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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 후쿠시마 후속대책 어디까지 왔나

∥ 후쿠시마 사고 11년 기획 ②

한국, 후쿠시마 후속대책 어디까지 왔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한국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국민과 시민사회, 지역주민은 한국에서도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불안해했고, 탈핵의 목소리가 고조되었다.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이 사고를 계기로 201110월 대통령 직속 독립행정기구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신설했다. 이후 20133월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로 지위가 격하되었으나, ‘원자력 안전·규제 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운영 중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은 원안위 대통령 직속 기관 승격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원안위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20155월 방사능방재법을 개정해 기존의 5km로 한정하던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20~30로 확대했다. 그리고 중대사고와 다수호기 안전성 등에도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탈핵신문은 원안위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수립한 <후쿠시마 후속대책>을 점검해 보았다.

 

후쿠시마 후속대책의 핵심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중대사고를 대비하는 것이다. 분석결과 중대사고 사고관리계획서, 격납건물 내 피동형 수소제거기, 이동형 발전 차량 등 여러 부문에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움을 확인했다. 후쿠시마 후속대책은 2011년에 50개 과제를 정했고, 2014년에 3개 과제를 추가해 총 53개 과제다. 자료는 원안위 118(2020. 4)131(2021.1) 회의록 등을 참조하고, 진행 경과는 원안위에 추가로 확인했다.

 

 

 

 

격납건물 여과배기시설, 11년 지나도 미설치

 

한수원은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내린 후쿠시마 후속대책 중 중대사고 발생 시 격납건물 여과배기 설비’(CFVS)를 모든 핵발전소에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월성1호기 한 곳에만 설치했다가 철거하고, 다른 핵발전소에도 설치하지 못했다. CFVS는 격납건물 내부 압력이 높아져 파손 위험이 있을 때 원자로 건물 내부의 방사성물질을 충분히 여과해 대기 중으로 방출하여 심각한 피해를 막는 설비다.

 

한수원은 20134월 월성1호기 CFVS 설치를 완료하고, 신고리 3~4호기 등 APR1400 핵발전소는 감압설비인 보조살수계통을 설치했다. 한수원은 201512월 제48회 원안위 회의에서 경수로를 포함한 모든 가동 중 핵발전소에 CFVS 설치할 예정임을 보고했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선량평가 결과 20195월 한수원이 설치하려는 CFVS중대사고 시 방사선 피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한수원은 201911월 이사회에서 CFVS 철회 및 대체설비 적용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10년 동안 CFVS는 설치 못 했고 예산만 575억 원 낭비했다. 한수원은 2024년까지 대체설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동형 발전 차량 겨우 6대 확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시 비상발전기가 침수돼 결국 중대사고로 이어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후속대책 가운데 이동형 발전 차량을 설치하게 했다. 한수원은 3.2MW급 이동형 발전 차량을 본부별로 6대 설치했다. 201212월에 고리본부와 월성본부에 먼저 설치했고, 이어 다른 본부에서 설치했으며, 한수원은 이 차량을 핵발전소 부지보다 45m 높은 지점에 보관하여 지진해일이나 쓰나미 등의 영향에 대비했다고 밝혔다.

 

이동형 발전 차량을 핵발전소 1기 당이 아니라 본부별로 1대씩 설치했으니, 핵발전소 6기당 1대꼴로 배치한 것이다. 이는 핵발전소 전원 상실 시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 다수호기 사고 시 1대로 대응하는 것도 역부족이어서 호기별 1대씩은 구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상사태 발생 시 이동형 발전 차량을 기동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2시간이다. 한수원은 운전원 비상조직 소집에 1시간, 발전소에 실제로 연결하기까지 2시간을 요건으로 절차서를 작성했다. 한수원은 이동형 발전 차량을 움직이려면 운전원 외에 연료펌프에 연료공급 등 1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168시간(최소 일주일) 동안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발전 차량을 사들였다. 그런데 실험 도중에 여섯 번이나 발전기가 멈춰섰고, 업체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는 사실도 2020년에 밝혀졌다.

