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_ 김익중 전 동국대학교 교수
갑상선암 공동소송
역학조사 결과가 명확한 증거
부정하려면 사업자가 입증해야
△ 김익중 전 동국대학교 교수
갑상선암 공동소송 1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탈핵신문은 재판부가 주목해야 할 쟁점에 대해 지난 9월에 이어 10월에도 다룬다. 갑상선암 공동소송보다 앞서 진행된 ‘균도네 소송’에서 재판부는 핵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다가 갑상선암에 걸린 ‘원고’의 소송에 대해 ‘갑상선암 발병이 원전 때문이라고 특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익중 전 동국대학교 교수는 갑상선암 공동소송과 ‘균도네 소송’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김익중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균도네 소송’ 2심 재판부가 피고(한국수력원자력)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주요하게 세 가지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균도네 소송' 2심 재판부가 역학조사 결과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이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선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을 줬다. 이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나
재판부가 역학조사 결과만 존중해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역학조사 결과(검증단의 조사결과)를 보면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 중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 발병률이 대조지역보다 2.5배 높게 나왔다. 남성도 갑상선암 발병률이 대조지역보다 높고, 유방암도 증가가 확인된다고 나와 있다. 이것이야말로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의 암 발병 원인이 핵발전소에서 배출한 방사성 물질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처럼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균도네 소송 2심' 재판부는 암 발병 원인이 방사선 때문임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업자 편을 들어준 것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피해에 대해 기업체 잘못을 주민이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사업자가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높은 원인이 방사능 때문이 아니라는 걸 입증해야 한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피해에 대해 그 입증 채임은 원인유발자인 사업자에게 있다. 역학조사 결과가 분명하게 있는데도 재판부가 사업자 책임이 아니라고 판단하려면, 방사선 때문에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피고(한수원)가 이것을 증명하지 않았음에도 ‘균도네소송 2심 재판부’는 핵발전소에서 방출하는 방사성물질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판결은 부적절한 판결이며,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판부는 주민 피폭량이 미량이라서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하던데
‘균도네 소송’ 2심 재판부는 방사선 노출이 증가할수록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선형무역치 모델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선형무역치 모델은 전세계 관련 학회가 모두 인정하는 모델이다. 의학교과서에 나오고,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보고서에 나온다. ICRP 한국 위원들은 모두 원자력계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참여하는 ICRP가 선형무역치 모델을 인정했다.
△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작성한 <2007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권고 _ ICRP RKSGODANF 103> 중 19쪽에 기술된 내용 (출처: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재판부가 전세계 학회와 국제기구가 인정한 내용을 거부하려면 선형무역치 모델이 틀렸다거나 하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학술적으로 정리가 끝난 이론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균도네 소송’의 고등법원 판결을 편파적인 판결이라고 본다.
한수원 측은 주민 피폭선량이 매우 미량이라고 주장하더라
주민 피폭선량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조사하고 계산한다. 그런데 내부피폭량을 제대로 조사할 수가 없다. 기술적으로 너무 어렵다. 핵발전소가 정지하면 2차 냉각재가 공기 중으로 확 나온다. 그러면 그 안에는 수백 가지 방사성 물질이 존재한다. 그 방사성 물질 하나하나의 흡입량과 피폭량을 따로 계산해서 그걸 모두 더해야 한다. 그런데 방사능 물질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렇게 안 하고 있다. 세슘, 아이오딘(요오드), 삼중수소 등 몇 가지만 조사한다.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 중 대략 100분의 1만 조사하는 것이다. 그걸로 피폭량을 추정하는 것인데 너무 많은 방사성 물질이 조사에서 누락된다. 계획적이든 사고든 핵발전소는 가동이 중단될 원자로를 빠른시간 안에 식혀야 하니까 냉각수 밸브를 열어버리고, 수증기가 밖으로 확 튀어나온다. 그때 내부피폭과 외부피폭이 많을 것인데, KINS는 외부피폭을 그 순간에 측정하지 않는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역시 지금도 얼마나 많은 방사능이 나왔는지 모른다. 측정이 불가능하다. 몇 가지를 뺀 측정하기 쉽지 않은 수백 가지에 의한 피폭량은 계산도 안 하고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원전주변지역 주민 피폭량이라고 한수원이나 KINS가 내놓은 자료는 축소되었거나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는 ICRP의 계산법이 틀렸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수원이 주장하는 평소의 피폭량은 어느 정도 정확하겠으나, 내부피폭량 계산은 정확히 하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 그 계산에 근거하여 피폭량이 적어서라고 판단하는 것은 불확실한 근거에 의한 판단이라고 본다.
확실한 것은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의 암 증가율 조사가 더 정확하다. 피폭량 계산보다도 암 환자 수가 더 정확한 근거라는 말이다. 그 결과는 이미 역학조사로 결과가 나와 있다. 피폭량은 현실적으로 측정이 어렵고, 역학조사 결과는 신뢰할 수 있는 근거다. 그런데 그 원인이 방사선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한수원이 입증해야 한다.
저선량 피폭과 암 발병 관련한 해외 연구 사례가 있는지?
역학조사는 규모가 클수록 신뢰성이 커진다. 여태까지 가장 대규모로 진행한 역학조사는 미국, 프랑스 등 핵산업에 1년 이상 종사한 노동자 30만 8297명을 대상으로 피폭량과 암 발생률을 조사한 국제핵노동자연구(INWORKS) 연구결과다. 피폭된 노동자들의 평균 누적선량은 20.9mGy(밀리그레이)였는데, 이는 원자력계가 말하는 100mSv(밀리시버트) 미만의 ‘저선량’이지만 암 발병이 확인된 것이다.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속적인 저선량 피폭은 백혈병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말하는 기준치 연간 1mSv(밀리시버트)에도 암 발병은 증가한다.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노출된 자연방사선에 더해 핵발전소에서 나온 인공방사선에 추가로 피폭되는 것이다.
국제핵노동자연구도 방사능 계측기에 기록된 외부피폭만 근거로 한 것이다. 내부피폭은 제외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역주민은 핵발전소 인근의 물이나 농수산물을 지속적으로 먹었으니, 종사자보다 내부피폭량이 많을 것이다.
향후 과제는?
정의로운 판사가 나타나기를 기도해야 할 것 같다. 국민의 법감정에 맞는, 상식에 맞는 판결이 나와야 한다. 재판부가 국내 역학조사 결과와 선형무역치 모델만 인정해도 주민이 승소한다.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이 대조지역보다 갑상선암 발병률이 2.5배 높은데 이 명확한 증거를 재판부가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왜냐면 역학조사 결과가 다른 지역보다 핵발전소 지역 암 발병률이 높다고 조사되었으니까. 또한, 국제적으로 방사성 물질은 미량이라도 인체에 누적되면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하는데 재판부는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재판부가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면,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병이 방사성 물질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사업자가 증명해야 한다. 그러면, 사업자는 이것을 증명할 수 있나?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역학조사를 하는 것이고, 역학조사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10월(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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