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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공동소송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인터뷰


국내 5개 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에서 3년 이상 거주했던 사람 가운데 갑상선암에 걸린 618명이 원고로 참여한 갑상선암 공동소송이 현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1심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은 앞서 진행한 균도네 소송과 관련 있다.


201410균도네 소송에서 1심 재판부(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민사2부 최호식 부장판사)는 원고로 참여한 균도네 가족 3명 가운데 박모 씨의 갑상선암 발병이 핵발전소에서 방출하는 방사성물질과 상관관계가 있어 보이며, 만약 상관관계가 없다면 한수원이 그것을 입증하라는 취지의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했다. 한수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갑상선암은 원전 방사능과 무관하다며 바로 항소했다.


균도네 소송’ 2심 재판부인 부산고등법원은 2019814핵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저선량 방사성물질에 의한 주민 피폭과 질병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며 원고(균도네)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증명하기 어려운 것에 대해 피고(한수원)가 증명하라고 했던 판결을 원고 측 청구 기각으로 결정한 것이다.


탈핵신문은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에게 균도네 소송’ 2심 재판부가 수용한 피고(한국수력원자력) 측 주장과 판결문 내용 중 납득하기 어려운 몇 가지를 질의했다. 백도명 교수는 36쪽에 이르는 자세한 답변지를 보냈다. 이후 전화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그 내용을 소개한다. 참고로 '균도네 소송' 2심 판결문 일부 요약 내용도 정리했다. 




균도네 소송’ 2심 판결문 일부 요약

2019. 8. 14. 부산고법 민사1

 

1.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의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결과를 살피면 근거리대조지역 여성들의 갑상선암 발병과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된 방사성물질에 의한 피폭 사이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 100m이하의 저선량 방사선에의 피폭과 갑상선암을 포함한 각종 암의 발병에 대하여는 현재까지도 국내외적으로 일치된 합의가 없는 실정이고 향후 다양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100m이하에서는 암 증가가 확인된 적이 없고 암 발생 확률도 0.5% 이하로 떨어져 흡연, 감염, 음식 등 다른 발암 원인으로 발생하는 암 발생률보다 낮아 그 원인이 방사선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3. 고리원전 제한구역 경계지점에서 측정된 최대개인 피폭선량은 연간 0.00061~0.01580m로 공법상 규제를 초과하지 아니하고, 이와 같은 수준의 저선량 방사선에 피폭된 것이 환경정책기본법의 환경오염(방사능오염)으로 인한 피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다.


4. 인간이 땅이나 우주, 음식물 등으로부터 받는 자연방사선 피폭선량은 전세계적으로 연간 2.4m이고 우리나라는 연간 3m인 점 등을 살펴보면 원고들이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는 선형무역치모델이나 각종 조사·연구 결과들은 이 사건의 경우처럼 원전을 운영하는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1심판결에서의 피고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 선형무역치모델 :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선이라도 그에 피폭될 경우 피폭선량에 비례하여 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이론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인터뷰

방사성 아이오딘은 선량 낮아도 특이적으로 작용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 저선량 피폭이 갑상선암 발병과 연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나

 