 

 

아직도 사고관리계획서는 심사 중

 

 

중대사고 사고관리계획서는 사고관리의 기준을 기존의 <설계기준사고>에서 <중대사고>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다중고장에 의한 사고,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자연재해 및 인위적 재해, 노심 손상을 초래하는 사고 등에 대비한 계획서를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후쿠시마 사고 11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심사 중이다.

 

한수원은 201962128개 핵발전소 중대사고 사고관리계획서를 원안위에 제출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2021년 상반기까지 사고관리계획서 적합성 확인을 위한 질의답변을 하고, 후속 심사 및 보고서 작성은 2022년 말까지 마무리 예정이다.

 

11년 넘도록 사고관리계획이 검증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방사선 비상계획 역시 문제다. 현재의 주민대피 등은 설계기준사고 기준이고, 중대사고나 복합사고, 다수기사고 등에는 대비하지 못한 상태다.

 

 

∥ 후쿠시마 사고 후속대책 톺아보기(1)

무용지물 수소 제거장치, 후쿠시마 후속대책 맞나?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월 17일 수소 제거실험을 하던 도중 발생한 화염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후쿠시마 사고 후속대책으로 국내 모든 핵발전소에 설치되었던 수소 제거장치’(이하 PAR)가 제 기능을 못하고 결함이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25일 열린 154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공개된 PAR 검증실험 결과에서 불꽃과 화염이 발생하는 현상이 관측된 것이 보고되었다. 지난해 1월 국내 원전에 설치된 PAR의 수소 제거율이 떨어지고, 불티가 날려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있다는 점이 공익제보로 알려진데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성능검증 실험을 진행 중이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원자로 냉각기능이 상실되면서 격납건물 내 수소농도가 증가하면서 폭발로 이어져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었다. 당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는 이 수소를 제거하는 환기 설비가 있었지만, 전원 차단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수원은 전원 없이 수소 제거가 가능한 PAR를 국내 모든 핵발전소에 설치한 바 있다.

 

한수원은 신한울 1·2호기의 경우 설계기준사고용 12, 중대사고용 18대 등 각각 30대를 설치하였으며, 국내 모든 핵발전소에 약 750대를 설치했다.

 

하지만 국내에 설치된 PAR가 수소 제거 성능이 떨어지고, 불꽃 발생 현상 등이 성능실험에서 밝혀졌음에도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정황까지 보도로 알려졌다. 20187월 독일에서 장치 성능검증을 위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수소 제거량이 예상의 30~6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94월 한수원이 제품 납품업체와 함께 진행한 재실험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소 제거율이 구매 규격의 5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폭발을 막기 위해 설치된 장치가 제 기능을 못 하고 도리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면 무용지물을 넘어 그 자체가 위험요소다. 더구나 이러한 실험결과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조차 안 되었다는 점은 후쿠시마 사고 후속대책의 시행이 제대로 관리 검증되고 있지 못한 것을 넘어 그 실효성도 의심된다.

 

지난해 7월 조건부로 운영허가가 승인된 신한울 1호기에도 문제가 된 PAR가 설치되어 있다. 원안위는 신한울 1호기에 설치된 피동형 수소제거장치에 대한 실험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실시하여 20223월까지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고, 필요시 후속 조치를 이행할 것을 조건에 달았다. 탈핵시민행동은 성명을 통해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설치된 안전설비에서 문제가 발견되었다면 당연히 이에 대한 재실험을 하고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운영허가가 승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었다.

