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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엉터리 공론화, 대통령이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20176, 전국의 탈핵 단체들이 모인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본부338천여 명의 서명을 모아 청와대에 전달했다. 당시 서명운동에 담긴 6개 핵 관련 요구사항 중 2개가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관련 사안이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맥스터)과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시설 등 사용후핵연료 관련 신규 핵시설 건설 철회재공론화 실시는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다.


이런 요구를 받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100대 국정과제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공론화를 포함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와 한수원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간 정부 스스로 약속했던 일들을 어기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의 의견보다 핵산업계 이익이 항상 우선했다. ‘핵폐기물을 보관할 수 없으면 멀쩡한 핵발전소를 멈춰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오랫동안 지역주민들을 옥죄여왔다. 지역주민들을 고려한 정책은 그동안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그랬다. 모든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이 더는 자신의 지역에 추가 핵폐기물 저장시설 건설을 반대했지만, 공론화위원회는 이에 대한 일언반구 없이 핵발전소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관리계획에 추가했다.


현재 진행 중인 문재인 정부의 공론화는 더 엉터리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공론조사 결과 시민참여단 84.1%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맥스터) 건설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초 시민참여단 구성이 찬성 입장을 가진 주민들 다수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졌다. ·반 비중을 지역 상황에 맞춰 공론조사를 설계해야 하는데, 아예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재검토위원회는 그간 회의 참관도 제대로 허용하지 않고, 속기록 같은 기초자료를 제공하라는 국회의 자료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투명성·객관성·공정성 같은 기본도 지키지 않은 엉터리 공론화다.


이런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밖에 없다. 재공론화는 애초 대선 공약이었고,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10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의 특성상, 이번 결정이 국가 핵폐기물 관리정책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이다. 여기서부터 잘못 단추를 끼우면 이후 정책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엉터리 공론화의 진상을 조사하고, 제대로 된 공론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결단하기를 바란다.


탈핵신문 2020년 8월(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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