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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해수면 상승으로 위험해지고 있는 루닛 돔

핵에너지의 인종주의는 키라바시와 마셜제도를 파괴했지만, 이제는 기후변화가 그들을 침몰시키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반핵 단체(Don’t Bank on the Bomb Scotland)20208월 발표한 보고서 <핵무기, 기후 그리고 우리의 환경>이 이 문제를 다루었다.


마셜제도 현지인들에게 무덤이라고 불리는 루닛 돔’. 이 콘크리트 돔에는 미국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방사성물질 73천톤이 쌓여 있다.


1954년 윈스턴 처칠 정부는 영국도 수소폭탄을 개발해야 한다고 결정했고,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가 자국 영토에서 핵무기 실험 시행을 거부하자 대체 장소로 현재의 키리바시 공화국 지역을 선택했다. 1957년과 1958년 사이에 9회의 핵실험이 이곳에서 수행되었고, 피지 군인들 등 많은 이들이 낙진에 노출되었고 넓은 초목과 바다도 오염되었다. 군인과 주민들이 실명, , 백혈병, 생식 장애 등 심각한 건강상 피해를 겪었다는 증거에도 영국 정부는 보상 요구를 무시해왔다.


그런데 이제 국토가 낮은 키리바시 공화국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맞이하고 있다. 거대한 파도가 소금물을 몰고 들어와서 섬의 부족한 담수와 농작물에 타격을 입혔다. 전체 인구를 이주시켜야 할 것으로 예상하는 키리바시 정부는 2014년에 피지에 20제곱킬로미터의 토지를 구입했다.


한편, 마셜제도에서는 1954년 미군의 캐슬 브라보 수소폭탄 실험이 실시되었고, 인근 환초와 주민들 역시 많은 방사성물질 낙진으로 피해를 입었다. 1957년에 미국 정부가 이 지역이 안전하다고 선언하여 재정착이 이루어졌으나, 건강상의 문제가 계속 발생했고 결국 사람들이 살 수 없는 섬이 되었다. 마셜제도 공화국은 해수면 상승의 위험으로 국가 기후위기를 선포했다.


게다가 1970년대 후반 미군이 플루토늄 등 9만 입방미터의 방사성 폐기물을 핵폭발 분화구에 버리고 콘크리트로 덮어버린 루닛 아일랜드 돔(Runit Island dome)에서는 방사성물질이 이미 오염된 산호초 호수로 방출될 위험에 처해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방사성물질 누출과 콘크리트 뚜껑 균열이 촉진되어 구조물이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셜 제도 정부는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이 돔이 마셜제도 소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루닛 돔의 현실은 핵실험과 기후변화의 부정의가 겹치는 방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보고서는 영국과 미국이 핵무기 프로젝트를 폐기하면 이들 섬나라에 상당한 자금을 지원하여 기후 위기 완화와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미국도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서 정의로운 전환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11월(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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