 

PAR는 국내에 설치되던 시점부터 시험성적서 위조 문제 등도 있었다. 20135, 원전부품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가 내진시험보고서와 내환경시험 보고서 등 2건의 기기검증서를 위조한 PAR가 국내 핵발전소에 설치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위조된 시험성적서의 PAR는 이미 거의 대부분 핵발전소에 설치되어 있었고, KINS와 한수원은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재조사 및 전수검사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일단락된 줄 알았던 PAR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음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 원안위의 검증실험이 최종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제기되었던 문제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해결되어야 한다. 폭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성능미달 장치가 왜 설치되었는지, 성능검증 실험의 은폐 경위는 물론 관리·감독 규제시스템의 문제점, 관련 책임자 등을 제대로 짚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최종 실험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조건부로 승인된 신한울 1호기의 운영허가 취소는 물론 해당 제품이 설치된 전체 핵발전소의 설비교체와 설계변경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 후쿠시마 사고 후속대책 톺아보기(2)

자연재난 과소평가한 안전 대책

 

 

 

20113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사고는 자연재해에 핵발전소 역시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일본은 그동안 큰 규모의 지진 발생이 빈번한 나라였고, 이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고 선전해왔다.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 지진과 해일 앞에 핵발전소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과연 충분했는지도 짚어볼 문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0의 강진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규모 7.9에 대비해 설계되어 있었다. 지진도 문제였지만 지진해일로 인한 침수로 전원공급 상실을 막을 수 없어 피해가 더 커지게 되었다. 15m 지진해일에 대해 도쿄전력은 불과 5.7m 높이까지 밖에 대비하고 있지 못했다. 일본 동북지방의 태평양 앞바다를 진원지로 하는 지진과 해일은 사고 이전에도 빈번하게 일어났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고는 그 원인이 자연재해는 물론 인재라고 볼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후쿠시마 사고 당시, 우리나라는 지진이 잘 발생하지 않는 나라라며 일본과 상황이 다르고, 현재 내진설계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20169월 경주에서 한국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인 5.8 지진이 발생해 지진으로부터 우리도 안전한 나라가 아님이 드러났다. 더구나 경주 등 한반도 동남부 일대는 60여 개 이상의 활성단층(4기 단층)이 발견되어 한반도에서 큰 규모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다.

 

지금 운영 중인 대부분의 핵발전소는 규모 6.5에 대비한 내진설계(0.2g)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진설계는 한반도 동남부 지역에 발생 가능하다고 연구 조사된 최대지진규모 7.5에 비해 최대 30배나 취약한 설계다. 한수원은 내진 성능을 최신원전의 경우 0.3g로 상향해 보강하겠다고 밝혔지만, 최대발생지진 평가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점에서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또 경주 월성 1~4호기 원자로 시설 등은 근본적으로 내진 보강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었다.

 

2018년 감사원이 발표한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도 지진과 해일 등에 국내 핵발전소가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감사원은 한울 1·2호기 액체폐기물 저장소 등 22개 건축물은 내진설계가 반영되어 있지 않았고, 고리 2호기 터빈건물 등 5개 건축물은 내진안전성 확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며, 한빛 3호기 순환수 취수시설 등 59개 건축물은 강화된 내진 기준을 반영한 보완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등 내진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고리핵발전소의 경우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164억 원을 들여 해안방벽 높이를 해발 10m로 높이는 공사를 진행해 보완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그동안 고리핵발전소가 집중호우 등으로 침수피해가 있었고,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해설에 따른 가능 최고 해수위 결과가 9.509~17.352m까지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하지 못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는 더욱 빈번해지고 예측을 뛰어넘는 강도로 발생하고 있다. 태풍 마이삭(20.9.3), 하이선(20.9.7)으로 고리와 월성 핵발전소 8기가 일제히 가동 정지되는 사고도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후쿠시마 사고 후속대책으로 지진, 해일, 홍수 등 자연재난에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그동안 밝혀진 내용만 살펴봐도 제대로 대비가 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모든 기준을 발생 가능한 최대치를 적용하지 않고, 과소평가하여 적용한다면 그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후쿠시마 사고가 예상치 못한 복합재난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핵발전소가 과연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에 제대로 대비되어 있는지 종합적인 평가와 점검이 필요하며, 후쿠시마 후속대책 역시 실효성부터 검증하여 제대로 된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용석록·안재훈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2년 3월(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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