피고(한국수력원자력) 측은 100mSv 이하의 선량을 저선량이라 부르며, 마치 그 이하의 선량에서는 그 유해성이 밝혀진 적이 없는 안전한 선량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밝혀진 적이 없다는 것과 안전하다는 것은 다르다. 피고 측 주장은 모든 국제기관들의 저선량 방사선이 안전한지에 대한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즉 모든 전문기관 및 국제기구들은 오히려 저선량 피폭이 안전하다고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선형무역치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와서도 저선량 방사선 피폭에서 인체 건강 영향이 있다는 보고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88월에도 소위 국제적 권위를 갖는 학술지인 ‘Lancet’에 학계의 권위를 갖는 미국 국가암연구소와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의 방사선의학 관련 연구소 연구자들이 저선량 방사선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백혈병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해당 논문은 50mSv 이하의 피폭선량에서도 유의한 연관성을 보고하고 있으며, 심지어 암종에 따라서는 25mSv 이하의 농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되어 있다는 양상을 보고하기도 하였다. 결국, 피고의 주장과 달리 아무리 낮은 선량이더라도 그에 따른 유해함을 고려한다면, 태아와 아이에게 필요 없는 방사선학적 검사를 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거의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 재판부는 고리주변지역 최대 개인피폭선량은 기준치 이하라면서 저선량 피폭은 갑상선암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갑상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하여 체내에 투여된 고농도의 방사성 아이오딘(요오드)은 갑상선 조직에 선별적으로 흡수되어 고농도로 농축된 상태에서 세포의 기능을 완전히 파괴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침샘 등 갑상선 주변기관은 저농도로 노출되면서 2차 암이 발생한다. 즉 고농도로 노출된 기관의 세포는 완전히 죽어 버리지만, 저농도로 노출된 기관의 세포는 죽지 않고 살아남는 대신 그 일부가 변성되기 때문에 암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치료용 고농도 노출이 아니라 환경으로부터 저농도 노출이 될 때는, 그 대부분의 아이오딘이 체내에서 갑상선에 농축되면서 저농도 변성으로 인한 암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저농도 노출이더라도 갑상선에 축적되어 작용하는 방사선 등가 선량은 수십~수백 mSv가 될 수 있으나, 전신유효선량을 계산하는 경우에는 갑상선의 비중이 불과 3~5%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 계산된 값은 매우 작은 값으로 산출된다.

 

- 저선량 피폭으로 암이 발병하는 다른 사례는?

 

라돈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의거해 생활제품에서 방출되는 라돈 수준을 1mSv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 라돈침대의 경우 1mSv 수준의 피폭에 대한 유해성을 인정하여, 그 일차적 책임자가 따로 있음에도 국가가 나서서 관리한다. 소위 자연방사능 수준의 피폭으로도 건강 영향이 확인되고, 규제해야 하는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라돈이 이처럼 낮은 수준에서 건강 영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외부피폭 상황에서는 피부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알파입자이지만, 호흡기 내부로 흡입되어 기관지에 침착하는 경우 라돈에서 방출되는 알파입자가 세포와의 근접성 때문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돈이 1mSv밖에 없는데 폐암의 원인이 된다. 그 이유는 라돈이 인체의 특정 기관 에 작용하는 선량으로 계산하면 약 10~100mSv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내부피폭은 외부피폭과 달리 일단 흡입되면 세포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달라진다. 방사성 아이오딘이 인체 갑상선에 침착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결국, 핵발전소에서 배출된 방사성폐기물로 인한 피폭 수준이 유해한지 아닌지는 단순히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사업자로서 수행했던 조치 결과로만 근거하여 판단해서는 안 된다.

 

- 핵발전소 주변에도 자연방사선이 있는데, 주민 피폭선량이 자연 방사선량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하나

 

자연방사선 피폭의 약 절반은 공기 중 라돈으로 인한 피폭이며, 약 절반은 우주선으로 인한 피폭이다. 자연방사선의 영향은 기본적으로 전세계 모든 사람이 받게 된다. 여기에 더해서 원전주변지역 주민은 원전에서 방출하는 인공방사성 물질의 영향을 추가로 받게 된다.

핵발전소 주변지역은 핵발전소 가동으로 인해 방출된 액체와 기체 방사성폐기물이 환경 중에 유입되어 공기확산·토양침적·지표수 및 바닷물 이동 등을 통해 주민들이 접촉하는 지점이 생기는데, 원전주변지역 주민 최대피폭선량은 이 매개체를 주민들이 흡입·음용·피부접촉 등을 통해 노출됨으로써 피폭되는 피폭선량을 계산한 값이다. 주민피폭선량이 자연방사선량보다 작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원전주변지역 주민들도 자연방사선에는 노출돼 있고, 추가로 인공방사선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재판에서 피고(한수원) 측은 핵발전소지역 주민피폭선량은 극히 미미하며, 고장의 경우에도 방사성물질 배출량과 주민 피폭량은 정상적으로 평가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더라

 

한수원은 다음과 같은 지점들에서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원전주변 방사능피폭 감시에 있어, 사고은폐 및 허위보고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지금까지 보고된 피폭선량 자료가 급격히 높아진 시기는 원전사고가 증가한 시기와 일치하고 있다.



