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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핵발전소 없는 지역의 미래를 상상하자

핵발전 지원제도 연구

핵발전소 없는 지역의 미래를 상상하자


최근 부산에너지정의행동이 핵발전소 지역 지원제도를 통해 본 탈핵정책 시행 및 핵발전소 폐쇄 이후 고리핵발전소 주변지역 사회변화 예측(기장군 장안읍일광면 중심으로)’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부산연구원의 시민연구사업으로 진행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사회지표를 활용한 핵발전소 주변지역 사회경제 변화 분석과 평가, 핵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의 내용과 분석, 탈핵정책 시행과 발전소 폐쇄로 인한 핵발전소 주변지역 사회경제 변화 예측이 주 내용이다.

 

핵발전소 관련 지원금

 

우리나라는 1989년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주법) 제정 후, 전기사업법 제49조에 따른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고리, 새울, 한빛, 월성, 한울 4개의 핵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1995년부터는 특별지원사업을 신설해 핵발전소 건설 유치지역, 핵발전소를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예정된 지역에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06년에는 대대적인 발주법 개정을 통해 기본지원사업비 규모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한수원의 자체자금으로 기본지원사업과 동일 규모의 사업자지원사업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발주법에 의한 지원과 별도로 2005년 지방세법 개정으로 한수원은 지역자원시설세(목적세) 납부 의무를 진다.


발주법 제정 이후, 최근까지 법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발전소주변지역 지원 규모가 계속 확대되어 왔다.

 

지원금 늘어도 장안읍은 인구 감소

 

핵발전소 입지로 인한 고리지역 경제적 이득을 분석한 결과, 2006년에서 2017년까지 기장군에는 총 5741억원의 재정 유입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장군 세입의 8.94%(54721)에 달한다. 기장군의 재정자립도는 37.74%82개 군의 평균(18.76%) 이상으로 자립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재정유입에도 발전소 주변지역의 인구는 장안읍의 경우 2006년 대비 2017년에 346명이 줄어들었고, 일광면의 경우 108명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반면 장안읍과 일광면의 사업체와 종사자 수는 늘어났다. 장안읍은 제조업에서 사업체와 종사자 수 증가율이 가장 크게 나타났고, 일광면은 부동산업이 증가하고 공동행정의 종사자 증가율이 높았다.


기장군은 2012년에 ‘2030 프라우드 기장 장기발전계획을 세워 장안읍과 일광면의 발전계획을 수립했으나 대부분 사업이 핵산업과 핵기술 관련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핵발전소로 인한 재정 유입 규모에 비해 장안읍과 일광면의 발전이 매우 더디게 나타나고 있고, 공단과 핵산업 및 핵기술 관련 산업이 집중되고 있어 지역사회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으로 보기 어렵다.

 

핵발전소 수명 완료와 세수 감소

 

부의 탈핵정책 시행과 핵발전소의 수명완료 및 폐쇄로 핵발전소 주변지역의 사회·경제적 변화가 예상된다.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핵발전소는 2022년에서 2025년까지 고리 2호기, 3호기, 4호기를 차례로 폐쇄할 예정이다.


                               핵발전소로 인한 경제적 이득 변화 추정(단위/억원)


자료분석과 그래프 작성 = 부산에너지정의행동


2025년까지 고리2~4호기 영구정지가 예상됨에 따라 핵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재정 유입은 2020년 약 486억원에서 2030년 약 217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핵발전소 소재 지자체가 사용후핵연료 보관세 도입을 요구하고 있어 재정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가정을 제외하면 10년간 절반으로 감소하는 재정적 유입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원금과 세수 감소는 핵발전소 주변지역 경제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기반 박탈이라는 불안감을 형성해 탈핵정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저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핵발전소로 인한 주변지역 사회경제 영향 분석을 토대로 탈핵정책의 시행 및 핵발전소 폐쇄로 인한 지역사회 경제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광역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핵발전소 없이 지역의 미래는 없는 걸까?

 

이번 분석을 통해 핵발전소 가동으로 인해 재정 유입이 크다는 것과 이것이 기장군 전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핵발전소 주변지역인 장안읍과 일광면의 핵발전소 없는 미래에 대한 계획으로는 연결되지는 않음을 확인했다. 이들 지역은 바람직한 미래로의 발전이 지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있어 핵산업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원제도를 분석하고 향후 과제를 고민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에 작성한 프랑스·네덜란드 공무국외출장 결과보고서를 검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랑스는 법령에 의한 별도 지원제도는 없으며 지방자치단체와 전력회사인 EDF가 공동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한다. 당시 프랑스의 대표적인 핵발전소 입지 지역인 플라망빌시를 방문하여 지역지원제도에 대해 면담하였는데 주목할만한 내용은 프랑스의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은 원전이 폐쇄될 경우를 대비하여 원전이 없어도 지역 경제가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 플라망빌시가 원자력 발전이 없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위해 지원금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투자에 투입하고 있다. 플라망빌시 시장은 지방정부가 핵발전 없는 미래에 투자하는 배경 중 하나는 프랑스 중앙정부가 2005년 에너지정책 지침법을 제정하여 에너지 관련 정책을 내놓은 이후,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해 인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계속 종속되어야 하는가?

 

한국은 그동안 발주법을 비롯한 핵발전소 가동 지역에 대한 각종제도들은 핵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낙후를 보상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프랑스와 같이 핵발전소 영구정지 상황을 고려하여 이들 제도의 목적이 핵발전소 없는 미래구상으로 변경되어야 한다.


한편, 이번 연구를 통해 핵발전소로 인한 기장군의 경제적 이득과 향후 경제적 이득의 변화를 추정할 수는 있었으나, 지원현황에 대한 사전공개 자료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 받은 자료가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지원제도 내용을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지원금 정산보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안전비용 추가연구 필요

 

지원제도와 관련한 내용은 사업계획수립시기부터 정산보고까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핵발전소 가동이 지역사회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지원금의 사용 현황과 더불어 재연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핵발전소 없는 미래와는 별개로 핵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재정 유입 중 핵발전소 안전비용에 대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


일광 신도시 건설로 많은 인구가 유입이 예상됨에 따라 기장군 내 핵발전소 관련 안전비용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


금정구와 해운대구 등의 핵발전소 경계 기초자치단체가 지방교부세법 개정을 통한 원전교부세 신설, 불합리한 원전지원금 법령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핵발전소 관련 안전비용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핵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재정 유입 가운데 안전비용에 대한 분석과 제도 개선 등을 담은 연구가 필요하다.


* 이 연구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부산에너지정의행동홈페이지(https://busaneja.tistory.com/)를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강언주 통신원(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탈핵신문 2020년 1월(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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