 생생한 한마디, 한마디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에 대해 TV 등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후쿠시마 친구들의 입에서 직접 심각한 증언들이 나올 때마다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 자세히 몰랐는데, 일본 친구들의 경험담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도 23개의 핵발전소가 있다는 것도 이번 캠프를 통해 알았는데,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이 캠프의 목적은, ·일 청소년들이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에너지절약을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의 모습을 함께 모색하는데 있었다. 자연 속에서 미래를 상상하고, 에너지 문제를 비롯한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지구인으로서 사고하는 마음을 함께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처음으로 시도한 행사이다 보니 미흡하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캠프를 통해 양국 학생들이 많이 친해지고, 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사실, 청소년들은 딱딱한 세미나나 토론회 시간보다 밤을 새어가며 이야기하고 노는 시간, 광주 시내에서 쇼핑하고 당구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자유시간을 더 좋아했다. 국적은 달라도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대목은 거의 똑같다. 서로 친해짐으로써, 한국 학생들은 후쿠시마 청소년들이 겪은 핵발전소 피해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되었고, 그들의 현실과 아픔을 저절로 이해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함께 웃고 함께 우는 45일이었다.

캠프 마지막 날, 청소년들은 광주환경운동연합에서 동시에 진행한 세계 피폭자 사진전에 들렀다. 일본 사진작가 6명이 찍어낸 작품으로,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를 비롯해, 핵실험, 우라늄 채굴 현장, 열화우라늄탄 피해자, 그리고 체르노빌 핵발전소사고 피해지역을 담은 사진을 전시한 것이다. 작품 중에는 후쿠시마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후쿠시마 학생들 눈에는 눈물이 가득해졌다. 익숙한 풍경이 피폭지가 되어버린 현실을 여기 한국에서까지 와서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확인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테다.

그런 그들에게 말을 걸어준 사람은 일본 NPO 법인 세계피폭자전모리시나 미호(森下美歩대표였다. “후쿠시마 출신이라는 사실에 앞으로도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후쿠시마는 한자로 쓰면, ‘福島’, ‘happy island’이잖아요. 핵을 없애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행복을 함께 만들어가요!”

캠프에 참여한 한·일 청소년들은 작지만 소중한 첫걸음을 떼었다.

 

발행일 : 201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