△ 그림1 _ 연도별 고리1호기 사고 건수

 

△ 그림2 _ 연도별 액체 방사성폐기물 방출량

 


△ 그림3 _ 연도별 기체 방사성폐기물 방출량


(그림 출처: 백도명 교수)



고리1호기의 연도별 사고 건수는 1978년과 1979년 사이에 한 번의 피크를 이루었다가, 시간이 지나 1991년과 1992년 사이에 피크를 이룬다. 그런데 연도별 방사성 요오드 방출량 자료를 보면 액체 방폐물은 1979년에 피크를 이루며, 1990년 또 다른 피크를 이룬다. 즉 고리1호기 연도별 사고 건수와 방사성 요오드의 방출은 그 증가하는 시기가 서로 일치하고 있다. 피고 측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1979년에는 방사성 기체폐기물 방출 횟수가 총 27번으로 증가하면서, 그 가운데 13번의 비정상적인 방출이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정상적인 방출과 비교해 방사성폐기물 농도는 약 1억 배 차이 나는 것이 확인되는 상황이다. 환경 중 방사성물질 조사는 지역, 대상, 주기가 수시로 바뀌었으며, 주민 최대피폭선량은 1980, 1981, 1982년에는 아예 누락되어 자료가 없다.


저선량 방사선 개념, 국가기관부터 재정립해야

 

- 한수원의 조사방법이나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

 

1990년도 초반에 이르기까지 상당 기간 방사성 아이오딘(요오드)처럼 반감기가 짧고 쉽게 확산되는 핵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시스템이었다는 점, 그리고 일부 환경측정결과에서 증가된 소견이 보이더라도 그 측정 지점과 시료 종류가 바뀌고, 그 측정의 정확도가 달라지면서 전혀 비교가 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감기가 짧아 비교적 단시간 동안에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핵종의 경우에는 그 측정 시간과 장소가 배출되는 시간과 장소에 견주어 적절하지 않는 한 조사결과의 변이가 크게 증폭되어 신뢰할 수 없는 자료가 된다.

 

- 역학조사에서 과잉진단이 문제였다는 주장도 있던데 


한수원은 한국 전체를 놓고 볼 때 2000년대 이후 갑상선암 검진이 많아지면서 갑상선암이 증가하였으며,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도 사업주가 제공하는 검진 때문에 암발생이 증가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증거의 하나로 시군구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1999~2013, 보건복지부)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원전 주변지역으로 분류된 지역이 해당 시군구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마치 원전이 위치한 시군구의 인구는 모두가 원전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주장하는 것과 같은 주장이다.


2012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 보건복지부의 2009~13년 갑상선암 발생률을 근거로 작성한 갑상선암 검진율과 발병률 그래프. 핵발전소 지역인 기장군과 경주시는 전국 평균 검진율보다 낮음에도 갑상선암 발병률은 높다. (출처 :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위 표는 원전주변지역의 갑상선암 검진율은 전국 평균 및 대조지역에 비하여 훨씬 낮지만, 암 발생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원전지역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 후속연구를 통해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흉부방사선 검사, 위장관촬영, 단층촬영 등 방사선 검사와 암과 관련된 검사의 빈도를 분석하였을 때 지역 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원전주변지역 주민들의 암 검사 빈도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갑상선암 발생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지역별로 비교하는 경우, 한국에서의 갑상선암 과잉검진은 2000년 이후 시작되어 암 등록자료 또한 2000년 이후에야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전주변지역의 갑상선암 증가는 2000년 이전에 이미 높아져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그동안 관련 연구자들에 의해 학회에서 검토된 후 논문으로 출간되었다.

 

- 끝으로 하실 말씀은? 




△ 국제적으로 '저선량 방사선'은 '연간'이 아닌 '누적량'을 말하지만, 원안위는 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위 사진은 내가 활동하는 환경보건센터가 질의한 내용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답변한 내용 중 일부다. <라돈침대 피해자 요청사항에 대한 회신>인데, 원안위는 저선량방사선이 연간 100mSv’라고 적었다. ICRP가 주장하는 저선량방사선은 연간 100mSv’가 아니라 누적량 100mSv’이다. 이에 따라 정책판단이 모두 어긋나고 있다. 원안위는 연간이 아닌 누적량개념을 확인하고, 모든 자료와 그에 대한 대안을 검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특히, 100mSv 선량 초과 여부는 전신유효선량과 장기별 등가선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도 강조한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9월(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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