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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에너지전환

독일은 탈핵에서 탈석탄까지 어떻게 가능했을까

에너지전환포럼 초청 강연

독일은 탈핵에서 탈석탄까지 어떻게 가능했을까



독일은 2011년에 2022년까지 독일의 모든 핵발전소를 폐기를 결정했고, 2019년에는 2038년까지 빠르면 2035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독일은 에너지전환의 제도적 기반을 제공한 재생가능에너지법(EEG)이 시행된 2000년에 핵발전이 독일 총 전력생산량의 30%, 석탄발전이 50%를 차지했다.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6.6%에 불과했다.


그 후 10년이 지난 2011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핵발전을 앞서기 시작했고, 2018년부터는 석탄 발전량과 비슷해졌다. 2019년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과 핵발전을 더한 공급량과 비슷해졌다. 나아가 올해 1월부터 2월까지의 독일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가스를 포함한 화석에너지와 핵발전의 총 발전 비중을 뛰어넘고 있다. 독일은 어떻게 탈핵에 이어 탈석탄까지의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풀뿌리 석탄과 핵발전 반대 운동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226일 서울 종로구 공간 1.5에서 탈원전에 이어 탈석탄까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독일 뮌헨공대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와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를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했다.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가 독일 에너지전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는 독일의 핵발전 비중이 줄어든 만큼 재생에너지 비중이 급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에 변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의 재생에너지 설비는 2002년부터 2018년까지 16년 만에 100기가와트 이상 증가했다. 이는 연간 평균 6기가와트 이상씩 증가한 셈이다.


미란다 교수는 전환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풀뿌리 수준에서부터 석탄과 핵발전에 대한 반대 움직임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들의 염려와 관심이 커졌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독일에서의 에너지전환 환경이 우호적인 상황만은 아니었다. 보수당의 장기집권과 국내 자원인 석탄(갈탄) 광부의 일자리 논란, 독일 남북 지역간 풍력과 태양광 계통망 건설 지연 등과 같은 정치·경제적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


임성진 대표는 한국은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이 아니라 기술의 전환만으로 접근하고 있어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독일의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의 전환은 독일의 전방위적인 체질을 바꿨고,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올린 전기요금은 독일의 에너지효율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은 킬로와트(KW)당 전기요금이 최고 수준이긴 하지만 가계가 지불하는 전기요금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 세계에너지협의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독일 가정의 평균 연간소비량은 3362kWh로 미국(1294kWh), 일본(5373kWh)보다 훨씬 적다. 독일 가정이 내는 연간 평균 전력요금은 978유로(130만원)로 미국(1110유로)보다 낮고 일본(971유로)과 비슷한 수준이다. 즉 전기요금은 높지만, 효율이 높고 전력 소비량이 낮아 가계가 부담하는 비용은 비슷한 셈이다.


독일 정부는 총 400억 유로(53조원)를 투입해 2038년까지 독일의 석탄발전을 전면 폐쇄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러한 결정은 석탄 산업 종사자, 소비자 단체, 환경단체, 정치인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이루어졌다. 보상금은 탈석탄으로 피해 입는 지역과 노동자 및 석탄 기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는 피해 지역과 노동자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석탄 산업에 대한 보상이 포함되어 있는데, 환경단체들은 석탄 기업에 대한 보상이 오염발생자 지불원칙 기준으로 봤을 때 과도하게 책정되어 있고, 이는 대전환의 과정에서 안 좋은 선례를 남기는 거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도 탈핵 이어 탈석탄 가능할까?

 

독일은 2022년 탈핵, 2038년 탈석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의 목표도 발표했다.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는 독일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 온실가스의 약 95%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50%, 2050년까지 80%로 높이는 한편,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2008년 대비 50% 줄이는 대전환을 이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린딜 계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에너지전환포럼이 226일 서울 종로구 공간 1.5에서 강연을 열었다.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는 사전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한국도 독일과 같이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전기전자 등 주요 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석탄·석유·가스에 의존했던 점도 유사하다고 했다. 이어 독일과 한국은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이고 가장 부유한 국가라는 위상을 고려할 때, 두 국가는 에너지 구조를 변화시켜야 할 책임이 있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독일과의 협업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사회는 아직 경제 성장이 우선이고 환경보호는 고비용이라는 인식이 강해 값싼 에너지와 원료가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 되고 있다. 시스템의 전환뿐 아니라 주류 담론의 변화도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재생에너지의 비용이 급격하게 낮아져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화석연료·핵발전 단가와 같아지는 시기)에 도달했고, 에너지효율 기술뿐 아니라 저탄소 사회로 가기 위한 많은 정책적 방법론이 나오고 있다. 이제 한국사회에서도 탈핵과 탈석탄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연구원

탈핵신문 2020년 3월(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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