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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7호>일본정부와 도쿄전력, 배상액 줄이려 피난구역 재편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배상액 줄이려 피난구역 재편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201241일 이후 일본정부는 후쿠시마사고로 인한 피난지시구역을 재편하고 있다.

피난지시구역에는 기존의 경계구역과 계획적피난구역이 있는데, 이것을 순차적으로 귀환곤란지역과 거주제한구역, 그리고 피난지시해제준비구역의 세 구역으로 나눈다. 이 세 구역 중 앞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한 곳은 귀환곤란구역뿐이다. 피난지시해제준비구역도 도저히 돌아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 그 명칭에서 주민을 빨리 귀환시켜 버리자는 정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원래 살던 자리에서, 살 수 있고 일할 수도 있다면 필요한 배상액이 줄기 때문이다. 거주제한구역은 양자의 중간이다.

구분기준은 후쿠시마현에만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연간허용피폭량 20밀리시버트 미만이다(법정허용량은 1밀리시버트 미만). 피난지시해제준비구역에서는 제염(오염제거)작업이 한창인데, 그것은 고압방수기로 씻고 천으로 닦아내는 매우 아날로그적인 방식이다. 씻어낸다 하더라도 결국 다른 곳으로 오염이 옮겨질 뿐이라 이염移汚이라 야유받고 있다. 만약 오염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어도, 산에 쌓인 방사성물질이 비로 흘러와 마을에 고이면 다시 오를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귀환은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피난지시구역 주민에게는 도쿄전력이 매달 한 사람당 10만 엔을 지불하고 있는데, 작년 6월부터는 희망자에 한해 앞으로 지불될 금액을 일괄적으로 지불하기 시작했다. 금액은 귀한곤란구역이 5년분 600만 엔인데 비해 거주제한 구역은 2년분 240만엔, 피난지시해제준비구역과 미재편구역은 1년분 120만엔이다. 구역지시 해제가 연기되면 추가분을 받을 수 있기는 한데, 이것만 봐도 이번 구역재편이 가까운 장래에 피난지시 해제를 의도한 것임은 명백하다.

피난지시구역 주민은 그 외에도 택지에 대한 배상, 취업불가능손해에 대한 배상, 가재도구에 대한 배상 등을 받을 수 있어 가장 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주민의 요구와는 차이가 크다. 예를 들면 이이타테무라 주민 5가구 14명이 20125월에 제기한 재판에서, 2년에 걸쳐 인당 월 30만엔과 징벌적 위자료로 각 세대주에게 1000만엔씩 등 합계 6400만엔을 요구했다. 나미에마치는 201212월에 피난에 수반되는 주민의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1인당 월 35만엔을 요구했다.

구역 차이에 따른 배상액 차이

피난지시구역에서 한 발짝이라도 더 나가면 받을 수 있는 배상액이 크게 줄어든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현 중부의 자주적피난 등 대상구역에서, 도쿄전력은 주민들에게 20128월까지의 손해배상으로 18세 이하 아이들과 임산부에게 1인당 52만엔(자주피난민에게는 72만엔), 그 외 사람에게 12만엔을 지불한다고 하는데, 배상은 이것이 전부다. 그 바깥쪽인 후쿠시마현 서부의 경우, 201112월까지의 손해배상으로 18세 이하 아이들과 임산부가 1인당 20만엔, 그 외는 4만엔으로 끝이다. 게다가 돈을 지불하는 것은 도쿄전력이 아닌 후쿠시마현이다.

오염은 후쿠시마현 바깥으로도 퍼져있고 도쿄 주변에도 제법 높은 오염지대가 있지만 후쿠시마현 이외의 주민에 대한 배상은 후쿠시마현 북쪽에 인접한 미야기현 남부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일절 없다.

배상액 차이가, 주민을 가르다

예를 들어 피난지시구역 밖에 있는 핫스팟(hot spot, 고농도 오염지역) 몇 군데가 특정피난장려지점으로 지정되어 1인당 매달 10만엔을 받을 수 있는데, 지정은 각 가정마다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웃이라도 한 쪽은 받고 다른 쪽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받지 못하는 사람은 받는 사람을 시샘하고, 받는 사람은 죄책감까지 갖게 돼 떳떳하게 생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미지정 주민 323가구 991명이 201325일에 지정 가구와 동등한 1인당 월 10만엔을 요구하며 제소했다.

정부와 도쿄전력에 피난·복구·배상을 단결해 요구해야 할 주민들이, 배상액 차이를 둘러싸고 나뉘어 있다. 작년 12, 다테시 오구니마을은 제염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특정피난장려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다테시는 이 해제로 배상액의 차이가 사라지는 것을 계기로 분단된 지역을 일체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어이없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발행일 : 20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